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에 둘째한테서 전화가 왔다.
"엄마 저녁 다 끝나면 몇시쯤돼요?"
"왜?"
"우리 저녁먹고 넘어갈테니 어디 카페가서 차 한 잔 해요."
"6시 30분쯤 준비하고 와."
"네~그 때 봐요."
지금 둘째는 우즈벡에서 돌아 와 지 언니네서 알바를 다니고 있다.
10월말쯤 또 러시아로 나갈 계획이 있어
그 때까지 하루 12시간씩 힘든 알바를 하고 있다.
최소한 일년 체류비는 벌겠다는 각오다.
일 빡쎄기로 유명한 고속도로 휴게소 커피숖이다.
근무시간도 길고 하루 종일 서 있는 직업이다.
사흘동안 일을 배웠고 내일부터 정상근무에 들어간다.
요즘은 벚꽃철이라 고속도로휴게소가 바쁘단다.
그리 크지 않은 휴게소인데도 하루 매상이 만만찮은 모양이다.
하루 12시간을 서 있어야니 그게 가장 큰 노동이다.
잠깐 식사시간은 있어도 매장으로 곧 복귀해야 하고.
그래도 악착같은 아이다.
근무시간이 짧고 일이 수월한 집에는 돈이 적다고 마다했다.
5~6개월 단기알바를 할건데
몸은 좀 힘들더라도 월급이 좋은 자리를 구했다.
돈이 헤픈 아이도 아니다.
알차게 모아서 카나다도 일년 다녀 온 저력이 있는 아이다.
이번 러시아행도 스스로 정했다.
하고싶은 일이 있어서 아직은 정착하기 어렵다는 둘째
러시아로 넘어가면 짧아도 몇년은 또 머물러야 한다며
가기 전에 우리 세 모녀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차 한잔 나누며 둘레길도 한바퀴 돌자고 전화를 한거였다.
6시 30분쯤 외손녀 둘과 두 딸이 왔다.
저녁이라 쌀쌀한 것 같아서 바바리코트를 걸치고 나갔다.
집에서 20분쯤 차로 나가면
군청 옆에 제법 큰 저주지가 있고 잘 정돈된 둘레길이 있다.
나가지 않아서 몰랐던 벚꽃이 만개해 있었다.
멀리서 봤을 때는 솜사탕을 이어 놓은 것 처럼 몽글몽글하더니
가까이 가서 보니 푸들들이 나뭇가지에 올라 앉은 것 처럼 보였다.
겹꽃이라 그런지 탐스러웠다.
외손녀 둘은 쌍둥이 유모차에 태우고
세 모녀는 그 뒤를 따라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며
바람에 흩날리는 하얀 듯 연분홍의 벚꽃비를 맞으며 걸었다.
잔잔한 수면 위에 비치는
색색의 불빛은 보석처럼 빛났다.
아이들의 재잘거림도 종달새의 지저귐같다.
저수지를 두어바퀴 돌고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달콤하고 향긋한 커피향이 좋다.
케잌 한 조각과 과일 쥬스를 시키고 커피는 향만 음미하는 걸로.ㅎㅎㅎ
저수지를 바라 보는 자리에 카페가 있어 손님이 많은 집이다.
여름 밤에는 빈 자리가 드물다.
저수지둘레길을 따라 밤운동을 하는 사람들 모습도 제법 많다.
거창한 운동시설은 없지만
둘레길을 따라 걷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운동이 되는 코스다.
가까운 곳에 좋은 시설이 있어도 일 마치고나면
쉬고 싶은 생각에 자꾸 운동이 게을러진다.
오늘 밤 처럼 애들이 불러내면 즐거운 마음으로 나가련만
먼 훗날 오늘 밤이 기억나면 행복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