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책 녕감 이라는 아이디를 쓰시는 분의 글을 읽으니
나도 문득 잃어버린 아버님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어젯밤 아니 새벽이라고 해야 하나
소위 사랑을 나누며 신랑이 내게 하는 말
"지금도 아이를 가질 수 있을까 ..?"
"그럼 ~~~"
나는 당연한 말을 한다고 신랑에게 타박을 주었다
아니 그러하겠는가
나도 그렇고 우리 신랑도 그렇고 쉰둥이 막내가 아니런가 ..
우리 아버님은 배를 부리시는 선주이셨다
어머님은 감히 아버님을 그립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여유도 없이 살아오신 분이다
위로 노 할머니를 모시고
섬에서 물을 길어 빨래를 하시고
청소를 하시던 분이다
겨울에는 500포기나 되는 어마 어마한 양의 김장을 하시고
늘 끝도 없는 일 속에서 허우적대시며 사신 분이다
그 속에서도 아버님의 사랑이 남달라
늘 숨죽인 사랑의 내음이 얼굴도 모르는 ? 아버님의 품을 타고 넘어 들리곤 하였다
늘 잔병치레에 바쁘신 어머님을 위해 손수 다리신 약사발들 두 손 고이 가져다 주시던 ..
그 옛날 먹고살기에 급급하던 시절에도
어머님 손등 트신다고 구루무를 준비해서 품에 넣어 오셨다는 자상한 아버님
그래 그 자상하신 아버님은 이상하리 만치 단 한번도 자식에 대한 애정이나 칭찬을
입밖에 내어놓지 않으시던 분이셨는데 돌아가실 무렵에는 사업이 실패하여
겨우 담배 한 갑을 아들에게 내어놓으시며
"이거 너 피워라 (너 담배 태우지 ? 내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이걸로 마지막 인사를 하신 분이시지만................
결혼 후 5년쯤 지났을 때 ..
돌아가신 아버님의 먼 친척 뻘 되시는 형님께서
갑자기 우리를 불러 모으셨다 그분이 말씀하시기를
언제인지 모를 젊은 시절 그분이 무척 아프실 때 아버님께서
그 분에게 그때 돈 90원을 주셔서 어려운 고비에서
살아나셨다고 하신다 그 은공을 평생 잊지 못하여 신랑의 5남매를 모두 초대하여
고마운 인사와 함께 그때 돈 90원은 지금 돈 900만원 9000만원도 되지만
약소하게 90만원씩을 준비하여 5남매에게 똑같이 나누어 주셨다는 이야기 셨다
그 당시 우리 신랑은 나에게 그 거금을 가져다 주며 이렇게 말했다
돌아가신 아버님이 막내며느리 코우트 하나 사 입어라 하고 오셨다 가신 걸로 생각하라고
아버님의 은공을 생각하며 고이고이 쓰라고 ~~~
아버님은 여기 저기 보이지 않는 잔정과 후덕함을 뿌려놓으셔서
우리 아즈버님은 아직도 그 아버님의 음덕으로 사신다고 하신다
보이지 않는 배려와 사랑과 그 따스함이 그 겨울날 봉투에 전해진 사랑으로 기억된다
먼훗날
의도적인 일은 아니었지만
내가 베푼 작은 사랑이나 따스함이 바톤처럼 이어져
가슴을 훈훈하게 하고
사랑으로 되돌아 갈 수 있는 은은하고 소박한 마음의 길이었으면 ....
피에스 ---이방에 글을 남기신 주책녕감님~~~
늘 행복하시고
예쁜 자부님과 기꺼이 와인잔을 부딪히는 즐거운 날이 이어지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