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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BY Mia0409 2002-08-27

비가 많이 오셨다는데
무고들 하신지 걱정입니다
더위에 지치시고 비에 지치셨을 터일때
우울해지시기 쉬우니 건강에 유의 하시기를 바랍니다


****************** 외로운 사랑! *************************

"절보고 간부사원들 앞에서도 강의 하라고요?"
"지난번 E-Group 한회장님이 여사원교육때 강의 하는것 보고 감명받으셨나봐요
게다가 그날 이후 여사원들 분위기도 여러가지로 긍적적인 반응이
많아서 사장단회의때 이야기가 되었고
그래서 간부사원들앞에서도 한번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어요"
"정말 산넘어 산이네요 그날도 다리가 떨려서 혼이 났는데"
"다리 떨리시는 분치고는 넘 의연하게 잘하시던데요"
"민사장님"
"이상해요 편집장 소리 듣다가 사장소리 들으니 전 여자라서 사장까지는 꿈도 꾸지 못했는데 어쨋던 회사내에서 은수씨 등장이후로 좋은일만 생긴다고 좋아들 해요"
"에구 할께요 그렇게 까지 부축이지 마세요 어지럽잖아요"
"그리고 카리비안으로 출발이 두주후 인데 출발준비는 다 되었어요"
"그게 아직 뭘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놀러가본적도 없는데 일까지 겹쳐서"
"윤기자에게 아니지 이제 윤편집장이지 윤편집장에게 준비에 필요한 리스트 드리라고 할께요 참고하세요"
"고마워요"

며칠후 간부사원들에게 강의를 하기 위하여 그룹대강당으로 들어서던 은수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수에 놀란다

<어머나 숫자가 생각한것 보다 많으네>

대부분이 남자인 간부사원들인지라 분위기가 무척이나 가라 앉아 있었다
앞줄 가운데 상석엔 나이든 하얀 백발의 신사가 한승규 E-그룹 회장과 다른 중년의 남자사이에 앉아 예사롭지 않은 눈길을
그녀에게 보내고 있어 은수는 더욱 머리결이 주삣거리지만
애써 태연하게 연설하는 단상으로 올라서 말문을 연다

"안녕하세요 저는 정은수라고 합니다
저를 사람들은 이름대신 아줌마로도 부르긴 하더군요
그래서 어떨땐 저자신의 이름을 소개하는 대신
정 아줌마라 소개할까도 해본적이 있답니다"

은수는 이럴때 한번은 웃어 주어야 할 관중이 조용하자 맥이 빠진다
자신의 의도가 빗나가고 이들은 웃어주고 내이야기를 들어줄 자세가 되어있지 않다는 판단이 서자 은수는 마이크를 빼들고 연단 앞으로
몸을 움직여 상석에 앉은 노신사의 앞으로 다가간다

"저 할아버지 할아버지 울어본적 많으세요"

은수가 노신사를 할아버지라 호칭한 순간 장내가 술렁인다

노신사는 은수의 당돌한 질문에 불쾌하기 보다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어준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솔직히 대답해주셔서
자 우리 저 할아버지 처럼 솔직해 봅시다
여러분 울어본적있으세요 물론 눈물은 흘린적이 있으시겠지만
가슴속이 후련할 정도로 목이 터져라 소리내어 울어본적이 계셔요
그런분 계시면 한번 손들어 봐주세요"

은수는 손드는 이 하나 없는 장내를 한번 쓸어보고는 그럴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다시 말을 잇는다

"아마도 없으신 경우가 많으실꺼예요
저부터 저의 아들녀석이 울려면 등짝 한대 짝 때리면서
울지마 남자는 우는거 아니야 장군감이 울면대 하고
아이가 울기회를 막아 버리니까
자 우리 한번 이기회에 울어볼까요"

울자는 은수에 반응에 오히려 좌중에서 여기저기 웃음소리가 들린다

"저만 청개구리 성질이 있는줄 알았는데
여기에도 청개구리과가 많으시네요
울어보자고 했는데 웃으시고 웃자고 하는말엔 웃지 않으시고"

