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7일-이제 떠나려는가
늦가을 짧은 비손님,
그냥 가지 않고 어김없이 찬바람을 데려왔다.
바람과 함께 찾아온 요즘 하늘은
한 점 잡티도 없는, 푸르고 맑은 최고 미인D이다.
고개 들어 넋이 빠져라 쳐다볼라치면
쌩 하는 찬기가 죽비처럼
사납게 얼굴을 때린다.
화들짝 놀라 몸을 움츠리며
옷매무새를 가다듬는다.
밤하늘에 잠시 반짝인 별인지,
‘흐붓하게’ 대지를 덮은 메밀꽃인지는
중요치 않다.
한 해를 기다려온 모든 이에게 첫눈은 첫눈이다. ‘
나는 알지 못한다. 그것이 빛인지 어둠인지.
무성한 숲 속에서 노래하는 것이 바람인지 수탉인지.
어쩌면 들판 위에 겨울 대신 백조들이 풀밭에 내려앉는 것이리라’.
(세르게이 예세닌 ‘나는 첫눈 속을 거닌다’)
저마다의 첫눈으로
마음을 덥히는 한겨울의 초입.
단풍과 낙엽, 찬바람, 하늘….
마음껏 즐기되 마음을 빼앗기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