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없는 부부싸움끝에 언제나 처럼 여기에 앉았다.
내게 그나마 작은 위안이 되고, 나의 도피처도 되기도 하고,
작은 사랑의 손길로 나를 보듬어 주기도 하고...
우리 부부의 문제는 무엇일까?
꼭집어 말한다면 너무나 상반대는 성격탓이라고 돌리고 싶다.
결혼 13년차이니 그 성격이란걸 고치며 다듬고 보듬으며 익숙해 질 때도 되었는데 아직도 그게 쉽지가 않다.
전생에 아마도 주(酒)선생이었을 거라고 확신할 정도를 술을 좋아하는 그.
체질적으로 술이 안맞는 나.
8남매중의 막내인 그.
4남매중의 장녀인 나.
마이크 잡으면 놓지 않는 그.
옆사람이 들기만 해도 심장이 벌렁벌렁이는 나.
사람만나 한없이 이야기 하는 그.
친한 사람외는 만나지 않는 나.
한마디로 음주가무에 능한 그.
난 노는 것과는 관계가 먼 나.
나 자신이 그가 좋아하는 것에 맞춰가지 못함으로 싸움이 되겠지만
항상 난 그가 가자고 하면 아픈 몸을 이끌고라도 ?아가야 한다.
언제나 마지막 술자리까지 참석하는 그 옆에서 난 꿔다논 보리짝이 되어 눈물을 삼킨다.
평상시엔 조용하고 다정다감한 사람인데 한잔의 술을 걸치면 그때는 그가 아니고 야수로 돌변을 한다.
오로지 그가 하는 말만이 옳고 무조건 맞다고 해야 한다.
언제나 난 잘못했다고 빌고 그의 성질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한다.
그치만 말도 안되는 꼬투리를 잡고 계속 주정을 할땐 정말 억장이 무너지고 말도 나오지 않고 눈물만 줄줄 흐른다.
마음속으로 나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고 열두번도 더 외쳐대지만 현실의 난 너무 무기력하다.
누구에게 내 사는 모습을 보여주며 나의 힘듦을 털어 놓으며 위로의 말도 듣고 싶지만 내 쓰잘데 없는 자존심 때문에 그것도 못한다.
그저 그가 잠든 후에 나와 홀로 눈물 흘리며 마음속으로만 소리치고 있다.
언제나 이 어려움이 끝이 날까?
배고픔에 허기진 이들에겐 사치의 소리로 들리겠지만
난 오늘 너무 힘이 든다.
한바탕의 회오리가 지나고 언제 그랬냐는듯 적막이 찾아오고
그는 코를 골며 잠이 든다.
나도 누군가에게 손을 벌리고 싶다.
나의 말을 들어주며 내 목이 터질때까지 나의 소리를 들어줄 이에게 도움을 받고 싶다.
그 대상이 없어 컴앞에 앉아 침묵을 깨고 있다.
힘든 하루가 얼른 가고 내일은 조금 화창했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