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갔었어
후배가 손으로 꾹꾹 눌러쓴 손펀지와 함께 건넨 소설,
아버지 생각에 선뜻 펼치지를 못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궁금해지기 시작해서
선물한 후배에 대한 예의도 아닌 것 같아서
표지를 들추게 되더라.
먹먹하게 읽었다.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을 하면서.
우리 아버지는 물론
소설 속의 아버지와는 다른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임에도
어떤 면에서는 비슷하게
어떤 상황에서는 똑같은 모습으로 겹쳐지고 있었다.
지금 알았던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내가 조금 더 아버지에게 살가운 딸이 되었을까?
내가 아버지랑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까?
그 때의 나는
아버지에 대해 지극히 무관심했던 것 같다.
아버지의 상황을 알고싶어하지 않았고,
아버지와 얘기를 많이 하지도,
그 마음을 헤아리지도,
그 상황을 헤아리지도 않았으니...
아버지를 추억할 수 있는 게
고작 몇 장면 밖에 없다,
고작 몇 가지의 겹치는 음식밖에 없다.
그래서
아버지가 안 계시는 지금,
아버지와 얘기할 수 없는 지금이
더 마음 아픈 것 같다.
소설속의 나처럼
아버지와의 마지막 시간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큰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마지막 시간을
바쁘다는 핑계로
힘들다는 핑계로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는 나만의 판단으로
아버지의 시간을 헤아리지 않고
자꾸만 외면했던 내가
한없이 부끄럽고 아버지에게 미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