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1일-봄의 전령은 제비 대신 미니스커트
1973년 오늘은 전국이 영하권이었다.
봄기운은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봄보다 더 따뜻한 소식을 담은 편지들이
그리운 사람을 향해 속도를 냈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우편 전용열차가 처음 등장한 날이다.
사랑하는 이, 고향에 계신 부모님,
군에 있는 아들은 반색했다.
오늘 올까 내일 올까 설레는 기다림,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가는 e메일로는 전할 수 없는 그 느낌.
손편지 쓰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미니스커트가 탄생한 1960년대는
희망과 도전의 시기였다.
모든 권위를 부정하던 시대.
혜성처럼 나타난 미니스커트는
새 시대의 심벌이었다.
올봄에도 미니스커트 열풍이 불 전망.
아찔하게 짧은 마이크로 미니스커트도 나타날 듯.
연휴는 끝났지만 또 다른 희망으로 부푼 당신.
당당하게 미니스커트로 시작하는 건 어떨까.
날도 어느새 봄이 아닌가.
요즘 다른 이의 기를 죽이는 몇 가지.
반팔 셔츠 입고 팔 근육을 드러낸 옆 부서 젊은 총각,
늘씬한 다리 뽐내는 미니스커트의 여자 후배,
멋진 복장으로 만원 버스 옆을 스쳐 가는 자전거 통근자,
잎도 돋지 않은 가로수 앞 화단의 당당한 팬지꽃….
하지만
꽃샘추위가 반드시 온다는 걸 명심하시길.
그 매서운 심술을 겪어봐야
‘아, 아직 찬란한 봄이 아니구나’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