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하늘 아래 운동회 연습인지 체육시간인지 중학교운동장에서
아이들이 제각각 열심히 운동을 한다. 학생 두명이 열심히 달리는 걸
나는 물끄러미 쳐다보며 골인점을 확인한다.
한명이 골인점에 먼저 도착하고 박수가 터진다.
좋은추억인지 나쁜추억인지 나도 중학교때 달리기를 좀했다.
선수정도는 아니었지만 난생 처음 선수의 기회가 주어졌다.
우리반에서 제일 날쌔게 달리는 친구가 운동회 날 배탈이 나서
내가 어부지리로 그자리를 대신했다.
같은학년에서 날고 뛰는 아이들이 모여서 시합을하니까
당연히 결과는 좋지 않았다.
6명중 5등이었다.
선생님도 잘했다는 인사말도 없어서 기분이 안 좋았지만
생애 처음으로 선수로 뛰어서 그맛과 그느낌은 기억이 생생하다.
울엄마가 달리기는 잘하셨지.
나 초딩때 운동회날 오셔서 어머니선수로 뛰셔서 부엌살림을
제법 쓸어 담으셨다.
양은 냄비와 플라스틱 바가지를 아주 오랫동안 잘 사용했다.
엄마는 아마 상품에 눈이 멀어서 참석하셨을지도 모른다.
그당시에 우리는 잘살지 않아서 뭐든지 아껴쓰고 안쓰는 추세였다.
하루는 내가 이가 흔들거려 엄마에게 말씀드리니 당장 뽑아주신다고해서 걸음아 날 살려 하면서 도망을 쳤다.
그런데 우리엄마가 누구시던가?
왕년의 달리기선수였던 박여사님이 열심히 날 쫓아 달리시더니
얼마못가 나의 뒷목이 엄마손에 잡혔다.
싫다고 이빨 안 뺐다고 울어보고 빌어봐도소용이 없었다.
두꺼운 실에 걸린 내앞니는 맥없이 빠졌는데 이상하리만큼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그당시에 그렇게 이빨을 빼주신 엄마 덕분에 그나마 덧니도 없고
그런대로 이모양새가 봐줄만 한거다.
나도 뛰어보았다.
몇십미터도 못뛰고는 숨이 할딱거려 이내 멈추었다.
지금 100m달리기를 한다면 몇초에 뛰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