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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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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호실에서 과연 무슨일이 일어났을까?


BY 바늘 2001-12-08

고1 딸아이가 급성으로 신장에 이상이 생겨서 병원에 입원한지 여러날이다.

첫날 403호실 병실에 들어서자 뽀얀피부에 할머니 한분이 머믈고 계셨는데 적적하셨는지 딸아이를 보자 너무나 반가워 하시면서 어서오라고 인사를 건네셨다.

어디가 아픈지 살곰 물어봐 주시고 귤도 하나 넌즈시 건네주셨다.

곧이어 베트남 국적을 가진 25세 새댁이 맹장수술을 하고 들어와 눕더니 조금후 안경을 쓰고 머리를 생머리로 길게 느려뜨린 나와 동갑인 엄마가 혈압으로 쓰러져 들어와 자리를 차지하였다.

첫날에는 서먹하더니 이내 서로의 병세를 물어봐주고 보호자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 서로 식사때 수저도 놓아주고 물도 떠다가 받쳐주고 링켈달고 화장실 출입이 곤란할라 치면 얼릉 문도 열어주고 기꺼이 화장실 문밖에서 기다리는 수고로움도 배려하면서 그렇게 그렇게 온정을 나누게 되었다.

병실 건너편에는 밤이되면 오색등 찬란한 대형횟집이 자리하고 있는데 라지에터 난간에 팔고이고 우두커니 밖을 보노라면 왠지 그곳으로 꾸역 꾸역 모여드는 많은 수의 인파들이 마냥 행복해보였다.

아고! 부러워라~

그런 광경을 창가에 서서 우두커니 아니 덩그마니 바라보면서 쓸쓸함이 귀아래로 슬며시 파고 드는듯도 하고 올 한해 이래 저래 고단했던 일들이 화려한 네온의 불빛과 대조되어 사르르 우울로 젖어들기도 했다.

모든일이 잘 풀려서 근심도 걱정도 없던 시절에는 지 잘나 모든일이 그러는것인냥 고마운줄도 모르고 무심으로 보냈던 시절이었으나 지나고 보니 참 감사해 할일이 많았던 지난 날들이었다.

아이가 그간 무탈하게 잘 커준것이 감사했고 그래도 이만큼의 강도로 견뎌낼 질병을 얻게 된것도 불행중 다행 아니였나 싶었다.

병원에서 있다보면 누워 있는 환자보다 보호자가 지치고 힘들어 오히려 병이 날것같은 상황이 되기도 하는데 침대 옆에 붙어있는 낮은 간이 침대에서 누워 잠을 자니 어깨도 아프고 여기 저기 쑤시고 저리고...

403호실에서의 하루가 그렇게 가고 있었다.

그때 찌르르~~~
진동으로 해놓은 폰에 떨림이~~

여보세요?

아 누구신가요?

네에 여기 sbs시트콤 하니 하니 제작팀인데요~~

글이 채택되어서 방송을 하려합니다.

와우~~~~~~~

어머낫 그런가요? 히힛


이주전이던가 남편의 늦은귀가로 벌어진 에피소드를 글로 옮겼더니 아마도 그글이 재미있었나보다.

언제 방송이 나오나요?

아~네에 다음주나 그다음주에 나올거여요~~

고맙습니다~~~

푸하하 신난다~~~

그래서 인생은 아롱이 다롱이 어울져 살기 나름인가보다.
작은 삶의 이벤트였지만 기분 전환이 되기에 달콤했다.

그리고 나는 403호실에서 저녁때 즈음하여 밖의 화려한 네온을 배경삼아 통닭으로 한판 걸판지게 쐈다.

ㅎㅎㅎ



병실안에 모두는 비록 팔팔뛰는 생선 회쳐서 짠한 쐬주에 짱하고 건배는 못하였지만 노릇하게 튀겨진 닭다리 닭날개 부여잡고 거품 보글 거리는 시원한 콜라에다 웃음 타가면서 즐거운 송년회를 만들어 가졌다.

아고~~~ ㅎㅎㅎ

403호실에서 그리하여 깨가 서말은 쏟아졌다는것 아니겠습니까?

뭐 행복이 별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