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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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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동태국


BY 귀부인 2020-07-02

김치 동태국


암만에서 요르단 서민들의 삶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다운타운 , 즉 구 시가지에 있는 


발라드라는 시장 이다. 그렇지만 다운타운에 한 번 가려면 항상 큰 마음을 먹고 가야 한다. 


왜냐하면 어깨를 부딪힐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오가는 북적임과, 우리나라 남대문 시장 못지 


않은 호객 행위, 그리고 낯선 동양인을 향한 호기심의 눈초리를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낡고 오래된 차들이 내뿜는 매연이 뒤범벅 된 재래 시장의 공기는 아마도 암만 


시내에서 가장 나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재래 시장에 한번 다녀오려면 매연과 먼지로 


인해 목이 아프고 칼칼해지는 걸 각오해야 한다.



그러나 암만의 신시가지에서 차로 겨우 15분 거리에 있지만 물가도 싸고, 무엇보다 가장 


요르단 스러운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기에 한달에 한번쯤은 일부러 다운타운을 방문


하곤 한다.



그저께는 낯선 동양인을 흘깃 거리는 시선들을 무시하며, 저렴하고 조잡한 중국산 물건들이 


널려있는 대로변 가게를 지나 재래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더워진 날씨 탓일까? 그날따라 


정육점에서 풍기는 피비린내와, 커다란 나무통 위의 생닭들과, 파리떼를 불러 모으는 생선 


냄새가 뒤엉켜 숨쉬기가 곤란할 정도였다. 저절로 얼굴을 찡그리게 만들고, 호흡 곤란마저 


살짝 일으키는데도 불구하고 이곳을 찾는 이유는 동태를 사기 위함이었다.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진 않지만 , 시내 대형 수퍼에서 파는 동태보다 오히려 생선 특유의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날도 동태 4마리와 사과랑, 토마토, 오이를 각 1 kg 씩을 


사고 얼른 다시 대로변으로 나왔다.



택시를 타기위해 다운타운 중심에 있는 모스크까지 걸어 오면서 관광객들을 위한 기념품 


가게와, 향료 가게를 기웃거렸다. 괜히 이것 저것 만져도 보고, 가격도 물어보고 흥정도 


해본다. 그러다 시들해지면 다른 가게로 옮긴다.



다행인게 비록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우리 나라 사람들과 달리, 이 나라 사람들은 아침부터 


재수 없다느니, 소금 뿌려라 식의 푸대접은 하지 않는다. 그냥 웃으며 보내준다. 다음에 또 


오라는 소리와 함께. 두시간여의 다운타운 나들이로 아니나 다를까 그날도 역시 목이


칼칼하니 아팠다.



겨울도 아닌데 왠 동태국이냐 싶겠지만, 어젯밤 살짝 과음한 남편을 위해 오늘 아침엔 


며칠 전에 산 동태를 이용해 동태 김치국을 끓였다. 적당히 익은 김치를 냄비에 넣고 팔팔 


끓이다가, 통통하게 살이 오른 동태를 추가 한다. 그리고 동태가 끓으면 마늘을 넣고 마지막


으로 대파를 숭덩숭덩 썰어 넣어주고 한 소끔 끓이면 가장 간단한 동태 김치국이 완성된다.



늘 아침 먹기를 싫어하는 남편이 오늘은 무슨 핑계를 대면서 안먹을까 고민하던 얼굴이 동태 


김치국을 보자 금새 환해진다.


"이게 뭐야?"


국물 한 숟가락 입안 가득 넣더니,


"이야! 국물이 정말 죽이는데.!" 하며 연신 밥을 입으로 떠 넣는다.


김치가 맛있으면 김치를 이용한 기본 요리는 뭘 해도 실패할 확률이 낮다.



이마에 송글송글 맻힌 땀을 닦으며 한그릇 밥 뚝딱한 남편이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한마디 한다.


"인생 뭐 별거 있어? 꼭 비싸고 귀한 음식이 아니라도, 이렇게 저렴하고 흔한 음식이지만 


당신이랑 웃으며 따뜻하게 한끼 맛있게 먹으면 그게 행복 아냐?


라며 숟가락을 놓는다.



그렇다. 부자라고 하루 다섯끼 먹는것도 아니고, 인생 결국 하루 세끼 밥 먹고 살면 되는데 


아웅다웅하며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작은 것에 만족하다 보면 큰 욕심 부리지 않게 


되고, 흔하디 흔한 김치 동태국 한 그릇에도 이렇게 행복해질 수도 있다는 진리를


깨달은 아침이다..


남편도 나도 김치 동탯국 하나로 행복한 하루를 열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