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에 내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던게 잘못이었을까?
가게를 하다보면 전화번호는 기본인데
애시당초 자를건 잘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게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날
키가 크고 안경을 쓴 남자 손님이
가게 문을 여는데 옷을 사러왔다.
이른 시간이었고 첫 손님이라 반갑게 맞았다.
운동할 때 입을 옷을 골라 달라고 했고
나는 그 손님의 큰 키와 덩치에 맞는 옷을 골라줬다.
색상이며 디자인을 잘 골라준다며 흡족해 했고
한두벌도 아니고 여러벌을 구입했다.
자기는 교육공무원이었고 퇴직 후 아내와 졸혼상태라 했다.
창녕에 있는 은퇴교육공무원들 생활관에서 살고 있으며
노후를 일하느라 못 했던 취미생활이며 운동을 하면서
매우 만족한 졸혼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자기소개를 했다.
그 곳은 입주금도 억대가 넘고
매달 생활비도 개인당 거의 이백만원 가량되는
꽤 고급요양시설이다.
옷을 고르면서 건성으로 대답하며 네..네..그러세요...
그게 다 였다.
손님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데 대답을 안할 수도 없고.
옷을 주고 돈을 건네받았는데 전자상가에 볼일이 있어서
다음번 장날에 옷을 가지러 오겠다며
사장님 전화번호를 주라고 했다.
내 입으로 전화번호 대기도 그렇고 그래서 간판에 있는데요...
아 그래요?
어디보자..띡띡띡.....
그리고 그 남자는 갔고 그날 오후부터
시도 때도 없이 카톡이며 문자가 날아왔다.
오늘 추천음악은 누구의 무슨 노래며 본인이 뭘 하고 있는지.
처음부터 이건 아니지 싶어 단 한건의 답도 안했다.
카톡은 무시했고 문자는 보지도 않고 삭제를 했다.
별 수상한 남자도 다 있지.
내가 답을 안해도 그러거나말거나 줄기차게 카톡에 문자질
거의 서너주간 동안 계속된 듯 했다.
그리고는 옷을 찾으러 왔고.
아무 일도 없던 것 처럼 전에 사 뒀던 옷을 돌려 줬고
그 남자는 다른 옷을 또 사 갔다.
카톡이나 문자에 대한 그 어떤 말도 나는 하지 않았다.
처음 옷을 사러 왔던 날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가정사를 줄줄이 줄줄이 헤프게 했었고
아내 흉이며 이런저런 불만들을 털어놓을 때 부터 경계를 했었다.
무슨 70이 넘은 남자가 처음 보는 사람한테
그것도 여자한테 자기 아내 흉을 세세한거까지 다 하고
수시로 카톡질에 문자질까지.
그렇게 두번째로 가게에 온 이 후
다른 일은 없었지만 기분이 불쾌하다.
상대방의 입장같은거는 안중에도 없는 뻔뻔한 사람이다.
남편이 있는 여자한테 그 무슨 실례되는 일이며
전화상대나 대화상대가 필요하면
요즘 대화방 뭐 그런 것도 있다는데 그거나 알아보지.
여고 선생이었으면 선생이었지
그게 뭐 그렇게 대단한 직업이라고 남자가 자랑질은 꼴불견.
그래봤자 아내하고 같이 살지도 못하고 의견도 안 맞으면서....
은근하고 묵직하게 자존심이 상했다.
내가 옷 몇벌 구입해준게 고마워서
카톡질이나 문자질에 얼씨구나 고마워서 답이라도 해 줄 여자도 보였던지...
두번 오고는 안 온다.
벌써 전화번호도 삭제해 버렸다.
혹시라도 남편이 쓸데없는 오해를 할까 싶어 아예 지워버렸다.
살다보니 별 일도 다 겪는다.
별 싱거운 남자 다 보겠네.
육두문자는 못 쓰겠고 좀 그렇다.
사람 생긴거하고 행동이 맞아 떨어진다고 봐 진다.
그렇게 행동해서 그런지 생긴 모습이
느글거리게 생겼고 젠틀하지는 않았다.
그 사람의 말이나 행동에서
살아 온 내력이 보이고
인품이 베어 나오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