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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이른 백수


BY 그대향기 2022-03-10

나는 요즘 백수다.
선택적 백수가 아닌 반강제 백수.
이곳 시골에서도 하루 확진자수가 200명을 넘고 있으니
남편이 일찍감치 금족령을 내렸다.
매장 하나는 최근에 정리를 하고 팔아버렸다.
언제 다시 매장을 열지 모르는 상황이라 정리를 했다.

지난 달에는 막내아들의 결혼식이 서울 강남에서 있었다.
며늘아기 직장이 의정부고 아들의 근무지가 김포라
교통이 편리한 서울에서 하게 되었다.
그날 날씨도 추웠고 코로나확산세가 무서울 때여서
아담한 스몰웨딩홀을 빌려서 조촐하게 치루려고 했는데
우리 결혼식을 위해 일부러 코로나검사까지 새로 하면서까지 참석해준 고마운 분들이 많았다.

코로나가 확산되고 처음으로 사람들이 붐비는 장소를 다녀오면서
내내 걱정이 앞섰는데 다행히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아 감사하다.

결혼식날짜를 잡을 때만해도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다.
결혼식 날이 가까울수록 확진자수가 높아져서 은근히 걱정을 많이했다.
예정대로 해야되나 미뤄야하나.....
그냥 조촐하게 하기로 했으니 조심스럽게 하자.
연락도 많이 안하고 가까운 일가친척들에게만 연락을 했다.
옛날 직장에 다닐 때 여러 곳에 했던 축의금은 포기하기로 했다.

결혼준비는 아이들 둘이서 꼼꼼하게 다 했고
결혼식 당일 영상도 감동을 주는 내용으로 꾸몄다.
결혼식 시간에 남편의 뱃속도 잘 참아줘서 감사했다.
혹시나 모를 상황에 준비하느라고 아침은 아예 속을 비우고 갔다.
전날 올라가서 서울의 강남 한복판 호텔에서 자고 
이튿날 이른 아침에 메이크업을 받으러 갔으니 출세했지 뭐.ㅋㅋㅋㅋ

순조롭게 결혼식을 잘 마쳤다.
애들은 외국 휴양지에 신혼여행을 잡았다가 취소하고 제주도로 떠났다.
번거로운 식순이나 폐백, 이바지와 답바지는 생략하기로 했다.
아이들 신혼집 살림에 보태쓰라고 조금이라도 아껴주는게 현실적이라 생각했다.
양가 안사돈끼리 미리  마음을 맞추고 아이들한테도 무리하지 말라고 일렀다.

아이들한테도 단단히 일렀건만 제주도에 신혼여행을 가서
비싼 은갈치와 옥돔,오메기떡, 천혜향과 레드향 상자를
기어이 택배로 보내왔다.
사돈댁에서는 신혼여행을 마치고 시댁에 처음 내려오는 아이들 편으로
명품떡상자와 과일, 영덕대게 두 상자를 보내셨다.
혼수는 아이들 둘이서 저축한 돈으로 서로 주고 받았다.

이바지음식도 서로 식구가 많이 없으니 생략하자고 했는데
신혼여행을 마치고 시댁에 처음 내려오는 신혼부부 편에
영덕대게 두상자에 수제두텁떡 상자에 과일까지....
아들이 엄마가 대게 좋아한다고 정보를 흘렸을까나?
큰딸이 가끔 영덕대게는 너무 비싸니 홍게를 사 줘서 잘 먹기는 했다.
손이 큰 큰딸이 산지에서 바로 삶아서 보내주는 홍게를 버스편으로 받아 집으로 갖고오면 밥 대신 홍게로 배를 채운다.

어릴 때 감포항에서 들어오는 대게를 자주 먹어서 그런지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지금도 대게 맛은 잊을수가 없다.
그런 엄마를 기억하고 아들이 사돈댁에 정보를 흘렸을까?
안그러고서야 그 많은 음식 중에 영덕대게를?
게딱지 하나가 어른 국대접보다 더 큰 정말 영덕대게였다.
집게발이 어마무시하게 굵고 위협적이었다.
물론 꽉 찬 게살은 음.........

아무리 생략하자고는 했지만 나도 애들을 그냥 올려 보내지 못할것 같아
애들이 내려오기 전에 미리 준비했다.
지역 특산물과 과일도 준비하고 인삼꽃주와 심마니분한테 부탁해서
자연산상황버섯을 포장했다.
형식에 따라가기 보다는 현실적으로 필요하고 쓸모있는 선물로 했다.
일정들이 바쁜 아이들은 당일치기로 돌아갔다.

거리가 멀다보니 자주 오가기는 어렵다.
서로 마음 맞춰서 잘 도와주며 살아주기를 바랄 뿐이다.
맞벌이부부고 주말부부여서 서로가 늘 애틋한 마음들인게 보였다.
며느리는 신혼여행 마지막 날 제주도에서 진급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간호과장으로 진급을 했다니 겹경사가 아닐수 없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신랑아버지 덕담에서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 인생에서 은퇴는 없다.
 죽는 날까지 현역이다.
 내 여자(그대향기)는 내가 책임질테니 니 여자(며느리)만 책임져라.
 사돈댁의 가장 큰 보물을 널 믿고 맡겨주셨으니
 책임지고 행복하게 해 줘라."

예쁜 가정을 이루면서 행복한 부부로 잘 살아주길 바란다.
허세나 사치도 없고 야무진 며느리라 아들이 안심이 된다.
시어머니인 내가 며느리한테 공약하기를
명절에는 절대 내려오지말고 너희 집에서 쉬거나 친정에 가서 쉬어라.
아무 날이나 너희들 편한 날 한가할 때 내려와서
얼굴 한번 보고 맛있는 거 먹는 걸로 명절 보내자.

어른들 생일이 어쩜 양가 모두 명절을 끼고 있어
일부러  명절과 생일을 따로 챙기지 말고
앞이나 뒤에 편한 날 엎어서 하자.
시댁은 시댁데로 친정은 또 친정데로 명절과 생일을 합쳐서 한번으로.
명절증후군이니 뭐니 며느리 스트레스 주는 일은 일절 없애기로 했다.
시댁에 와서 그냥 편하게 쉬다가 맛있는 음식 먹고 가는 걸로.

이제 둘째만 공부마치고 외국에서 돌아오면 된다.
환갑이 넘도록 뒷바라지를 하고 있으니 좀 버겁기는 한데
자식이 하고 싶다는데 잘 살아보고 싶다는데 포기하라고 하지는 못했다.
뒷감당을 어찌 할려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노후는 둘째가 책임진다니
기대해도 될런지???
들을 때 기분 좋았던 걸로 만족하며 사는게 맞을 것 같다.
내사랑돌쇠님이(남편)이 나를 책임진다고 했으니까 그걸로 만족하자.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