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를 떠나 보내며... 거실 가득 아들녀석의 소지품이 널부러져 있다. 고운 햇살이 거실 가득히 쏟아져 들어 오는 화창한 날에 밖으로나 나가면 딱 좋을성 싶은데 집 정리한다고 구석구석 들쑤시고 다니는 부지런쟁이때문에 우리집은 마치 이사 나간 직후의 풍경 같다. 이런 때면 나는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고 남자들은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우리집 질풍경이다. 이젠 메모를 보며 아들넘의 준비물을 챙겨야 할 순서. 큰 물건들은 부자간에 알아서 챙겼으니 자잘한 것들을 점검해야 하는 것이 내 몫이다. "너 기숙사 들어감 컴퓨터 겜 못하니 안됐다~" "난 엄마 잔소리 안 들어도 돼니 정말 잘됐네~"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자간의 작은 다툼을 지켜보던 아자씨, "앞으로 너희 둘이 싸우는 꼴 안 볼테니 정말 조~ㅎ다!" 얄미운 한 마디에 바로 속사포처럼 되돌아 보낸다. "나는 아자씨나 기숙사로 들어가버림 정말 좋겠네~" "맞어~맞어~" 아이와 나는 딱 눈이 마주치며 서로 맞장구를 쳤다. "알았네!! 혼자 잘 살아 보소~" 아이의 양말을 있는대로 주섬주섬 갯수를 세워 본다. 몇 번을 세워도 숫자가 머리에 입력이 안된다. 마음이 점점 이상해진다. "난 안 갈테니 아빠랑 그냥 둘이 가라..." "왜애~~?" 아무래도 눈물을 보일 것만 같아서...라고 중얼거리며 "어디 내 이뿐 아들 한 번만 안아 보자..."하는 순간 정말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리고 만다. 아들녀석을 안은 채 기어코 가슴으로 울고 말았다. "엄마... 일주일마다 한 번씩 외출 나올텐데 울지 말어..." 말꼬리를 흐리는 생각 깊은 녀석도 아마 눈시울이 붉어졌으리라. 눈물이 멈출 것 같지 않아 양말을 개키다 말고 옷방으로 들어 가 문을 닫았다. 이제 떠나면... 정말 내 품안을 벗어나게 되겠구나... 그간 어미로써 너무나 모자랐던 부분들이 아프게 다가온다. 일하는 어미를 둔 탓에 외할머니 손에서 자라느라 엄마로써의 모자람이 더 많았으리라... 안쓰러움과 미안함이 겹쳐 눈물로 쏟아진다. 슬그머니 따라 들어 온 아들녀석이 뒤에서 조심스레 힘주어 껴안는다. "엄마...고만 울어..." 누군가를 떠나 보내야한다는 건 긴 이별이건 짧은 이별이건간에 참으로 가슴 아린 일인가 보다. 제 형아 군입대 후, 그리고 외할머니를 멀리 보내드리고 난 후 슬픈 노래만 들어도 엉엉 울고 말던 처절한 슬픔을 못 견뎌하던 엄마의 모습을 보아 온 녀석은 내심 저를 떠나 보낼 엄마가 염려되었던 모양이다. 엎지면 코 닿을 곳으로 보내는 일이건만 그 조차도 그리 마음 편한 일은 아닌가 보다. "엄마, 나랑 같이 자자~"하며 침대 위로 뛰어 들던 녀석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귓전에 맴도는 하룻밤을 겨우 보내고 햇살 고운 아침을 맞아 아침기도를 올린다. 벌써부터 둥지를 떠나야 하는 아들녀석을 위해... 바른 생각과 말과 행위를 할 수 있도록...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부디... 평화를 주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