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적정 노인 기준 연령 높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057

아들의 졸업식에 엄마는


BY 김효숙 2009-02-21

4년동안 부모 곁을 떠나 혼자 밥을 해먹고 혼자 빨레를 하고

힘들게 공부한 큰 아들이 졸업을 하는 날이다

아침 밥을 해먹고  2시까지 춘천을 가려면 열한시에는 떠나야 한다고

서두르는 남편은 이미 대문을 열고 나갔다

아들은 엄마 ! 빨리해 아빠 화낸다 하며  나를 재촉했다

그 와중에도 난 소풍가는 것 같은 설레임에 물을 끓여 커피를

보온병에 담았다. 먼길 운전하며 갈때 차 안에서 마시는 커피가

얼마나 맛있을까... 나름대로 소풍가는 기분도 담고 싶었다.

 

후다닥 대문을 나섰다

 

오랫만에 동행하는 아들의 졸업식 남편에 마음을 기쁘게 하려고

아들을 앞자리에  타라고 하였다

난 뒷좌석에 앉아 부자의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했다

 

우리 동네를 지나 고속도로 진입로를 빠져나가는 순간

남편은 앞좌석에 데굴데굴 소리나는 동전을 엄마주라고 하였다

난 보온병을  열고 커피를 따르려다 아들이 내미는 동전을 받으려고

보온병을 다리아래로  내려 두다리로 고정을 시키는 순간

차는 빙그르르 우회전을 하고 있었다

 

앗! 보온병은 쓰러져 뜨거운 커피로 내 발등에 부어졌고

내몸은 차와 함께 비틀거리고......

뜨겁다는 소리도 못하고 참아내느라...

하필이면 그렇게 많았던 물병도 하나도 없단말인가

순간 꽃다발 살 때 아줌마가 물에 꽂아 놓았다 준 생각이 나서

얼른 꽃다발을 푸는데  겹겹이 싸인 줄이 왜 그리 안풀어지는지

꽃다발속에 고인 한 수저 물에  휴지를 축여 양말을 벗고

발등 위에 올렸다

빨갛게 부어올라도 참아내자

이따가 집에 가서 이야기 해야지... 아프거나 말거나 태연하게

다시 커피를 따라 남편에게 전했다

아픔을 뒤로하고 나도 태연한 척 한잔을 마셨다

 

맘속으로 교차하는 아들의 지난 세월을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돌았다

 

아들이 대학을 가면  맘속에 있는 말도 여유있게 나눌수 있을거란 생각

친구들이 오면 맛있는 요리로 대접해 주고..

먼 훗날 너네 집에 갔더니 어머니가 해 주시던 요리가 생각난다는

말도 듣고 싶었다

멋진 여자 친구도 사귀고 어떤 친구일까 어떻게 생겼을까

맘속으로 내가 더 설레이게 하던 대학 입학이었다

 

그런데

그녀석은 두시간 달려야 하는 춘천에 있는 대학엘 갔다

지나간 시절이 주마등 처럼 스친다

소포로 배달해 주는 엄마가 보낸 반찬은 자취생들의 기쁨이 되었지만

많이 먹어야 사흘이나 될까

늘상 눈에 밟히는 아들녀석의  자취생활

 

처음 방을 얻어 주었을 때는 며느리 얻은 기분 처럼 시장에 가서

작은 살림들을 다 장만해 주었다

낯설은  도시에 낯선 이방인 처럼 어설픈 자취생의 모습을 바라 볼 때면

지난 여고시절 내 모습 같아 측은하기도 하였다

 

어느 땐 그런 자취방에 사는  아들을 방문 할 때면

양은 냄비에 라면을 끓여 지난 시절을 떠올려 보며

맛나게 먹을 때도 있었다

아들이 사는 자취방에서 라면을 끓여 먹던 일들도 그리움으로 남아돈다

 

일을 한답시고 자주 찾아가 따끈한 국 한번 제대로 못해주던 아쉬움

늘 괜찮아요 하면서 엄마를 안심시키던 아들

친구들과 서울 올라오면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몽땅 친구들을

가게로 불러 맛난 삼겹살 파티를 열어주기도 하였다

맛있다며 좋아하던 아들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달리는 차창밖으로 유유히 흐르는 작은 강물들이  4년동안

토해냈던 아들의 많은 생각들을 나에게 말해 주듯이

봄을 재촉하는 햇살에 눈부시게 반짝거린다

아들도 엄마 ! 저 강물 좀 봐요

햇살에 반짝 거리지요?

