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산화탄소 포집 공장 메머드 가동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603

첫사랑


BY 숙 2000-05-15

"숙아? 네게 있어 난 뭐니?"
언젠가 군대 영장을 받아 놓고 그애는 할매집 양은의자에서 그렇게 물었다.
막걸리에 두부김치가 모락모락 김을 피우고, 자욱히 담배연기가 아눌거릴때, 난 그애를 외면하며 말했었다.
"그냥, 좋은 친구."

그애는 그렇게 군대에 갔고, 난 다시 그 애없는 학교를 다녀야했다.
가끔 과사무실로 오는 편지에는 적당한 안부와 주변이야기 뿐, 그 애는 내게 그렇게 멀어져 갔다.
스믈 한 살의 첫사랑.

따스한 햇살이 등허리를 간지럽힐 때, 그 애는 다시 날 찾았다.
"충성! 짜식, 잘 있었니? 예뻐졌네. 화장도 하고."
우린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캠퍼스를 누비며 다녔다.
까불며 웃고, 장난하고, 그러다 난 졸업을 했다.
아직 학생인 그 애는 가끔 밥이나 사라고 전화했고, 그 때마나 난 어김없이 밥을 사주며 히히덕 거렸다.
사랑한다 좋아한다 얘기한 적 한 번 없이 그냥 그렇게 익숙하게 함께 지냈다.

"나 어쩜 선볼지 모른다?"
"그래? 어떤 남잔데?"
"몰라~. 울 엄마가 보래니 보는 거지 뭐."
나도 왜 그런 이야기를 그애에게 했는지 모른다.
그냥, 재미삼아 어쩌는지 보려고...

그 해 5월 그애는 내게 전화를 했다.
"숙아. 나 휴학하고 호주에 간다.
그동안 정말 행복했다.
네가 있어줘서 내 스므살이 잊혀지지 않을 거야.
언제 올지는 몰라.
어쩜 눌러있을지도 모르고.
잘 있어라. 다음에 오면 연락할께. 안녕."
그렇게 그 애를 떠나보냈다.
내가 마지막 한 말은 겨우 이말 한마디였다.
"잘가. 너 가면 이제 난 누구랑 노냐?
그래, 좋은 사람 만나면 같이 보자."

해마다 5월이 되면 사랑인지도 모르고 보내버린 그 애 생각에 잠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영아! 너 아직도 호주에 있니?
너에게 정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단다.
나 너 없이 지금도 행복하지만, 너 있던 그 스므살도 행복했었다고...
스므살의 행복을 선사해준 너에게 정말 감사하며, 보고싶다.
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