촤근에 아는 지인이 별거 중이란 얘기를 들었다.
수 년째 협의 이혼으로 가느냐, 재판으로 가느냐 선택의 기로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란다. 이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막장 드라마를 보면서 저게 말이 돼? 드라마니까 꾸며낸 이야기겠지 하던 내용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이들의 사연은 이렇다. 남편 되는 분은 부인이 40대부터 바람이 난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수 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마음에 너무 상처가 되고 분이 나서 견딜 수 없었던 남편은 이혼을 하기 위해 불륜의 증거들을 하나씩 모았다. 그때는 간통제가 폐지 되기 전이라 두 남녀를 감옥에 보내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자식들이
눈에 밟혔다. 외도를 저지른 부인도 잘못했다 싹싹 비는데다 차마 남에게 말하기도 부끄럽고, 자식들 장래를생각해서, 연로하신 부모님 생각해서 어쩔 수 없이 용서해 주기로 했다.
그렇지만 말이 용서지, 한 번씩 불쑥 불쑥 올라오는 분노 때문에 그의 마음은 지옥과도 같았다. 한 번 금이 간 그릇은 영원히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없듯, 신뢰가 깨진 그들 부부의 삶은 아무일 없었던 이전과 같은 삶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러다 남편은 하나의 결단을 하게 된다. 도저히 마음으로 용서가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혼하지 않고 살기로 했으니 이 악물고 진짜 용서하자고. 그 결단을 확고히 하기 위해 그동안 지니고 있었던 아내의 불륜 증거들을 하나 남김 없이 없애 버렸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간통제가 폐지 되었다. 아내의 태도가 점점 변해갔다. 그리고 또 다른 남자를 만나게 되고. 시간이 흐르자 아예 대놓고 이혼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별거를 하며 따로 살던 남편에게 찾아와 간통제도 없어졌으니 불륜이 죄도 아니고, 당신이랑 더 이상 살기 싫다는데 왜 이혼을 해주지 않냐고 난동을 부리곤 했다. 심지어 불륜남을 대동해서까지 말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아내가 정말 나쁜 사람으로 보이지만 그 부부 속을 누가 알겠는가, 처녀가 아이를 가져도 할 말이 있다고(사실 요즘 시대에 이런 비유를 쓰는 게 옳은지 모르겠다) 부인 나름대로 할 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내막이 있던 불륜이 정당화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어느 드라마에서 불륜을 저지른 남편이 자기를 나무라는 아내에게 적반하장격으로 사랑이 죄는 아니지 않냐고 항변을 했다는데....
맞다. 사랑 자체는 죄가 아니다. 사랑만큼 고결하고 아름다운 게 어디 있을까? 하지만 그 사랑이 누군가에게 죽을 만큼의 고통을 주는 사랑이라면, 어느 한 사람의 행복을 짓밟고 하는 사랑이라면 과연 그 사랑이 죄가 아니라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