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9일-짠한 겨울정취
출근길 달리는 버스 창가로 따가운 아침 햇살이 들이친다.
흰 눈이 정갈하게 내려앉은 한강 둔치,
파스텔톤 하늘로 솟구친 짙고 단단한 나뭇가지들.
승객들은 정차할 때마다 막 배달된 우유처럼 차고 신선한 공기를 실어 나른다.
출근길 서울은 거리에 생동하는 빛의 움직임,
희뿌연 겨울 공기의 촉감까지 담아냈던
모네나 피사로의 걸작들과 닮아 있다.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겨울 정취가 가득하다.
저번주에는 퇴근 후 지인들과 친척들에게 나누어 줄
선물세트를 구입하러 가까운 백화점을 방문했었다.
설 선물, 제수용품보다 눈이 가는 것은 두툼한 ‘패딩 점퍼’였다.
‘겨울 옷 대방출’ ‘코트 점퍼 염가 세일’ 문구에 걸음을 재촉하는 알뜰족들.
행여나 누가 먼저 집을까 입술은 마르고 식은땀은 줄줄 흐른다.
마지막 겨울의 끝자락에서,
시꺼먼 외투들은 ‘60% 세일’이라며 마지막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봄 신상품에 무대를 물려주고 퇴장하는 그 모습이 ‘짠’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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