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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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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치수


BY 이루나 2018-03-24

외출을 하기 위해 현관을 나서며 신발장을 열다 어릴 적 추억이 떠올라 웃음이 나온다  .

나는 1남 4녀 중 셋째 딸이었는데 큰언니와 둘째 언니가 연년생이었고  둘째 언니와

내가 두 살 터울이니 제일 큰언니와 셋째인 내가 겨우 세 살 차이 밖에 나지 않는 우리

집은 늘 왁자지껄 소란스러웠다.

2대 독자인 아버지가 아들을 바랐는데 딸만 내리 셋이었으니 아마도 귀하다 여기진

않았을게다. 큰언니와 둘째 언니가 한 살 차이긴 해도 덩치가 비슷해서 옷이나 신발을

사면 똑같은 치수에 똑같은 모양을 사서 쌍둥이처럼 입혔었다. 큰언니가 4학년 둘째

언니가 3학년일때 엄마는 두언니들에게 505란 실로 편물점에서 털 스웨터를 맟춰

입혔는데 가슴께에 빨간 장미가 그려져 있었다 . 장미꽃에 이파리가 내것보다 네것이

하나 더 있다고 큰언니와 둘째 언니가 싸웠던 기억이 난다. 두 언니가 입던 똑같은 옷은

모두 내 차지가 되고 내려 입혀지다 보니 새 옷은 한 번도 입어보질 못했다. 그런데 신발은

다 헤져서 내려 신길수가 없으니 신발만은 온전히 새것으로 얻어 신을 수 있었다.

아버지가 딸들을 앉혀놓고 당신의 손으로 신발 치수를 재서 사다 주시곤 하셨는데 엄지와

검지를 펴서는 내 발바닥을 재시고 다시 엄지와 약지로 언니들 발을 재시면 옆에서 지켜보던

엄마가 " 야는 7문반 쟈는 9문 " 하고 거들면 " 어허이 이게 더 정확해 이 사람아 " 하며 실랑

이를 하시곤 했다. 곤색에 밋밋한 운동화였는데 큰언니와 둘째 언니는 그렇게 똑같은 치수에

똑같이 생긴 신발을 어떻게 자기 것을 구별하는지가 신기했었다.

어느 해인가 추석 무렵 또래들이 신은 색동 고무신이 너무 신고 싶어서 아버지를 졸랐다.

겨우 얻어낸 기차표 코 고무신을 신고 뒷산에 올라 놀다가 맨발에 땀이 차면서 산에서 내려

오다가 발이 미끄러 지더니 고무신이 거짓말처럼 쭉 찢어져 버렸다. 불과 며칠 만에 찢어져

버린 고무신을 들고 한 발은 신고 한 발은 맨발인 채 어쩔 줄 모르고 서 있는 내 꼴을 보시고

어이없어 하시던 아버지 얼굴이 어제 일처럼 선명하다.

오래전 가버리신 아버지가 살아 계신다면 어릴 적 그때처럼 발바닥을 뒤집어 보이며 " 아버지

발바닥 치수 재야지요 " 하면 뭐라고 하실까? 이제는 네발이 너무 커서 한 뼘으로는 안된다며

웃으실게다 . 그러면 아버지 손을 꼭 잡고 "아버지 이젠 돈많은 내가 사드릴께요 바닥에 찰고무가

잔뜩 붙어 있어서 잘 닳지도 않고 오래 신고 있어도 불편하지 않은 튼튼하고 질긴신발 사 드릴테니

발 좀 내밀어 보셔요  어이구 딱 한뼘 반이네 " 하면 유식한척 하기 좋아하는 울아부지가 콩밤을

한대 먹이시며 " 이것아 무식하게스리 265야 " 하시며 웃으실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