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지계(借刀之計)란 남의 칼을 빌려 일을 해결함, 이란 뜻이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란 남의 입을 빌려 누군가를 헐뜯고 남의 손을 빌려 누군가를 해코지하는 기술이 넘쳐나는 곳이다. 하여 무엇이 진실인지 가려내기 매우 힘들다.
우리를 대신하여 진실을 가려 준다는 기자들도 돈과 권력에 결탁하여 가짜뉴스를 전달하는 일이 다반사이니 과연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몰라 혼란하긴 매한가지다. 지나간 사건이 정권이 바뀌면서 뒤 집어질 때는 그 결론마저 의심이 들기도 한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라는 영화의 대사에 사람들이 열광한 건 그 말 자체가 정치의 속성과 너무나 닮아서였다. 자신의 유. 불리를 따져 수사하는 정치 검찰들도 진실을 찾기보다는 자신이 믿는 그분의 입맛에 맞는 맞춤형 수사를 한다.
아무리 대본을 잘 짜도 살아 움직이는 것이 정치다 보니 엉뚱한 수혜자가 생기기도 한다. 2017 년부터 시작된 적폐 수사에 처음엔 모두 환호했었다. 허 나 몇 년에 걸쳐 끊임없이 적폐 수사란 말을 듣다 보니 나중엔 피로감이 몰려왔다. 제발 이제, “그만 좀 하지”이건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나 보다. 2021 대선에 엉뚱한 영웅이 수혜를 입는 걸 보면서 역시 정치란 참으로 재미있구나? 생각하며 혼자 웃었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듯이 적당한 선에서 물러설 줄 아는 현자의 지혜가 아쉬웠다.
물론 나는 2021년 대선에 투표조차 하지 않은 방관자이다. 이점에 대해 나도 할 말은 많다. 믿을 만하고 지원하고 싶은 후보가 없는데 아무에게나 내 소중한 표를 줄 수 없어서라면 이유는 충분하다. 때와 장소 상황에 따라 자신의 말을 뒤집어 버리고 전혀 다른 말을 하는 신뢰할 수 없는 정치인은 소신의 정치 대신 대본의 정치를 할 확률이 높다. 지도자의 모든 결정은 국민의 삶과 직결된다. 지도자가 우리를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의 땅으로 데려가는지 아니면 국민 모두를 진창에 처박는지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알 수 있다.
금융기관의 부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서 외화를 마구 방출하고 외환보유고를 바닥이 나도록 만들었던 건 정치였다. 결국 IMF라는 사상 초유의 비극을 초래했지만, 책임은 일반 서민들의 몫이었다. 배운 사람, 못 배운 사람, 또는 정권에 가깝고 멀고를 떠나 모든 사람이 예측 가능한 사회가 좋은 사회이다. 미친 듯 뛰는 집값에 영혼을 팔아가며 헐레벌떡 집을 사는 그런 사회 말고 차곡차곡 모아가며 계획적으로 내 집을 장만하는 사회가 좋은 사회이다. 누구나 예측하고 계획하면서 소소한 행복이 보장되는 안정된 사회는 일반 서민들의 미래를 든든히 받쳐준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곡물과 기름은 뛰고 금리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이 불확실한 시대를 사는 우리는 지금의 정세를 면밀하게 분석하여 지도력을 발휘해 줄 구원자가 필요하다. 끊임없는 정쟁으로 서로를 비난하며 대치만 일삼는 야만의 정치가 이제는 신물 난다. 거대 양당의 정치인들 입에서 국민을 위해 헌신한다는 끊임없는 염불은 과연 진실일까? 지도자를 둘러싸고 입으로 비파를 켜는 이들이여 또는 상대를 함몰시키기 위해 악마와도 거래하는 이들이여 부디 그대들의 말처럼 국민을 위해 헌신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