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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731

리틀....보고싶구나.


BY 그대향기 2008-11-25

 

 

리틀.

네 이름을 적어 놓고나니 눈 앞이 어째 좀 흐릿해지네.....

잘 있는거지?

4월에 결혼하고 9월에 너무도 먼 나라로 신랑이랑 훌쩍 떠나버린 리틀.

결혼식 때도 네가 혹시라도 그 긴~~웨딩드레스 자락 밟고 넘어질까 조마조마해서

친정엄마가 울어야 하는 타이밍도 놓치고, 또 네가 떠나도 안 울것 같았던 마음은

네 모습이 출국게이트 속으로 빨려들어 갈 때 주체 할 길 없는 눈물이 쏟아져 나와

작은 눈을 자꾸 동그랗게 뜨려고 무진 노력했었지만 오히려 더 눈물만 나오더라.

네 냉장고랑 스팀오븐, 장식장은 지금 우리집 주방에서 빛을 발하지만

네 모습이 보고싶을 땐 엄만 네 미니홈피에서 간단한 사진 몇장을 보고 또 본단다.

가끔씩 엄마한테 홈피로 글을 남겨주지만 왜 그리 뜸~~뜸 하게 보내는건데?

매일 엄마가 아컴을 열기 전에 네 글부터 확인하는데 텅~~~`비어 있으면

얼마나 서운하고 서럽기까지 할라고 그래.

엄마를 벌써 잊은건가?.......

엄마보다 신랑이 더 좋아서 뒷전으로 밀린건가?.....

당연한 현상이지만 그래도 얼마나 허전하던지......

 

리틀.

어젠 엄마가 네 생각에 울었단다.

우리집 행사 너도 알지?

임원회의 말이야.

전국에 있던 임원들이 모여서 회의하는 날.

점심식사를 하시면서 널 어릴 때 부터 봐 오시던 분들이라

네 결혼식 때도 그 바쁘신 분들이 거의 다 참석 해 주셨던 고마운 분들이

네가 시집 가서 잘 살고 있는지... 애기는 임신했는지....직장은 좋은지.....

자꾸 물어보시는데 처음에는 잘 대답했단다.

예...잘 살고 있고요.

애기는 아직 어려서 공부도 좀 하고 나중에 갖는대요

직장도 좋고요 어학연수도 잘 받는 답니다.

여기에서 임원들이 엥?

어디 갔는데 어학 연수야?

신랑따라 외국에 좀 갔어요.

아고...그 어린 신부가?

어디갔는데? 어느나라?

네..과테말라라고 좀 멀어요.

비행기타고 25 시간이나 간다네요.

엄마가 한번 갔다왔어?

아니요..너무 멀어서 나중에 일 다 마치면 나오겠지요.

 

리틀.

엄만 밥을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다가 그만.....

목에서 뭐가 콱....막히면서 더는 못 먹겠더구나.

눈 앞이 ~~캄캄하고  목에서는 울대가 막히는 느낌.

아니 식도가.....

갑자기 네가 너무 보고싶은거야.

뭘 먹고 살까?

뭐 입고 지낼까?

싸우지는 않는지?

날씨는 견딜만한지?

동서랑 같이 있다는데 사이는 좋은지?

네가 해 주던 스파게티며 맛깔나던 떡볶이도 생각나고

수줍은 듯 내밀던 엄마아빠 선물도 포장지까지 생각나고

리틀........

너무 먼 나라에 갔구나.

일본만 됐어도 이번 휴가 때 가보고 싶었을거야.

고개를 푹..수그리고 밥을 먹는데 식판으로 한방울 두방울 눈물방울이 .....

울 준비도 안했는데 그냥 그렇게 되었구나.

 

리틀.

목사님이랑 사모님도 가끔 네 소식 전하시면서 전화를 해 주시지만

그래도 엄만 네가 진짜 사람으로 보고싶구나.

음성으로 또 누군가를 통해서 소식만으로 말고 사람으로.

널 만져보고싶고 안아주고 싶고 목욕탕에 가서 등도 밀어주고 싶고....

유난히 하얀 피부를 하고 있는 네 등을 말끔히 씻겨주면서

볼그족족하게 나오는 네 꾸밈없고 고운 모습을 보고싶어.

어쩌다가 오래 등을 못 밀은 네 등을 밀어주면서 하수구 막히겠다며

등짝을 철썩 때려주며 킬킬대던 때가 그립다 리틀.

가끔 네가 생각나면 경주에 계신 외할머니도 같이 생각 나더라.

외할머니도 이 엄마가 그러니까 외할머니의 외동딸인 내가 그리울까? 싶어서....

넌 엄마생각 안나?

신혼이라 온통 네 신랑 밖에는 타인이 안보여?

그러지마....

가끔 엄마도 많이 보고싶다고 좀 그래라.

