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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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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 발표를 맞치고


BY 가을단풍 2022-04-26

어제는 학교에서 과제 발표가 있었다.
처음으로  ppt를 만들어 보았다.
내용은 "가족 내 인간관계"였다.
어느 가정이나 여러가지 상황들이 서로 뒤엉키게 마련이다.
우리 가족을 모태로 ppt를 만들다보니
자연스럽게 남편과 아이들 이야기가 사례가 되었다.
그동안 살아왔던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남편과 결혼하게 된 이유부터
함박눈이 내리던 날 ,볼 따귀가 쌔 빨갛게 태어난 큰 아이를 비롯해서
온통 산과 들이 꽃 잔치를 열릴 때 태어난 작은 딸아이
온 천지가 프르름으로 흔들리고,, 각 사찰에서 초파일 행사가 무사이
끝난 그 다음날  태어난 막내 딸아이가 태어났다.
나의 과거를 뒤돌아 보게 되었다.

울고 웃는 인생 고개 살아오면서
쓰디쓴 아픔과
숨이 꼴까닥 꼴까닥 웃어 넘어갈 정도로 재미 있었던 이야기들도
많았다.
그러나 아이들을 길러내면서 아픔도 기쁨도
60이 넘어서 살펴보니 이런 것들이 내 인생이 되어버렸다.
그때는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그때의 소중함을 몰랐던 것' 같다. 

나는 지금까지 돈을 한 푼도  안 벌면서 취미 생활을 계속하였다.
그것도 모자라서 대학공부까지 하다니
남편의 가죽까지 벗겨내고 있는 것 같았다.
돈을 벌고 싶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돈을 벌어야 되겠다.
조금만 움직이면 돈이 되는 것을 너무 세상 물정을 모르고 살아온 것 같다.
자원봉사부터 시작해야지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그런다 보면 약간의 용돈이라도 벌 수 있으리라.
딸 셋 기르는 것도 쉽지 않은데..

집안 구석 구석이 아주 허름하다.
아이들 유치원때 샀던 옷가지들이 지금까지 옷장에 걸려있다.
부끄럽지 않았다.
옷 장사 굶어 죽겠다는 말에 그냥 웃어 줄 뿐.
주방에 놓여있는 식탁이 20년을 넘게 썼다.
의자가 일그러져서 못을 몇 개 처 주었더니 쨍쨍하다.

정신없이 살아오면서
세월이 지나고보니 일그러지고 찌그런진 부분까지
내 인생이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내 인생을 만들고 우리 가족의 인생을 만들었다.
ppt 발표를 하면서 가족사가 들어나면서
내 앞에 관객으로 나와 있는 친구들  눈빛이 밝혀지더니
점점도 웃음이 묻어 나고 중간 중간 폭소를 터트리기까지 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확실하게 친구들의 눈에서 똘방 똘방 쌍나이트가 켜지는 것을 보며
교수님께서 꾸벅 꾸벅 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강의를 좀 더 길게 끌었다.
드디어 교수님도 눈을 뜨고  흐흐.....
깔깔깔 흐르륵 흐르륵
아마도 아이들 기르면서 속 썪 었던 사례가 재미 있었나 보다.
강의를 맞치고나니 교수님께서
"쉽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셨는데 잠 어렵지 않게 잘 푸네. 저렇게도 푸네."하고
한마디 툭 ㅡ 던지셨다.
여러분!
여려분도 강의할때 중간 중간 사례를 넣어보세요.
아뭏튼 사례까지 넣고 강의를 하니까 더 재밌내."교수님이 평가가 끝나기가 무섭게
화장실로 달려가 쏴아ㅡ 으흐 시원하다.
여기서 좀더 웃자 흐흐흐흐....

내가 이 나이에 대학에서 ppt를 쏠줄이야.

수업 시작하기 전에 교수님께서 피곤해서 죽을 것 같다고 하셨다.
내가 좀 더 수업을 끌어서 교수님 쉬게 해드려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강의 중간 중간에 사례를 집어 넣었던 것이 오히려 성공적 이었나 보다.
20장 정도 만들어 놓은 ppt를 가지고 1시간이 넘게 강의를 한 것 같다.
아줌마의 수다가 발현된 것 같다.
발표를 맞치고 교수님 평가가 있었다.

동료들도 한마디 했다.
"차라리 전문 강사로 나가요."
워낙 겪은게 많아서 입에서 줄줄줄... 어째서 그렇게 입에서 줄줄 나와요?
또 한마디 했다.
"선생님은 티칭 기술이 뛰어난 것 같아요."
이히히히............
남들에게 표시 내지 않고 좋아하려고 고생했다.
내가 우리 가족을 지키면서 그때는 그때의 소중함을 몰랐지만
세월이 지나간 나의 자리가 이렇게 소중했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한가지 덧붙여서 말하자면
남편은 나를 길렀고
나이들이 성장하면서 그 아이들이 또 나를 길렀던것 같다.
내가 이렇게 크다가는 하늘까지 닿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