이번에 더욱 큰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전 명강의를 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여러분들보다 세상에서 말하는 가방끈이 좋은사람도 아닙니다
그런데 여기에 서게되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무슨말을 해드릴까 정말로 난감했었습니다
저보다 배우시기도 더 많이 배우시고 사회경험도 많으신데
실력으로나 실전으로 딸리는 제가 어떤강의를 해드려야 할까
정말 고민이 되었습니다
사실 제가 여기 서면 저에게 섭섭하지 않게 강의료를 주시는데
최소한 그강의료가 아깝다는 소린 듣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제 아들이 제고민을 해결해주었습니다
친구와 싸우고 들어온 녀석이 우는거예요
그래서 등짝을 때려주며 울지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곧 제 잘못을 알았죠
아이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지 않고 울지말라고
먼저 혼부터 내어주었던겁니다
자신의 감정이 슬픈데 엄마가 아이의 감정표현을 막고 있었던겁니다 왜요 왜 제가 아이의 울음을 먼저 막았을까요
아마 딸아이가 울고 들어왔다면 전 아이를 달래주었을겁니다
그런데 아들아이가 우니까 보기 싫었던겁니다
여기서 제가 아들딸 차별한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요
제게 습관처럼 남자는 울지 않아야된다는 생각이 관념화 되어있었던 탓이니까요
그러면 슬퍼도 울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은 어떤 어른으로 자랐을까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어른으로 자란거죠
기쁠때 기뻐하지 못하고 슬플때 슬퍼하지 못하면서
그래서 술을 마신 핑계로 속에 감추어진 진실을 말하는 사람도 있고 왜 한국남자들의 욱하는 성질 이것도 어느정도는 자신의 감정을 때때로 표출못하는데서 오는 하나의 감정표현이죠
그럼 이 남자들이 한집안의 가장이 되었을때 어떻게 될까요
아내에게 사랑하는 감정을 제대로 전달못하는 남편
칭찬에 인색한 아빠로 가정에 절대군주로 자리잡고 있는겁니다
그런 군주들이 사회에 나와서 일을 할때 어떤태도로 일을 할수 있을까요
그건 이기적이고 편협한 생각으로 자신의 감정이 잘받아들려지지 않을때 당황하고 화를 내고 상대방의 감정에 대해서는 인색한 그런사회인화 되어가는 거죠 전 여러분에게 웃고 싶을때 시원하게 웃으시고 울고 싶을때 속이 후련하게 울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전 감정 표현을 잘하시는 분이 일도 잘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억눌리지 않은 감정은 자신감을 만들어주고 그 자신감은 얼굴에 나타납니다 그런 사람과 어느 누가 일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웃을때 웃고 슬플때 울고 자신의 잘못이 있을때 사과하고
남이 잘했을때 스스럼없이 칭찬하고 그렇게 사시기 바랍니다
인생은 하얀 백지와 같습니다
여러분이 어떤 그림을 그리시느냐는 전적으로 여러분의 몫입니다
하얀 백지위에 하얀물감으로만 그림을 그리시던
까만 물감으로만 그리시던
아니면 여러가지 색깔로 화려하게 그리시건
그건 여러분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짧은 인생을
하얀물감만 쓰기에는 그렇다고 까만 물감만 쓰기에는
너무 단조롭지 않을까요
여러분 남들앞에서 우시기 힘드시다면
오늘 집에가는 길에 한강에 한번 가보세요
그리고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시면서 유서한번 써보십시요
무엇을 잘못살았는가 어떻게 살고 싶었는가
남겨지는 가족에게 무슨말을 남기고 싶은가
그럼 눈물이 나실겁니다 실컷 우세요
속에 아무것도 남기지 마시고 지꺼기도 남기시지 마시고
그리고 새롭게 시작하십시요 따듯하고 향기로운 마음만을 지니신체로
행복하게 사십시요 여러분이 행복해야
여러분의 가정도 여러분의 직장도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길고 두서없는 이야기 들어주셔서"

