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여 노곤해진 몸을 소파에 던지니, 오늘하루 피로에 시달렸던
육신이 반색을 하며 느긋하게 풀어진다. 소파는 직립 보행을 하는
인간의 육신에게 주어진 집안의 천국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원래의
목적에 부합되지 않은 자세로 장시간 지내다보면 원치 않은 부작용에
몸이 쑤시기도 하지만...
누인 몸을 비틀고 탁자를 더듬거려 텔레비젼의 리모콘을 찾을 때,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거실에는 아무도 없는데 분명하게 평소에
들을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리 이런가..?.. 하며 두리번 거리며 소리가 나는 위치를 탐색
해보니, 거실의 벽 난로에서 푸덕거리며 나는 소리였다.그제서야 나는
\"아 어떤 놈의 새가 빠졌구나...!..\" 하는 생각에 얼른 몸을 일으켜서
벽난로 앞으로가니 과연 그곳에서 한 마리의 새가 날개를 푸덕
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이었다.
여보..!.. 여기 새가 들어왔네... 하고 외치니, 아내는 어제 저녁부터
소리가 들렸는데, 봄철이라 굴뚝에 알을 까려고 그러는 가 보라고,
또 거기다 알을 깐다고 투덜 거린다. 새들은 왜 굴뚝에 집을 지으려
할까..?
아마도 굴뚝은 위치가 높은 곳이라 지상의 원치않는 너구리나 뱀
기타 포식자들의 입길이 미치지 않고, 또 산속에 오래된 나무에 뚫린
구멍같은 포근한 분위기와 들락날락 하기가 편하고 비도 들이치지
않는 안성맞춤인 장소라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집의 굴뚝들은 직경 이 십센치정도 되지만, 길이는 십 메터 정도로
길어, 새들이 굴뚝 입구에서 짝 짓기하다, 또 어린 새는 까불다 발을
헛딛으면 만유인력에 의해 떨어지고, 날개를 퍼덕여서 오르려 하지만,
그 좁은 굴뚝 안에서는 어려서 벌래먹던 힘까지 내어 날개짓을 해
봐야 아무런 효과도 볼 수 없고, 시커멓고 컴컴한 마왕의 동굴 속으로
빠져버리고 마는 것이다.
굴뚝의 밑부분 그러니까 벽난로의 바로 위에는 굴뚝을 막았다 열었다하는
문이 달려있고, 지난 겨울 닫아 놓았던 그 문위에 떨어진 새는 까마득히
보이는 동굴의 입구를 원망스레 쳐다보며 몸부림을 치고, 그 지옥을 빠져
나가려 애를 쓰고 있었는데, 굴뚝의 문을 열자 드디어 그 새는 염라대왕
앞으로 뚝 떨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 새는 까만 까마귀 종류의 새인지, 아니면 숯껌댕이 굴뚝속에서 밤새
몸부림을 쳐서 까만 새가 되었는지 온몸이 까맣다. 그 까망이는 굴뚝이
열리는 바람에 뚝 떨어져서 주위를 보니 좁은 굴뚝에서 재가 하얗게
쌓인 벽난로의 공간 속으로 들어왔고, 유리문 넘어 인간들이 자기를
보고 있는 상황에 소스라칠 듯이 놀라 이리 저리 퍼드득 거리며
염라대왕앞을 벗어나려 좌충우돌 하고 있었다.
그 바람에 벽난로의 재가 날려서 문 틈사이로 재가 하얗게 뿜어져
나왔고, 그 재를 치우려 둘째 놈이 진공청소기를 들이대고 요란한 소리로
빨아대니, 그 까망이는 전생에 지은 죄를 후회하며 염라대왕 앞에서, 갑자기
다가온 심판이 억울한 듯 최후의 변론을 몸짓으로 하고 있었다.
벽난로의 문을 열면 새가 뛰쳐나와 온 거실을 꺼먼 껌댕칠을 할 것이
분명해서, 우리는 집안의 창문을 모두 열어놓고, 새가 놀라서 이리저리
날아다니지 않게 장난꾸러기 둘째놈의 행동을 단속하며 벽난로의 문을
열었다.
그러나 새는 염라대왕 앞으로 나오기를 꺼려했고, 자꾸만 벽난로 속에서
이리저리 참회의 몸부림만 계속 해댔다. 난로속의 재는 퍼덕거리는 새의
몸짓에 펄펄 날아올라, 열어놓은 문을 통하여 방 안에 자욱하게 퍼져
나왔다.
나는 최후의 결단을 했다, 그리고 과감하게 손을 쑥 집어넣어서 까망이를
더듬거려 붙잡았다, 그 바람에 까망이의 꼬랑지 깃털 몇 개가 빠졌고,
까망이는 나의 손에 그만 잡히고 말았다...
까망이가 내 손에 들렸을 때, 나는 \"새는 참으로 가벼운 짐승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손안에서 완강하게 퍼덕거리며 또 부리로 잡은 손을
쪼일 것 까지 각오한 나는, 새를 움켜쥐고 나서 참으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그 새가 내손에 잡혔을 때, 나는 새의 눈을 보았다, 눈을 똥그랗게 뜨고
겁에 질렸던 새는, 눈을 스르르 감아 버렸고, 고개마져 모든 것을 체념한
듯이 떨구었다, 순간 나는 이 새가 탈진하여 죽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새는 영악하여서 위기가 닥치면 병신 짓이나 죽은 척 한다는 것을 들었던
나는 혹시 죽은척 하는 것이 아닌가하여 조심스레 손에 힘을 풀어 보았지만,
그런 것 은 아니었다. 그 새는 아주 편안하게 안락하게 모든 것을 포기한
듯이 내손에서 나의 처분만 바라고 있는 것 같았다...
열린 현관문으로 가서 그 새를 쥔 손을 풀었지만 새는 눈을 뜰 생각을
안했고, 그냥 놓아버리면 땅에 떨어지지나 않을까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새를 정원에 가볍게 던지니, 그때서야 까망이는 있는힘을 다하여
날개짓을 하여 앞마당 나무 위를 가로질러 날았고, 무어라 짹짹이는 소리를
지르며 고개를 돌려 나를 한 번 쳐다 보았고, 이내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감사 하다는 한 마디 였을까, 아니면 살았다는 안도의 외침 이었을까...?.
나는 숯껌댕으로 얼룩덜룩해져 지저분한 손을 세면대에 씻었다.
아마도 저 놈은 오늘 겪었던 일을, 나는 지옥을 가 봤노라 하는 사람들의
신앙간증처럼, 오늘 밤 친구 놈들을 모아놓고 황천여행담을 늘어놓지
않을까..?...
만약 그러하다면, 이렇게 무용담을 시작 할 지도...
...\"니네들 짝짓기하다 지옥에 떨어진 내 기분 짐작 할 수 있겠니..?..
** 재미있으셨으면 댁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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