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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행복


BY 이 선화 2001-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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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행복

오래전부터 갖고싶었던 것 하나

커피 메이커

뭐 별거냐 몇십만원 몇백만원 하는 것도아니고 사면되지 뭐 하겠지만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고는 사치인지라

참 오래전 부터 망설였었는데  며칠전 드디어 사기로 결심을 하고는 그이랑 마켓에 갔다

 

그때까지만해도 그이에게 아직 말을 하지 않은상태..

눈치를 보다가 "자기야 있지 나 저거 사주라 나..이제 원두커피 마시고 싶어 응?

어제도 순장님댁에 갔다가 나 원두커피 마셨는데 너무 좋더라

눈 딱감고 사주라~응"

근데 예상밖에도 그가 장난스레눈을 꾹하니감았고 난 그사이에 얼른 커피 메이커를 쇼핑카에 담았다

그리고는 둘이 하하 호호 하면서 웃었다

하지만 어김없이 그이의 덧붙히는말

"아껴써야해 지금이 어느땐데 ...집이 없어서 식구대로 구걸하는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응 알지..그치만 자기도 알다시피 나 저거 옛날부터.."

"그래 사라 이건. 커피라도 입맛에 맛게 먹어야지 너혼자 집에 있을 때 맛있게 끓여서 마셔

이그 "........하면서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 뒷말은 뻔하다

"우리 각시 시집만 잘왔으면 호강하고 살텐데.."

 "그렇다고 내가 시집 못온건 뭐야 치~"

참말 남들이 보면 유치하고 소름 돋는 우리부부의 대화다

막상 사라는 말듣고 바구니에 넣긴 했는데 괜스레 아까운 생각도 들고

안이뻐지만 조금 더 싼걸로 살걸 싶어서 다른 것도 만지작대고 있으려니"

"그냥 이거 사라 필립스거. 좋은거네 색상도 좋고 이쁘고.."

하는 그이 말한마디에 '하나님 죄송해요 어려운 사람들도 많은데 제가 굳이 필요없는

욕심을 부렸어요 ...그래도 한번만 봐주세요 녜?'

하고는 더 이상 복잡한 생각일랑 버리고 돌아섰다

모카 커피에 헤즐렛

향은 헤즐럿을 마시고 맛은 모카를 마신다는 생각하에 거금 2만원을 들여서 사왔다

사서보니 "선화야 커피 좀 끓여봐라" 일어나자마자 원두를 찾는 사람은 그이고

매일을 우리는 그렇게 구수한  커피향에 싸인채로 시작한다

지금도 내 곁엔 커피가 있고

헤즐넛에 어울리는 따스한 행복이 있다

 

이 행복이 언제까지나 이어지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