생각보다 사무실 분위기는 잠잠했다
오히려 그 잠잠함이 혜영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위로부터 호출이 있거나
아님 주위사람들의 따가운 시선 내지 술렁거림을 예상했는데
무슨 이유인지
아무일도 없다는 이 분위기가 앉아있는 혜영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서 알게된 사실이지만
맏언니가 퇴사를 했다는 것이다
승우 선배에게 묻고싶었지만
대면을 해야 하는 그 자체도 싫었고
대화를 하면 다른 누군가에게 그 모습이 띄이게 되는것도 싫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더 이상의 쪽팔림은 없을꺼란 생각에 혜영은 그냥 구 묵묵함에 자신도 동조를 하기로 했다
혜영은 퇴근후 태훈의 집으로 가기로 했다
인사를 드리고 한번도 방문을 한적이 없고
내심 예전 엄마가 양가 어른을 만나자고 한 것도 맘에 걸리고
계속해서 부모님과 눈도장을 찍으면서 친하게 지내는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혜영이 먼저 태훈에게 집에 가자고 졸랐다
뜬금없는 혜영의 제안에 자믓 태훈은 당황한듯 했지만
이내 기분좋게 승락을 했다
태훈역시
아버님이 웃는 혜영의 얼굴을 자주 보는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퇴근시간이 다가오자
혜영은 다시한번 꽃단장을 하기에 여념이 없다
화장실에서 립스틱색깔을 바꿔 다시 바르고.. 얼굴에 콤팩트도 다시 찍어바르고.. 정성을 깃들여 본다
화장실서 나오는데 남자 화장실서 나오는 호영이와 마주쳤다
"어~~ 누나~~"
"야.. 화장실서 나올때는 그냥 눈인사만 하면 돼.. 쑥스럽게.."
"아 생리 현상이 뭐가 쑥쓰러워?"
"근데 누나?"
"왜?"
"승우 선배가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였어?"
"대단하다니?"
"몰라?"
"뭐가?"
"효진선배 퇴사한건 알지?"
"응..."
"승우 선배 압력에 의해서라는데.."
"뭐? 정말?"
"몰랐구나.. "
"무슨 말인지 알아듣게 얘기 해봐.. 도통 무슨말인지 감이 안 잡혀"
"승우 선배 아버님이 우리 회사 오너래.. "
"뭐~뭐라구?"
갑자기 널빤지로 뒤통수를 얻어 맞은 느낌이였다
"누가.. 승우선배 좋아해?"
"야~~ 무슨 헛소리야..."
"아니.. 그게 아니구.. 소문이.."
혜영의 윽박지르는 고함에 호영은 이내 목소리가 사그러 든다
머리를 긁적이면서 묻고픈게 있는듯 해보이지만.. 혜영의 반응에 더 묻지 못하고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호영아? 있는 그대로 얘기좀 해봐"
어쩐지 오늘 하루 조용하다 싶었다
오히려 이 고요함이 이런 뒷북을 칠줄이야..
얘기인즉슨
승우는 말 그대로 이 회사 오너의 아들이였고
이 회사를 물려받은 한마디로 황태자였던 것이다
회사의 규모는 대기업은 아니였지만 중소기업으로는 기반이 탄탄하고 노사가 없는 회사로 유명해 있었다
오너의 직원사랑도 다른 회사에 비해 남달랐고
매사 모든 일에 있어서 직원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주는 오너의 행동에
많은 직원들이 감사하게 생각하고 또 열심히 회사를 위해 일해온 곳이 혜영의 회사였다
지승우는 사원들처럼 입사를 한후 일반사원들과 똑같은 대접을 받으면서 말단 직원으로 업무를 파악하고 지금의 관리 팀장에 오른 것이였다
내년에 치뤄질 인사 이동에서
아마도 전격적인 실무를 이행하려고 그 동안 준비 중이였다고 한다
눈에 걸리는 맏언니를 퇴사하는 빽쯤은 아무것도 아닌 권력중에 하나였던 것이다
혜영은 갑자기 맏언니가 불쌍했다
어떤 이유에서 그 사랑이 시작됐는지는 모르지만
맏언니는 회사에서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중 한 사람이였다
외모도 뛰어나고
성격도 좋고
남자들 못지않게 맺고 끊는 마무리도 좋았고 사람들과 밀고 땡기는 수법도 뛰어났다
혜영이 들어오기 전부터 사귄상태였던거 같은데
지금 나이에 결혼을 생각한 남자에게서의 배신이란
아마도 자신이라면 그냥 가만히 퇴사하고 물러나지 만을 않았을껏이란 생각을 해 본다
갑자기 자신이 그 사랑을 파기시켜놓은 장본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것도 한 것이 없는데
그냥 불편한 위치에 놓여있는 입장에 억울함도 밀려들었다
또 만일 승우 선배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자신또한 자릴 유지한단 보장도 없을꺼란 말이 된단 결론이였다
"이거 참......"
