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난 배가 고프다
우리 집 마당의 단감은 이제야 제철을 맞았다고 때깔 고운 채색을 하고는 제법 멋을 부리는구먼. 이름하여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렸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이 찐다 하니 내 얘기는 아닌 것 같고. 그런데 어쩌자고 나는 대책도 없이 이리 평수가 자꾸만 넓어지는고.
누가 그따위 말을 했을꼬. 늙은이는 소식을 하렸다? 젊은 것들은 맘껏 먹고 기운 없는 늙은이는 좀 서운하다 싶게 숟가락을 놓으라구? 아직 점심이 되려면 멀었고 저녁이 되려면 중천의 해도 넘어갈 채를 않는데, 어쩌라고 내 배꼽시계는 주책도 없이 벌써 쪼르륵 쪼르륵 울어대는고.
오늘도 불룩 솟은 배를 힘주어 들여밀고는, 진짜로 오늘부터는 소식을 하겠다고 작심을 하고 주발을 채운다. 그만 채울까 그래도 서운해서 주걱으로 꾹꾹 눌러서 식기를 채운다. 눌러서 더 얹은 밥을 다시 눌러놓고는, 이만하면 소식이다 하고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흐믓해 한다.
앓고 난 영감의 입맛을 신경 쓴다고, 푸짐하게 한 상 벌려 들여밀지. 그러나 워낙 입이 짧은 양반이라 살피지 않으면 숟가락이 오갔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덮어 놓자니 귀찮고 버리기도 아까워서 이것저것 챙겨먹었더니 내 배만 살찌운다. 어디 배만 살이 찌겠는가.
나 출출하면 공연히 양처(良妻)인양 말도 없는 영감을 꼬득여 야참을 챙기니, 그 또한 내 몫이 더 찰지다. 이젠 뭘 좀 먹겠느냐고 물으면, 영감은 그 속을 내가 안다는 듯이 싱글거린다.
“먹지 뭐.” 나를 위해서 먹어준다는 투다.
이런. 내 옷방에는 30년이 넘은 옷이 즐비하다. 너무 아까워서 버리지도 못하고, 그래도 아직 입고 나서면 멋지다고 한다. 30년이 지난 옷이라 하면 모두들 놀라서,
“몸 관리를 잘했나 보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나는 살이 쪄서 고민해 본 적이 없었구먼.
핑계는 코로나 때문이라 하지만, 아무튼 그동안 영감 병수발로 만보걷기도 끊은 지 오래다. 잘 먹고 운동도 못하니, 내 몸도 살이 찌기는 하는구먼. 살이 찌려니까 배고픈 걸 참지 못하겠다. 어쩌다 작심을 하고 밥 량을 줄여보았더니, 채 끼니도 되기 전에 허기가 지더구먼.
실내에서 만보걷기를 시작한 지 한 달. 쉬다가 하려니 그것도 힘이 든다. 그래도 걸어야지.
5kg은 빼야겠다. 앞에는 배가 불룩, 뒤로는 엉덩이가 불룩. 거울에 비췬 내 몸둥아리가 가관이다. 우짜꼬. 지금도 배는 고픈디... 오늘만 먹을까나? 내일부터 다이어트 해? 훗훗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