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0일-성숙을 위한 독한 가을.
구름 걷히는 초겨울.
찬바람에 떠는 가로수들이 떨어뜨리는
마지막 잎새.
이제 떨어질 나뭇잎도 몇 개 남지 않았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를
찬바람이 거침없이 드나든다.
화려했던 풍경이 사라지니
겨울에도 지지 않는 푸른 잎들이 비로소 눈에 잡힌다.
돌보는 사람 없어도
늘 같은 모습으로 꿋꿋하게 서 있는,
상록수의 계절.
바람 불어 더 추운 날.
오 헨리 단편소설의 제목.
소설처럼 11월 집 앞의 담쟁이덩굴 잎을
쳐다볼 일은 드물겠지만
이야기의 각인 효과는 아직도 여운을 남긴다.
마지막 작품으로
세찬 비바람에도 떨어지지 않을 잎을
담에다 그려놓고 세상을 떠난 무명 화가.
그 그림을 보고 병세가 호전된 환자….
이런 상념 속에 따뜻한 겨울을 맞는다.
세월은 각자 ‘나이만큼의 빠르기’로 흘러간다.
16세 청소년에겐 시속 16km,
환갑노인에겐 시속 60km,
‘검버섯’ 고희는 시속 70km.
눈 깜빡할 새.
‘20∼24세는 2학년 1학기,
25∼29세는 2학년 2학기’식의
‘나이 셈법’도 있다.
6학년을 마친 70세부터는 덤 인생.
‘1학년은 철학자, 2학년은 교수, 3학년은 학생이다.’
독한 가을의 끝,
하지만 성숙을 위해
또 겨울이 버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