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5일-포근함을 얻은 자의 여유
거리엔 봄향기 가득.
흐드러지게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부드럽다.
겨우내 품고 있던 독기가 한풀 꺾였다.
앙상한 가로수 가지에도 곧 초록빛이 움틀 것이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거리로 데이트를 나서거나
노점에 즐비한 물건들로 눈요기를 하기 좋은 날씨.
야외에서 햇살을 쬐며 마시는 커피가
잘 어울리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주말엔 파스텔톤 스카프를 사러 나서는 것으로
봄맞이 채비를 하는 것도 좋겠다.
“그때가 좋았지.”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당신 손에 그때로 돌아갈 수 있는 티켓이 들려 있다면.
잠시 망설이지만 많은 이가
“다시 돌아갈 마음은 없다”고 고백한다.
유명 인사들은 더 단호하다.
격랑을 겪는 20대에는 스무 살을
청춘의 꽃이라 부르지 않는다.
성큼 다가온 봄에 지난 계절에 대한 아쉬움이 고개를 든다.
하지만 이도 포근함을 얻은 자의 여유다.
봄날 어린이집은 개그 콘서트 무대.
노랑 병아리 하나가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왜 병아리인지 아니.”
다른 병아리가
“엄마 아빠가 닭이잖아.”
까르르∼ 웃음이 온 방 안에 물결친다.
집에 가면 엄마 아빠의 엔도르핀,
할아버지 할머니의 불로장생약.
이런 기쁨을 많은 가정이 못 누리고 산다.
출산율 1.19명의 또 다른 그늘이다.
“나는 커서 이모가 될 거야.”
이모 집에 다녀오는 길에 아이가 말했다.
때로 야단치는 엄마와 달리
항상 예뻐해 주는 이모가 좋은 모양이다.
동생이 아이를 낳으면 이모가 되는 거라며
“꼭 이모가 될 수 있을 거야” 했더니 신나한다.
“엄마는 커서 뭐가 될 거야?”
내가 ‘크면’ 할머니가 되겠다.
그때는 세상일이 바쁜 너희에게
“따뜻한 봄이야. 산책하자”며 투정부리게 되겠지.
“따뜻한 봄이야. 산책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