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일요이 아침이다. 전업 주부인 탓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집에 있는 편이다. 그
래서 특별히 휴일이 따로 없이 날마다 휴일인 셈이다. 그러나 남편이 쉬는 휴일이면 늦잠을
자고 싶기도 하고 하루 세끼 식사 중 두끼 정도로 해결을 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보기도 한
다. 그렇지만 육중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천성이 부지런한 남편은 일요일인 오늘도 가장 먼
저 일어나서 아이들을 깨웠다. 아빠를 닮은 것인지 늦잠이 없는 아이들은 아빠가 잠을 깨우
는 소리에 금방 일어나서 따뜻한 이불속에서 뒤척이고 있는 엄마를 깨우고야 만다.
남편은 아이들에게 집 근처 봉대 산에 갈 것을 나에게 허락도 맡지 않고 약속해 버렸다.
등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취미이자 유일한 특기에 속하기도 하다. 하
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험하지는 않지만 산행을 하는 것은 거의 인내의 수준이다. 체력과 인
내심이 부족한 내게는 온 가족이 산행을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집에서 쉬는 편이 낫다고 생
각하는 편이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거짓말 하는 부모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약속을 지켜야만
했다.
대충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이웃집에 사는 친구네 가족과 함께 집을 나섰다. 아이들은 신이
났는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저만치서 앞서 간다. 산행 길에 가파른 산길도 뛰는 듯이 달
리기도 하고 발걸음도 무척 가벼워 보이는 아이들을 보니 부쩍 많이 자랐다는 표시가 난 것
같았다. 내가 우려 했던 것과는 달리 산에 잘 오르는 아이들을 보니 피곤하다는 핑계로 좁은
아파트에 새장속의 새처럼 아이들을 가두워 놓고 키운 것 같아 아이들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
이 들었다. 새처럼 훨훨 날아 넓은 세상을 보아야 더 높이 날 수가 있을 텐데 말이다.
늦가을 날씨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햇살과 산에서 뿜어 나오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정상을
향하여 걸어가는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는 것 같다. 남편을 따라 그동안 몇 번 산을 올라 본
경험 때문인지 별로 힘들지는 않았다. 누구나 시작 할 때의 두려움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일에 익숙해지면 두려움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
져 버리고 자연스럽게 몸에 베이는 것이 순리인가 보다. 나 역시 오늘 산행 길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산행을 함께 할 가족이 있고 벗이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오늘의 좋은 기억이 앞으로
우리가족과 친구네 가족의 삶에 행복한 씨앗을 키우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 초록빛 소나무의 빛과 향기에 맘껏 취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