그래 !

버스를 타고 오갈 때면 울 아들도 저 강물에 힘든 맘들을

다 풀어 놓았으리라

 

어느새 다다른 졸업식장 까운을 갈아입은 아들의 모습이 자랑스럽다

턱관절로 얼굴이 조금 삐뚤어졌다고 하며 수염을 기른 아들의 모습이

많은 졸업생들 속에 유난히 돋보인다

남편이나 엄마나 아들의 어떤 모습에도 찬성하는 편이기에

자연스럽고 이쁘기만 하다

 

애국가가 울려퍼지고 가슴에 손을 얹는데 내가 꼭 졸업을 하는것 같아

울컥 눈물이 쏟아진다

천정을 향해  얼굴을 올리고 눈물을 삼켰다

아픈 엄마를 헤아리며 늘 괜찮다고 하던 아들의 씩씩한 모습속에

엄마는 힘을 얻어 살아왔다

조금만 참고 기다리라며 열심히 공부해 몇번의 장학금을 받은 아들

어느날인가 서울에 올라 왔다가 가는 길

아빠랑 터미널 까지 태워다 주러 갔는데 차에서 내리며 하얀 봉투를 내밀며

편지에요.. 하던 아들

열어보니 한통에 편지와 이십만원이 들어 있었다

 

 

어젠 아빠가 앞에서 계단을 오르시는 뒷모습을 보니

구두 뒷축이 다 닳아 한쪽이 기울어졌어요

그 순간 가슴이 뭉클했어요

아빠 ! 아빠는 아들에겐 늘 풍족한 용돈을 주시면서도

당신에겐 늘 인색하셨지요

허리도 아프신데  좋은 구두 한켤레 사서 신으세요 하고 ...

편지를 쓰던 아들

 

 

컴퓨터가 고장나면 자주 아들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보는 이모가 안스러워

장학금 탄 것으로 선뜻 백오십만원 들여 새 컴퓨터를 사 드린 아들

사랑하는 이모가 늘 용돈을 주셨으며 이모는 컴퓨터가 있어야 일을 하시는데 하며

헤아림이 깊고 받은 은혜를 아는 아들로 자라주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누구나 자식은 자랑스러운게다

누구나 자식은 부모 마음에 기쁨을 주는게다

 

졸업생 모든 아들들이 자랑스럽고 이쁘다

 

졸업식은 끝이나고   아들 친구들과 랩 동아리 형들.. 모두 불러서 춘천 닭갈비를

먹으러 갔다. 아빠는 막국수가 먹고 싶었지만 오늘 만큼은 아들을 위해

좋아하지 않는 닭갈비를 먹었다

춘천에 올 때 마다 꼭 한번은 닭갈비를 먹고 싶었던 나였는데

드디어 먹는거라 기분이 좋았다

 

동치미 한그릇에 마늘 상추가 전부이다..

커다란 철판에 닭갈비 양배추 떡 그리고 양념

4년간에 그리움과 아쉬움과 기쁨의 졸업식을  군침이 도는 닭갈비에 함께 비볐다

모두들 웃으며 축하하며 맛나게 먹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이제 다시는 춘천에 올 일도 없다

아들아 ! 수고했어

4년동안 엄마가 밥도 못해주고 빨레도 못해주고.. 미안혀..

엄만 !

내 부족으로 먼데까지 온걸 뭐 그러세요 한다

 

착한 아들 고마운 아들... 곁길로 가지 않고 반듯하게 자라주어 참 고맙다

서로가 웃는다

 

서울로 돌아 오는 길.............

그제서야  젖은 양말속에 휴지를 들추어 보았더니 다행히도 조금만 빨개졌다

있잖아 ! 엄마가 아까 올때 커피를 엎질러 발등이 뜨거웠단다

우리 아들 졸업식인데

기분 상할까봐 꾸욱 참느라 무지 아팠어 했더니

아들이 야단이다

엄마 ! 괜찮아  한다

응 괜찮아....................

 

아들의 졸업식에 커다란 일 없이 무사하게 잘 다녀와서 한없이 감사하다

내가 인내할 수 있는 일이라면 말없이 참아내는 것도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