<한번쯤은 다시 승우선배를 만나야 하겠구만.. 그나저나 맏언니는 어떻게 되는거지? 그 나이게 회사에서 나가고 믿은 남자한텐 배신 당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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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너무 갑자기 방문 해서 죄송해요"
"아니예요.. 어서와요"
태훈의 어머님이 혜영을 반갑게 맞아 주셨다
"태훈이가 미리 전화해줘서 내 부리나케 청소만 조금 했어요"
"어머니.. 말 놓으세요"
"그래요.. 천천히 놓을께요.."
"그러지 말고 지금부터 놓으세요.. "
계속해서 존대해주는 어머님의 언행이 혜영은 많이 불편했다
또 자신과의 거리를 두려고 하는 거 같기도 하고..
어머님은 아무런 대꾸없이 그냥 고개만 끄덕이신다
"태훈아~ 위층서 기다려라 아버님도 곧 오신다고 하는구나.."
"예~~ 그럴께요... 올라가자 혜영아"
"나 위에 있어도 돼? 어머님 도와드리고 싶은데?"
"괜찮아 그냥 아직은 손님 대접 받아도 돼.. 나중에 죽어라 할텐데"
"그런가? 후후~~"
두런 두런 얘기도 나두고 텔레비젼을 보는 동안 아래층서 어머님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혜영은 놀란듯 후딱 일어서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층계를 조심스럽게 내려가자
어머님께서 막 올라오려고 계단을 밟고 있는 중이였다
"죄송해요.. "
"아냐.. 아냐.. "
"아버님은 들어오셨어요?"
"그래요.. 좀전에.."
어머님의 뒷꼬랑지를 따라 주방으로 들어가자
벌써 식사준비가 마무리 되어 있었다
혜영은 자신이 할껀 뭔가 둘러보다 수저라도 놓아야 겠다고 생각을 했다
"어머님? 아버님 저분은 어떤 거예요?"
"거기 끝에 파란색 있는 수저란다"
"네~~"
혜영은 기분이 좋았다
좀전에 들어올때는 말을 존대해주었는데
지금은 혜영에게 완전하게는 아니지만 말을 편하게 받아 주셨다
또 자신이 태훈의 집에서 할일이 있는것도 기분이 새로웠다
"안방서 아버님 불러오렴.."
"네~~"
안방 방문 앞에서 "똑똑"하고 문을 두드리자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면서 아버님이 나오셨다
혜영은 방문이 열리면서 나오시는 아버님을 보고
너무놀라
"엄마야~~"하고는 뒤로 물러서다가 넘어질뻔 했다
"얘야 괜찮니?"
넘어지려고 하는 혜영을 아버님이 언능 다가가 손을 잡아 주셨다
"네~~ 괜찮아요.."
"이런.. 내가 갑자기 나와서 놀란 모양이구나."
"네.. 조금요.."
"미안하다.. 나두 방문을 열려고 했는데 네가 거기 있는줄 몰랐구나"
"아니예요.. 잡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허허허~~ 혜영이 손이 아주 작구나.. "
"네? 네에~~"
아버님은 놀랬을 혜영의 등을 토닥여 주시더니 주방으로 들어가자고 이끌어 주셨다
혜영은 좀전에 행동이 조금 챙피스러웠지만
왠지 아버님과 친해진듯한 기분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헤헤.. 오늘 기분 좋다"
조그만 소리로 혼자 중얼거리고 아버님을 따라 주방으로 혜영도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