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이 고개내밀던 11월 말쯤의 일입니다.
파주의 어느 민가에 칠십을 목전에 둔 노부부가
살고 계십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새벽에 일어나서 앞마당을
쓸려고 나가셨는데, 군복입은 젊은이들이 열댓명
모여있더랍니다.
인근 군부대 장병들인데 밤새 산악 행군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모여서 담배를 피우고 있어서,
추워서 그런가 보다 하고 한번 쓱 쳐다보았습니다.
마당에 담배꽁초를 아무곳이나 버려서 ,
깔끔한 할머니가 젊은 사람들이 예의가 없다고
야단을 치셨습니다.
그 군인들 죄송하다며 순식간에 마당을 정리하고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보아하니 그추운 겨울밤에 (정말이지 휴전선 근처의
겨울은 너무도 춥답니다) 행군하고 귀까지
새빨갛게 얼어서 차마 그대로 돌려보내기 안타까와서
뒤꼍 나무를 모아 모닥불을 지펴주니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노부부께 감사, 감사 또 감사하면서
작은 불씨에 몸을 녹였습니다.
할머니 얼른 들어가서 주전자에 물을 팔팔끓여,
눈짐작으로 커피를 한주전자 만들어, 종이컵에
커피한잔씩을 컵이 넘치도록 따라 주셨습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이처럼 따뜻하고 ?ダ獵?커피는
처음이라며 고마와하는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몸을 녹이는 힘을 줄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노부부께.
그들은 연신 고개를 숙였습니다.
아침의 작은 수고로 하루종일 마음이 편안했다는 그 노부부는
저희 시부모님이십니다.
세상이 너무도 빠르게 돌아가기 때문일까요.
자그마한 따뜻한 마음이 상대에게 열배쯤 커다랗게
감동을 가져다 줄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고 느끼지 못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뒤돌아봅니다.
몇십년만의 추위가 다녀간 이번 겨울을,
몸보다 가슴이 더춥게 보낸 이들이 없는지.
다시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