넌 둘째랑 달라서 말 수가 적고 표현이 서툴지만 그게 네 매력인 걸 어쩌겠니?

엄마가 전화 끝에 \"사랑한다~~\" 그래도 넌 항상 \"미투요~~\" 그러지?

그런 네가 얄미워서 \"너도 먼저 사랑한다고 좀 그래봐\" 그러면

\"아이 또 또 그러신다..다 알면서 ㅋㅋㅋㅋ\"

넌 항상 그랬어.

세금도 안 붙고 무겁지도 않은 그 말을 넌 쑥스러워서 잘 못했지.

엄만 혼자서 맨날 사랑한다.....많이 사랑한다.....그래도 사랑한다....그러고 살고.

리틀.

홈피 글 끝에는 그래도 항상 엄마 사랑해요..그랬더구나.ㅎㅎㅎ

그렇게 어렵니?

그 말이?

엄만 참 순하게 잘 나오더구만서두.

아빠도 엄마한테 잘 하는 말이고.

뭐 어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기만 하면 글이든 말이든 다 좋아.

사랑하는걸로 봐 줄께.

 

리틀.

어학연수는 생각만큼 쉬워?

아님 너무 어려워?

어릴 때 갔더라면 훨씬 쉬웠겠지만 어쩌겠니?

영어를 좀 했던 경험이 있으니까 좀 수월한지?

비싼 항공료 지불하고 떠났으니까 뭔가는 이루어서 와야하지 않겠니?

언어든 사업이든.

둘 다면 더 좋겠고.

매사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가 네 삶을 훨씬 윤택하게 할거니까

좀 어렵고 힘들더라도 스스로를 포기하지 말고 도전정신을 일깨우고 비젼있는

생활을 해보렴.

아무도 널 대신해서 네 삶을 만들진 못해.

어떤 재료로 어떤 모양의 집을 짓든 네 삶의 집은 네 스스로 선택하는거야.

기초부터 탄탄하게 잘 다지고 기둥도 튼실하게 창문하나, 손잡이 하나하나까지

꼼꼼하고도 세밀하게 잘 설계하고 ,급하게 이룩하기 보다는 먼 내일을 바라보며

욕심을 전혀 안 부리면 너무 밍밍하니까 남한테 해롭지 않을 욕심은 좀 부려보자.

그건 욕심이란 말보다는 아름다운 사치라 그러자꾸나.

눈쌀 찌푸려지지 않는 사치.

 

리틀.

이 곳은 겨울이 다가 오고 있단다.

어젠 늦가을 비가 제법 많이 왔단다.

거리의 가로수 잎도 다 떨어졌고 먼 산의 단풍들도 사람들의 시선에서

이젠 멀어져 갔구나 아주 아주.....

또 다른 계절을 위해 떨어진 낙엽들은 그 자리에서 흙이 되어주고 자양분이 되어

내년에 자랄 새로운 잎들을 위한 곱디 고운 희생이 되는거지.

언제나 푸르른 소나무도 잎이 다 있는게 아니고 가끔 먼저 나온 소나무 잎을 떨구어

겨우내 뿌리의 보온도 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땔감도 되잖니?

외할머니가 자꾸 돌아가신단 말씀을 해서 엄마가 많이 서운하지만

외할머니의 엄마도 그렇게 가셨기에 외할머니의 설 자리가 있던거였고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엄마가 또 네 자식들의 외할머니가 되듯이

리틀.

이게 자연의 순리야.

어길 수 없는 순서고.

하루에 하루가 더한다는 것은 그만큼 엄마가 널 볼 시간을 줄이는거야.

그러면서도 어길 수 없는 질서이기에 순종하고.

아무도 피해 갈 수 없고 피해서도 안되는 질서.

리틀.

3 년이나 5 년은 너무 길지 않니?

중간에 우리 한번 만나자.

항공료가  아무리 비싸더라도.

엄마 적금들래.

널 만나러 가는 적금.

거금은 거금이더라 솔직히.

왕복 경비까지하면 1000 만원?!!!

좀 과하다 그지?

열심히 적금들어서 널 보러 갈께.

엄마 건강도 에전 같지 않아서 은근히 걱정이야.

휴가 일주일 다녀오고 또 두개의 행사를 연거푸했지만

겨울 수련회가 떠....억 버티고 있고 그 앞에 천여포기의 김장까지.

지금까지 해 오던 일이긴한데 이젠 겁이 날라고 그러네.

허리 수술 후에 생긴 마음 약한 소릴까?

리틀.

길어졌구나.

건강만 하고 모든 일은 기도하면서 지혜를 얻어라.

한박자씩 늦게 말을 하고.

매사에 아름답게 사물을 보는 눈을 기르고.

안녕.

널 많이 보고싶어 하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