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75

그 여자의 용기


BY wildvine 2001-12-12

내가 사는곳은 미국에서도 좀은 작은도시이다. 그러나 이런 소도시에서도한국사람들 만나기란 그리 어렵진 않다. 예전에 내가 다니던 한국교회에 일요일성경공부를 총책임하시는 미국목사님과 그 사모님이신 한국부인이 계셨다. 사모님은 아주 어린나이에 미국인(그때는 군인)과 결혼하시어 미국오셔서 거의 평생을 미국서 사셔서 이젠 한국말보다는 미국말이 더 쉽고빨리 나온다 하신다.

그런 사모님과 목사님사이엔 자녀가 없어서 신생아인 멕시칸아이를 입양하여 그 아이가 어느듯 17살이다. 처음입양했을때부터 아이의 두뇌에 종양이 있어서 세차례의 수술끝에 저능아일뻔 했던 그아이는 지금 정상아가 되어 피아노를 전공으로 작곡도하고 프럼펫, 바이얼린, 기타...등등 많은악기를 다룰줄아는 장래희망이 음악목사가 되어서 하나님을 기뻐게 하고싶단다.

남편이신 미국목사님은 덩치도 크시고 유머가 끊이질않는 아주 활달하신 분이셨는데 심장이 아주 나빠서 7년째 인공심장펌프를 달고 사시다가 작년11월에 타계하셨다.
목사님께서 돌아가시고나자 사모님의 인생은 그야말로 암흑이 시작되었다.
어릴적에 친정이 너무 가난하여 교육을 받은적이 없어서 그리 유창하게 하시는 영어에도 불구하고 그 영어의 낱말을(스펠링) 하나도 모르신다.
미국생활이란것이 현금보다는 수표를 쓰야 하는데 여태 살면서 그런 자질구레한것까지 목사님께서 전부다 하셔서 당장 지급해야할 공과금을 지급하질 못하고 영어쓰기를 못하시니 사인해야할 위치가 어디인지도 몰라서 쩔쩔매기가 일수고.......
모든 일상생활이 말로만 되는것이 아니여서 사모님은 날마다 우셨다 한다.
까막눈으로 남은 평생을 살아야한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막막하고 답답해서밤마다 기도를 남편에게 데려다달라고 기도했단다.

목사님 돌아가신후 6개월째 되던날, 이래서는 안되겠다 지금이라도 영어를배워야겠다고 결심하시고 (참고로 미국은 대학부설 랭귀지코스가 아주 체계적으로 잘되어있고 또 나이제한이 없다)랭귀지코스에 등록했다.
나도 그때 그대학서 랭귀지코스3년을 다마치고 대학과정을 하더때라 학교서 사모님을 만나니 너무나 반갑고 그 용기를 보니 남의나라 말로 배우는공부가 무척 힘들었지만 저절로 용기가 솟았다.

첫학기때는 정말로 형편 없었다 한다.
일단 두과목 reading/grammar(문법)을 신청 했는데 영어단어를 배운적이 없고 더구나 문법은 한글의 동사/주어 라는 뜻을 모르니 내가 학교서 그 개념을 가르쳐도 이해를 못하시고 또 58살의 노안때문에 한영사전의 글이 작아서 안경을 껴도 그 깨알같은 글이 보이지를 않는다. 할수없이 내가 사모님은 영어를 더 잘 이해하시니 영영사전을(미국사전은 책처럼 글이 크므로)권해서는 겨우 읽게는 되었는데 단어자체를 모르니 뜻이 연결이 안돼어.........그리해서 첫학기 두과목은 결국 패스하지못했다.

올해 가을학기를 두번째로 다시 세과목을 신청했다. 이번에는 reading/grammar/writing 으로 좀은 풀이죽은 모습으로 등록하셨다고 제일먼저 내게 전화하셨다.
그 나이에 도전하시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용기있으시고 또 훗날 나도 그 나이에 먼가를 할수있구나하는 위안이 된다하면서 위로해 드렸다.
학기처음 첫클래스를 끝내고 나오시면서 이번학기는 정말로 패스해야한다고 힘주어 말하시면서 많이 도와달라고 했다.
나는 이제 작전을 조금 바꾸어서 먼저 사전보는법이랑 영어단어를 집중적으로 외우시게 했다. 일주일에 두번 숙제를 검토하기로 하고 특히 숙제중에 질문자체뜻을 모르니 질문을 충분히 이해하도록 교과서의 예문의 질문과 숙제의 질문을 중점으로 가르쳤다.
처음시작할때보다는 조금씩 나아지는것을 느끼고 또 선생님에게서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칭친을 가끔 전해왔다.

어느듯 이번학기도 거의 끝나갈즈음에 사모님은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미국교육제도가 마무리를 굉장히 중요시해서 랭귀지코스한학기에서 다음학기로 넘어갈때는 한학기동안의 성적이 D 이상이라야 마지막 패스/넌패스를 가리는 시험을 칠 자격을 준다. 성적이 D이하이면 그 학기는 이미불합격이고 또 D이상이여서 마지막시험을 쳤다 하더라도 그 시험에서 통과해야만 다음학기로 진급된다.
물론 마지막시험에서 통과못하면 다시 유급이된다.
사모님께 잘 하실거라고 위로했지만 시험문제의 질문을 아직도 잘 파악못하니 매일을 그 공포와 불안에 쌓여 처진어깨로 힘까지 없어 보였다.

모든시험이 끝나고 결과를 기다리는데 전화가 왔다.
reading/grammar 두과목 통과했다고. 너무나 기뻐하시면서 우셨다.
자기는 너무나 자신없었다고.....매일을 기도에만 매달리면서 다음학기에는 꼭 통과하게 해 달라고 그래야 가르친사람이 보람 있을거고 남편 없이도 잘살아갈수 있는 용기가 생기도록 그렇게 기도하셨단다.
이젠 사는게 정말 자신있단다. 뭐던 혼자서 할 용기가 생기고 남편없이도수표를 쓸수 있단다.

하나님은 과부와 어린아이들을 더 사랑하라고 하시었는데 사모님을 통하여이미 하나님의 사랑이 나타난것이다. 기도로 못할것이 없다.
하고자하는곳에 하나님이 함께 하시기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