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을 빨았다.
햇볕이 너무 좋아서.
이불을 펴서 너는 내 손등으로
빨알가니 햇살이 따사롭게 스며 들었다
그 따사로움에 내 몸 속의 핏방울 들이
하나 하나 깨어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며 들어오는 봄빛에 싹을 틔우는 새싹처럼
가슴에서 무엇인가 툭 터지는 것 같다.
겨울에 베란다에 흙을 담아 긴 화분 하나를 만들었다
상추 씨앗을 뿌려 놓았더니
겨울인데도 싹이 났다.
조금씩 조금씩 아주 아깝게 자라더니
오늘 아침 몰라 보게 부쩍 커 있다.
어제 흠뻑 젖게 준 물과 이 따사로운 햇살 때문일게다
동백꽃의 꽃망울이 부풀어 있었다.
초록의 진한 잎새 사이에 빨알가니 꽃잎을
배시시 내 밀고 노란 꽃술의 향기를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
이제 봄이 오려나보다
하늘빛도 이제 차갑지 않고
한뼘은 더 가까와진 햇살에 바다도 봄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