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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딸이 날아왔어요


BY 만석 2022-08-14

영감의 와병 소식에 미국에서 큰 딸이 날아오겠다 한다.
이래저래 늙으면 자식들에게 큰 짐덩어리구먼.
이제 웬만하니 안 와도 된다고 손사례를 쳤지만 기어이 오겠다는구먼.

큰 꿈을 안고 도미를 해서 두 딸을 박사로 키워 억대 년봉녀로 만들어 놓고는,
"이제는 내 인생을 산다!"며 만세를 부르던 차에, 영감의 소식을 들었다 한다.
영감 팔순에 불러서 우리 내외가 미국을 다녀왔으니 4년 만의 상봉이로구먼.

파김치를 좋아하던 그녀. 총각김치의 이름이 마음에 든다며 즐겨 먹던 그녀.
김장 속을 버무릴 때면 양푼을 부여안고 떨어질 줄 모르던 내 딸.
아, 오징어찌게는 필수가 아닌가. 그렇지. 오이김치도 좀 담아야겠는 걸.

그녀가 온다는 전화를 받고 마음이 급해졌다.
"엄마~! 우리 엄마 어디 계세요." 환갑이 불원해도, 나는 그녀에게 언제나 '엄마'다. 나도 그게 좋다. 나이 쉰이 훨씬 넘었지만 내 눈에는 아직 어리고 여리기만 해 보이는 딸이다. 

일본에 있는 막내아들한테서 전화가 온다.
"큰 누나를 한 달만 붙잡아 놓으세요."
저희도 오겠다는 소리렸다?! 나는 큰 손님을 치르게 생겼고 영감은 호사하게 생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