은수는 말을 마친후 좌중을 향하여 고개를 깊숙이 숙이며 인사를 하고 강단을 내려오는데 한승규회장의 옆에 있던 백발의 노인이 천천히 일어서더니 은수를 향햐여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강단에 모여있던 모든 사람들이 일어서서 은수를 향하여 박수를 쳐주었다

은수는 직원 휴계실로 가서야 겨우 떨리던 마음을 진정시키며 물을 마시고 있을때 한승규 회장과 함께 백박의 노신사가 들어서는 모습을 보고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선다

"은수씨 저희 정경그룹 명예회장님이십니다"
"반갑소 나 한동영이요"

젊은 사람 못지 않은 근력있는 몸짓으로 그녀에게 손을 내미는 한회장의 손을 마주 잡으며 은수는 승규가 한회장을 닮지 않고 그의 어머니를 닮았음을 느낀다

"아까 몰라 뵙고 실례가 많았습니다"
"몰랐다 그런것 같지는 않고 일부러 그런 느낌입디다 날 잡아야 그방 분위기를 휘어 잡을수 있다는 계산 내 말이 틀렸소"

은수는 속을 틀켜서 잠시 움찔하긴 했어도 이내 미소를 지으며
수긍을 한다

"네 맞습니다 그분들은 제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셨어요 제가 한가지 건의를 해도 될까요 회장님"
"솔직한 사람이군 게다가 나와 이야기를 해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고 난 그런 사람을 좋아하지 건의 할꺼란건"
"전 사원을 통해서 유서쓰기운동을 한번 해보세요 회장님"
"유서 쓰기 운동이라"
"네 제가 아까 집에 가시는 길에 유서를 쓰라고 했지만
그럴분 몇분 계실것 같지 않네요
하지만 회사의 계시판에 익명으로 유서를 한번 써 보라고 하세요
전 사원에게 아침에 한시간정도 일찍 나와서
물론 회장님이 그에 해당하는 보너스는 지급해주셔야겠지만
나중에 절대로 손해 보시지 않을꺼에요
직원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좋은일일테니 한번 해보십시요"
"나쁘지 않은 생각인거 같군 한승열 회장 한번 추진해보게 E-Group은 한승규회장이 맡아서 시도 해보고"

은수는 그제서야 승규옆에 서있던 한승열 회장을 보면서 그는 아버지를 많이 닮았구나 생각한다 강단있고 날카로운 눈빛이 승규의 눈빛과 닮아 있었지만 승규보다 더욱 차갑게 빛나고 있어 그의 아버지인 한동영회장이 젊었다면 이런 모습이었겠구나 할정도였다

"자 그럼 우린 갈테니 한승규회장이 점심식사라도 대접해드리지
정은수씨라고 했던가"
"네 회장님"
"앞으로 기대가 커요
한승규회장이 이렇게 의욕적으로 일하는 모습도 보기 좋고
이사람은 언제나 내겐 반골이었거든
은수씨를 광고 모델로 사용후 반응도 좋고
어쨋든 난 사람을 볼줄아는데 상이 좋구만"

한동영 명예회장과 한승열회장이 나가자
은수는 그제서야 자리에 쓰러지듯 주저 앉아 탁자위에 고개를 뭍는다
승규는 그들을 배웅하고 다시 돌아왔을때
은수가 휴계실 탁자위에 고개를 파뭍고 있자
그녀가 잠들었나 싶어 그녀의 자리 앞에 가서 소리 없이 앉는다

자는 줄 알았던 그녀가 고개를 들지 않은체 그에게 한마디를 던진다

"외로우셨겠어요"
"............."

