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대의 애수(哀愁)
지은이 : 미상
우리는 우리를 이렇게 부른다.
동무들과 학교가는 길엔
아직 맑은 개울물이 흐르고
강가에서는 민물새우와
송사리떼가 검정 고무신으로
퍼올려 주기를 유혹하고
학교 급식빵을 얻어가는 고아원 패거리들이
가장 싸움 잘 하는 이유를 몰랐던
그때 어린 시절을 보낸
우리는 이름없는 세대였다
생일때야 되어야 도시락에 계란 하나
묻어서 물래 숨어서 먹고
소풍 가던날 이꾸사꾸속에
사과 2개,계란3개,상탕 1봉지 중
사탕 반봉지는 집에서 기다리는 동생을 위해
꼭 남겨 와야 하는 걸 이미 알았던 그 시절에도
우리는 이름 없는 세대였다
일본 식민지 시절을 그리워 하는 사람들과
6.25를 겪은 어른들이
너희처럼 행복한 세대가 없다고
저녁 밥상 머리에서 빼놓지 않고 이야기 할 때마다
일찍 태어나 그 시절을 같이 보내지 못한
우리의 부끄러움과 행복사이에서
말없이 고구마와 물을 먹으며...
누런 공책에 "바둑아 이리와 이리 오너라 나하고 놀자"를
침 묻힌 몽당연필로 쓰다가
단칸방에서 부모님과 같이 잠들 때에도
우리는 역시 이름 없는 세대였다.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외국 국민교육헌장
대통령은 당연히 박정희 혼자 인 줄 알았으며
무슨 이유든 나라일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은
빨갱이라고 배웠으며
학교 골마루에서 고무공 하나로
30명이 뛰어놀던 그 시절에도
우리는 이름없는 세대였다
일제세대,6.25세대,4.19세대,5.18세대,모래시계 세대..
자기 주장이 강하던 신세대 등
모두들 이름을 가졌던 시대에도
가끔씩 미국에서 건너온
베이비 붐 세대 혹은 6.29넥타이 부대라
잠시 불렸던 시대에도 우리는 자신의
정확한 이름을 가지지 못했던 세대였다
선배세대들이 꼭 말아쥔 보따리에서
구걸하듯 모아서 겨우 일을 배우고
혹시 꾸지람 한 마디에 다른 회사로 갈까말까 망설이고
후배들에게 잘 보이려고
억지로 요즘 노래 부르는 늙은 세대들...
선배들처럼 힘있고 멋지게 살려고 발버둥치다가
어느날 자리가 불안하여 돌아보니
늙은 부모님은 모셔야 하고 아이들은 어리고
다른길은 잘 보이지 않고
벌어놓은 것은 한 겨울 지내기도 빠듯하고
은퇴하기에는 너무나 젊고 도전하기에는 늙은 사람들
회사에서 이야기하면 알아서 말 잘 듣고
암시만 주면 짐을 꾸리는 세대.
주산의 마지막 세대이자 컴맹의 제1세대
부모님에게 무조건 순종했던 마지막 세대이자
아이들은 독재자로 모시는 첫 세대
늙은 부모님 모시는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야 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정작 자신들은 성장한 자식들과 떨어져
쓸쓸한 노후를 보냄을 받아들여야 하는 첫 세대
부모를 제대로 모시지 못해
처와 부모 사이에서 방황하기도 하고
아이들과 놀아주지 못하는 걸 미안해 하는 세대
이제 우리는 우리를 퇴출세대라 부른다
50대는 이미 건넜고
30대는 새로운 다리가 놓이길 기다리는
이 시대의 위태로운 다리 위에서
바둑돌의 사석이 되지 않기 위해 기를 쓰다가
늦은 밤 팔지 못해 애태우는
어느 부부의 붕어빵을 사들고 와서
아이들 앞에 내 놓았다가 아무도 먹지 않을 때
밤늦은 책상 머리에서
혼자 우물거리며 먹는 우리들....
모두들 이름을 가지고 우리를 이야기 할 때,
이름없던 세대였다가
이제야 당당히 그들만의
이름을 가진 기막힌 세대..
바로 이 땅의 40대!!!!!!!
고속성장의 막차에 올라탔다가
이름 모르는 간이역에서 버려진 세대
이제 우리가 우리를 퇴출이라고 부르는 세대
진정 우리는
이렇게 불림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돌아올 수 없는 아주 먼 곳으로
가야만 하는 것일까?
*** 40대 선배님들의 마음이 헤아려지는듯하여 퍼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