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59

폭설..그후..


BY owl 2001-02-16

아이들을 모두 보내놓고 간밤에나린 잔설들을 바라보며 오늘도
어김없는 아침을 맞는다. 눈이 더 올려나..웬지 심상잖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일기에보에 귀를 기울인다.

아니나다를까.열두시가 조금지나자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듯
눈이 퍼붓기 시작이다. 이곳 경기도로 이사온지 두해.이곳은
유난히 겨울이면 눈이 많이온다..삿뽀로가 하나두 부럽지않을 정도로.

수원c.c 바로 옆동네여서 설경이 이만저만 근사하지가 않다.
집이 이쁘다는 단지 그이유 하나로 서울을 버리고 이곳을 선택해
왔는데 아이들 성장에 정서적으로 너무좋은것 같다.

전면이 확트인 통유리 거실마루바닥에 털석 주저앉아
하염없이 퍼붓는 눈을 바라보자니 마음이 심란해져 왔다.
사연이 많은 지난날 인지라 생각할것들도 많고..

그리운이들의 모습이 자꾸만 클로우즈 엎 되고..
아이고 ..이러믄 안되지.맘잡고 현모양처 하기로 했잖니..
서방님에게 전화나 해볼까나.글쎄..반가워나 할라나?..

여보셔요..눈이 너무 많이오네.혼자보기가 아까워서..
당신이랑 이설경을 같이 보아야 하는데..
거기두 눈이 많이 오나?..

음.여기두 난리났다. 근데 나는지금 감상에 젖을 시간없다.
물건이 나가야 하는데 일이 꼬여서 미치겠다.지금..

에궁..이것이야말로 현실과 꽈당하고 부딕쳐 넘어지는 나의감성에
물 끼얹는 소리..

그으래요?..그럼 이따 조심해서 들어와.
슬그머니 수화기는 내려지고 ..그래도 눈은 하염없이 오는데..

안되겠다.스키복을 주섬주섬입고 털모자를 눌러쓰고
완전무장을하고 빗자루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눈에익은 옆라인
동지들도 무장을 한체 열심히 집앞들을 쓸고있다.

여인네들의 수다와 그칠줄 모르는 눈발..
에라.우리 기왕뭉친김에 동별로 눈쌈이나 합시다.
빗자루는 어디론가 날아가고 이리뛰고 저리도망가고 한바탕
아줌마들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커다란 궁둥이들이 쿵쿵 넘어지는소리.눈세례를 맞으면 으악으악
목소리는 왜그리도 큰지..4층할아버지가 내다보시며 겸연쩍게
미소를 흘리신다.

나이를 불허한 이 동심의 그리움은 어느새 아줌니들을
18세소녀로 이끌어 냈고 나또한 괜스리 센티해질려고 했든(머리에
잡념이 들어가기전에 어떻게든 막아야해.그러지않음 꼭 무슨일이든
저지르고야 만다니까..)오늘의 우울에서 기막히게 탈출한셈..

이제,
눈이 하염없이 온다고
음악 늘어지게 깔고 찻잔 부여잡고.먼 곳을 촛점없이 바라보는일.
아무래도 당분간은 못할것같다.이곳 분위기로 봐서는..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씩씩한 아줌니들 틈새에
나도 당당히 끼어 아이들과함께 눈밭을 뒹구는 일을 서슴지 않아야
겠음으로..

이곳에 와보시라니까요.
눈오는 날은 정말 미친다니까요.(표현이 좀 넘 하지만 너무 적절하기에 ..다른어휘는 쓸수가 없음을..)

이건 비밀인데 오늘밤 여기 하룻밤 과부님들이 넘 많데요.
길이 막혀 서울간 서방님들이 오지를 못한다나?..
흐흐..너무좋은 동네지요?..

폭설..그후..
우린 마냥 행복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