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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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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님이 주신 유산


BY 아리 2003-11-24

주책 녕감 이라는 아이디를 쓰시는 분의 글을 읽으니

 

나도 문득 잃어버린 아버님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어젯밤 아니 새벽이라고 해야 하나

 

소위 사랑을 나누며 신랑이 내게 하는 말

 

"지금도 아이를 가질 수 있을까 ..?"

 

"그럼 ~~~"

 

나는 당연한 말을 한다고 신랑에게 타박을 주었다

 

아니 그러하겠는가

 

나도 그렇고 우리 신랑도 그렇고 쉰둥이 막내가 아니런가 ..

 

 

우리 아버님은 배를 부리시는 선주이셨다

 

어머님은 감히 아버님을 그립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여유도 없이 살아오신 분이다

 

위로 노 할머니를 모시고

 

섬에서 물을 길어 빨래를 하시고

 

청소를 하시던 분이다

 

겨울에는  500포기나 되는 어마 어마한 양의 김장을 하시고

 

늘 끝도 없는 일 속에서 허우적대시며 사신 분이다

 

그 속에서도 아버님의 사랑이 남달라

 

늘 숨죽인 사랑의 내음이 얼굴도 모르는 ? 아버님의 품을 타고 넘어 들리곤 하였다

 

늘 잔병치레에 바쁘신 어머님을 위해 손수 다리신 약사발들 두 손 고이 가져다 주시던 ..

 

그 옛날 먹고살기에 급급하던 시절에도

 

어머님 손등 트신다고 구루무를 준비해서 품에 넣어 오셨다는 자상한 아버님

 

그래 그 자상하신  아버님은 이상하리 만치 단 한번도 자식에 대한 애정이나 칭찬을

 

입밖에 내어놓지 않으시던 분이셨는데 돌아가실 무렵에는 사업이 실패하여

 

겨우 담배 한 갑을 아들에게 내어놓으시며

 

"이거 너 피워라 (너 담배 태우지 ? 내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이걸로 마지막 인사를 하신 분이시지만................

 

결혼 후 5년쯤 지났을 때 ..

 

돌아가신 아버님의 먼 친척 뻘 되시는 형님께서

갑자기 우리를 불러 모으셨다 그분이 말씀하시기를

언제인지 모를 젊은 시절 그분이 무척 아프실 때 아버님께서

그 분에게 그때 돈 90원을 주셔서 어려운 고비에서

살아나셨다고 하신다 그 은공을 평생 잊지 못하여 신랑의 5남매를 모두 초대하여

고마운 인사와 함께 그때 돈 90원은 지금 돈 900만원 9000만원도 되지만

약소하게 90만원씩을 준비하여 5남매에게 똑같이 나누어 주셨다는 이야기 셨다 

그 당시 우리 신랑은 나에게 그 거금을 가져다 주며 이렇게 말했다

돌아가신 아버님이 막내며느리 코우트 하나 사 입어라 하고 오셨다 가신 걸로 생각하라고

아버님의 은공을 생각하며 고이고이 쓰라고 ~~~

아버님은 여기 저기 보이지 않는 잔정과 후덕함을 뿌려놓으셔서

우리 아즈버님은 아직도 그 아버님의 음덕으로 사신다고 하신다

보이지 않는 배려와 사랑과 그 따스함이 그 겨울날 봉투에 전해진 사랑으로 기억된다

 

먼훗날

 

의도적인 일은 아니었지만

내가 베푼 작은 사랑이나 따스함이 바톤처럼 이어져

가슴을 훈훈하게 하고

사랑으로 되돌아 갈 수 있는 은은하고 소박한 마음의 길이었으면 ....

 

 

피에스 ---이방에 글을 남기신 주책녕감님~~~

 

 늘 행복하시고

 

예쁜 자부님과 기꺼이 와인잔을 부딪히는 즐거운 날이 이어지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