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7일-봄이 벌써 와 버렸다
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이 어제였다.
오늘부터 며칠간은 다시 꽃샘추위가 있지만
그래도 큰 추위는 모두 지난 셈이다.
조상들은 경칩을 농사를 시작하는 시기로 파악했다.
그래서 ‘경칩에 흙일을 해야 탈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며
겨우내 미뤄뒀던 일을 이때 시작했다.
아낙은 장을 담그고 사내는 담을 쌓고 밭을 갈았다.
조상들에게 봄은 기다리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서늘한 공기가 되레 몸을 움츠러들게 만들 듯.
오랜만에 몸 한번 풀어볼까
바깥 구경하러 나온 개구리에겐 더없이 맥 풀리는 날씨다.
밤새 창문 덜컹거리는 소리.
봄바람이 두드리다 지쳐 발자국만 남기고 갔다.
가시 삐죽삐죽 탱자나무 가지 꺾어 보니
연두색 물이 촉촉하다.
봄의 두근거림.
조기축구 아저씨들 들입다 날린 슈팅이
저 멀리 담장 밖으로 새가 되어 날아간다.
서울 양재꽃시장은
노랗고 빨간 봄꽃들이 우르르 피어 깔깔댄다.
문득 아침 밥상 위의 풋풋한 달래 간장.
큰일 났다.
봄이 벌써 와 버렸다.
교문을 들어서는 새내기 여대생들의 싱그러운 젊음.
재잘재잘 수다 떠는 것조차 아름답다.
엄마 손 잡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병아리 1학년들.
선생님 말씀에 귀 쫑긋, 초롱초롱 샛별 눈, 마음이 환해진다.
잇몸을 뚫고 우우 돋은 아기의 하얀 젖니.
눈밭 위로 삐죽이 머리 내민 연둣빛 새싹 같다.
눈부신 봄의 교향악.
모든 것을 새봄의 마음으로 처음처럼.
도로 잠자리로 돌아갈지 모를 개구리처럼,
뜨뜻한 아랫목에 누워 무위도식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긴장하며 잔뜩 움츠린 몸을
방바닥에서 푸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늘은 신나는 주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