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대입구 5번 출구에서 고즈넉한 건물들이 많은 성북동 길을 따라 걸어서 간송미술관에 도착했다.
매년 봄, 가을에 걸쳐서 단 두 차례만 전시해서일까 특히 토요일이라 수많은 사람으로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번 가을 전시는 <화훼 영모 대전>으로 꽃과 풀, 새와 곤충, 짐승들을 주제로 주로 자연 속에 담겨 있는 동물과의 어우러진 풍경이
시대적으로 한참 지났지만 친근하게 다가왔다.
갑자기 가게 되어 오전에 도서관에 부랴부랴 들러 \'간송 전형필\' 책을 빌려 지하철을 타고 가는 시간까지 부지런히 읽었지만
겨우 반밖에 못 읽어 진작에 읽을 걸 하는 후회 감이 들 정도로 책 내용이 간송 미술관을 개관하기까지의 그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하늘이 내린 재산으로 일본 강점기에 일본으로 유출되는 문화재나 서화들을 거금을 주고 다시 찾는 간송의 노력과 민족의식이 비교적 어린 나이에
그것을 결심하고 한점 한점 소장하기까지의 과정들을 읽으면서 후손에게 문화재를 물려주어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그의 노력이
비록 개인미술관으로 남아 있지만 우리 근대 문화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임을 알 수 있었다.
600년 전의 고려 공민왕의 이양도 그림에서부터 조선 시대 유명한 겸재 정선, 혜원 신윤복, 단원 김홍도와
장승업, 신씨로 표기된 신사임당 등을 비롯하여 잘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화가의 그림이 주제의 동일성 때문인지 비슷하면서도
다양하게 펼쳐져 있었다. 특히 그림의 제목에서 참 재밌는 표현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성난 매가 꿩을 노려보다, 달을 보고 짖지 않는 개 등.
미술관에서 직접 본 그림들이 원본이라는 사실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거 같다.
빛이 바래고, 희미해져 알아 볼 수 없는 작품들도 많았지만, 진품들을 본다는 그 자체에 신기하고 놀라웠다.
미술관 주변으로 문화재인 석조물과 식물들, 그리고 오래된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다.
성북동 이태준 생가에 수연 산방이라는 카페
앉을 자리가 없어서 그냥 나와야만 했던 곳
수연산방 들어가는 입구
끝나고 걸어 내려오는 길에 만난 붉은 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