승규는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그녀는 단번에
그의 아버지인 한명예회장과 형인 한승열회장을 보고는
그의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가 서서히 고개를 들자 그제서야 그는 은수가 울고 있었음을 안다

"왜 우는 거요"
"몰라요 제가 왜 우는지 그저 당신이 외로웠을거란 생각이 들자
눈물이 났어요"

승규는 자리에서 일어나 은수의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앉아 그녀의 눈가의 눈물을 닦아준다

"울지말아요 난 이미 그 외로움에는 이길준비가 되어있소
그런데 나를 더욱 외롭게 만드는건 당신이라오"
"미안해요 알고 있어요 그래서 더욱 슬퍼요"
"슬퍼하지 말아요 그러면 내가 더욱 외롭다는걸"

은수는 더이상 그의 말을 듣지 못하고 그의 머리를 껴안는다

"난 사랑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거라 믿어왔어요
그래서 더욱 당신을 사랑하지 않으려고 애써왔어요
왜?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거죠
전 당신을 사랑해도 사랑한다 말할수 없어요 그래도 괜찮은가요"
"은수 당신도 날사랑하는거요?"
"어떻하죠 전 어떻하면 되나요?"
"당신은 그대로 거기있어요 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오
당신이 날 사랑한다니 이제는 알았으니
그걸로 난 이제 외롭지 않는다오
설사 외로운 사랑이라 할지라도
당신을 일로 볼수 있고 당신과 일때문이지만 여행도 갈수가 있으니
이만함 난 견딜수 있소"
"미안해요 난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수가 없어요
그것만은 그것만은 정말로 하고 싶지가 않아요"
"걱정하지 말아요 그런일은 절대로 없을테니까 자 갑시다
당신 배고프지 않소 난 배가 고프다오"

아담하고 소박한 한정식집에 마주 앉은 두사람은 말이 없다
그저 서로의 눈빛만을 바라보며 안타까움만 삭이고 있을뿐
정갈한 방 분위기처럼
하얀도자기에 담긴 음식들은 정갈하고 담백했지만
두사람은 아무말 없이 고개를 숙인체 수저만을 움직인다

그때였다 자그마한 노크소리와 함께 60대의 초로의 여인이 쟁반에
무엇인가를 받쳐들고 들어선다

승규가 들어서는 초로의 여인을 보자 반색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유모"
"어서 오세요 도련님 반찬이 입에 맞으셨어요?"
"네 누구 솜씨신데요 자 은수씨 인사하세요 저를 키워주신 유모세요"

그제서야 은수는 여인에게 깊숙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승규의 유모라는 초로의 여인은 따듯한 미소로 그녀에 인사에
답하며 은수가 승규와 어떤 사이인지 몹시 궁금해 하는 눈치였다

"승규 도련님이 여자분하고는 처음이시라 실례인줄 알면서도
이렇게 무례를 범했습니다"
"아닙니다 무슨말씀을 음식이 너무 정갈하고 맛이 있어서
감탄을 하며 어떤분이 만드셨을까 궁금해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실망하시지는 않으셨습니까 궁상맞은 노인네라서"
"무슨 말씀을요 음식이 주인아주머님을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도련님과 함께 오신분의 칭찬이라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입이 벌어지는군요"
"유모는 건강은 어떠세요 자주 오지 못해서 죄송해요"
"무슨 말씀을요 바쁘신거 다아는데 지난번 밑반찬 보내드렸는데
식사는 거르지 않으시죠"
"그럼요 아침에 유모가 정성것 갈아준 생식도 꼭 먹고 있어요"

은수는 모처럼 승규가 편히 웃고 있는 모습을 보자 더욱 그에대해
안스러운 마음을 느낀다
이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거라 생각했건만
사랑은 흘러가지도 그렇다고 두마음이 될수 없다 생각했는데
그녀는 이제 더이상 자신의 감정을 속일수가 없었다
더구나 그앞에서는 하지만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을 배신하고
그들에게 상처를 줄수는 없는 현실에 그저 답답하고 살이 헤어지는 깊은 상처에 소금이 뿌려지는 그런 쓰라림만이 그녀의 마음을 덮고 있었다

"저 여기서좀 내려주세요 좀 걷고 싶어요"
"조심해서 들어가구려"
"네 점심잘먹었어요 조심해서 가세요"

그를 보내고 집으로 걷던길에 비가 나리시기 시작했지만
은수는 뛰지 않는다
다만 이비에 자신의 복잡한 마음이 씻기어 나가기만을
빌어본다 집에 돌아가서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아이들 얼굴 남편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 은수는 어느새 젖고 있는 옷에는 아랑곳 없이
더욱 천천히 발걸을 옮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