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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그리고 이별.


BY cosmos03 2002-02-27

7년간을 한집에서 가족처럼 함께했던 장군이를 보냈다.
녀석이 제 마누라인 복순이와 함께 뿌린 씨들이 온집안을 헤집고 다니니
지저분하고 냄새나고...
옆방에 비어있는 방을 세를 놓으려해도 개가 많다는 이유로
발걸음을 뒤로한다.

처음 녀석을 내품에 안고 올때만해도 난 녀석에게 분명 약속을 했었다.
" 널 끝까지 키워줄께. 절대로 배반하지 않고 죽으면 산에다 묻어줄께 "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는 하지만 난 정말 그러고 싶었다.
남편과 아이에게도 그리 약속을 하였지만.

세 들어사는 집주인이 집을 팔려고 부동산에 내어 놓았다는 연락이 왔고.
너무나 큰 덩치의 녀석을 어디로 갈지도 모르는데
거기 그곳까지는 끌고 갈수가 없어.
종견으로 쓴다고 하는 어느 한농장에 팔기로 한것이다.
장군 녀석과 장군의 마누라 복순이.
그리고 그네들의 새끼 다섯마리중 두마리는 이미 분양을 끝낸 상태고
나머지 세마리중에 두마리를 한꺼번에 농장주의 트럭안에 실어버렸다.
난 내다볼수가 없었다.
딸아이도 현관안에서 사람들의 움직임만을 그림자로 볼뿐.
문을 열고는 내다보지는 않는다.

남편은 내다도 안본다고 꽥꽥 소리나 질러대고...
혼자서 덩치큰 놈을 포함해 네 마리를 끌어내려니 힘이 드나보다.
어린녀석들은 요리조리 숨기에 바쁘고.
큰 놈들은 이미 눈치를 챘나?
얼핏얼핏 내다본 베란다밖의 모습은 사람과 개의 씨름이 한창이다.
개들은 안간다고 뒷발에 한껏 힘을주고는 목을 있는대로 뒤로 뺀다.
장군 녀석이 조금 나이가 들었다고는 해도
사람인 내 몸무게보다도 더나가는 50 키로를 넘어놓으니
남편은 녀석을 끌어내느라 안간힘을 쓰는것이다.
어찌어찌해서는 녀석을 트럭뒤 철창안에 가두었나보다.

다음에는 복순이를 끌어내는데.
요번에는 더 힘이들어한다.
녀석은 참말로 생똥까지 싸가면서 안 끌려가려 요지부동으로
뒷 다리에 힘을준다.
남편의 발길질과 타이름...
" 너 안죽어. 죽으러 가는게 아니고 넓은곳으로 네 남편과 자식들 모두 함께가는거야 "
개가 사람말을 어디까지 알아들을 수가 있겠는가?
한없이 처량하게 바라보던 장군과 복순이의 눈망울...
자꾸만 눈물이 나온다.
저리도 안가겠다고 고집을 피우는데...
짐승이라는 이유로 막무가내 끌려가야하고.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라는 이유로 가족처럼 끝까지 책임지고 키우겟다는
그 약속을 헌 신짝처럼 저버리고는
지금 사람과 개는 밀고 밀치는 실갱이를 하고 있는것이다.

보지 않으려.
짐승에게지만 미안함과 죄책감에 눈을 돌리고 등을 돌려도.
자꾸만 현관밖으로 신경이 써진다.
강아지들이 강제로 붙들렸는지 동네가 떠나가라 깨갱대며 소리를 질러댄다.
그러더니 어느순간 조용해 지기에 살그머니 나가보니.
쇠찰상 안에 장군네 가족 네 놈이 한꺼번에 실려있다.
저들의 운명을 감지한것일까?
아니면 지쳐서 스스로 포기를 했나?
새끼중 한마리는 너무 섭섭하다고 데리고 있는대까지 데리고 있어본다고 남겨놓은것이다.
멀뚱히 녀석들은 사람인 우리를 바라본다.
끝내 꼬랑지는 흔들어가며...
사람인 우리들은 저희들을 배신했는데도.
녀석들은 끝끝내 순종의 표현으로 꽁뎅이를 흔드는것이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자꾸만 내눈에 흐르는 눈물을 주체치 못하고 딸아이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뒤따라 들어온 남편은 내 손에 녀석들이 마지막주고간 선물인 돈들을 쥐어준다.
두툼한것이 액수가 꽤나 많은가보다.
우두커니 돈들을 바라보는데도 자꾸만 눈물이 나며 그 돈을 세어볼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이젠 갔다.
7년과 3년을 내손으로 밥을주고 목욕을 시켜주고 빗질을 해주던...
그 녀석들은 갔다.
며칠씩 집을 비웠다가 아무리 어두운 밤에 들어와도 반가이 맞아주던 녀석들이었는데...
때론 나와 딸아이. 그리고 남편의 스트레스 대상으로
우리네 인간의 화풀이를 그저 묵묵히 받아주고는 하였었는데...
아무리 야단을 치고 소리를 지르고 때론 발길질을 해대도.
흔들어대던 꼬리는 멈추질 않고.
견디지못할만큼 괴로움을 당하면 그냥 벌러덩 배를 보이고 누워서는
항복입니다. 나는 당신의 종입니다를 무언의 행동으로 보여주던 놈들이었는데...
그래도 다행인것은 식용이 아니라 씨내리와 씨받이로 농장으로 갔다는것에
작으나마 위안을 삼아야할까?

제 가족을 제 보는 앞에서 모두보낸 강아지 한놈은.
우두커니 대문밖을 바라보며 그리도 처량하게 운다.
먹지도 않고. 밥주인인 내가 아무리 오라해도 눈치만 살살볼뿐.
그저 대문밖만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울기만 한다.
짐승도 아는걸까?
제 가족과의 이별을.
미물이라고, 말을 할줄 모른다고 생각도 없는것은 아닌가보다.
한꺼번에 모든 가족을 잃은 강아지의 슬픈 울음소리에.
현관안에서 키우던 초롱이 녀석을 강제로 밖으로 내 놓았다.
서로 의지해 보라고.

그런데...
강아지 녀석이 정말로 초롱이를 보고는 울음을 그친것이다.
지금 뱃속에 새끼가 들은 초롱이녀석이 훨씬 작아도.
마치 제 에미나되는듯이 온몸으로 반가움을 표시한다.
졸졸졸... 초롱이를 ?아다니며 발로 툭툭 건드려도 보고.
주둥이도 갖다대보고.
뭐라고 앙앙대기도 하고...
그러며 밥도 먹는다.
쫓겨난 초롱이는 한동안은 문 열어달라고 현관문을 박박 긁고 하더니.
이제는 두놈이 서로 의지하며 밥도 함께먹고.
잠을 잘때도 함께 붙어자고...

제 에미, 애비와 생이별을 시킨것에 미안햇던 마음이 조금씩 가셔가고 있다.
어쩌랴.
그것이 짐승. 개의 운명인것을...
하지만, 한가지 절실히 느낀것은 약속이라는것은 아무리 짐승이라해도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것이라는걸 느꼇다.
애초에 약속을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고.
보내는 마음도 가벼웠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