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697

사랑하냐구?


BY 바늘 2001-02-12

사랑 사랑 사랑은 뭘까?

그 사랑이 뭐길래 가슴 저리고 가슴 애리고 때로는 그로 인하여 울고 불고 무지게도 떴다가 흑구름도 찾아들고 그게 뭐길래?

어제는 남편의 귀 빠진 날이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유난스레 엄마 아빠를 졸졸 따라 다녀서 부부동반 모임이 있을때는 우리집 가족이 식구수로 제일 빵빵하였는데 이제는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들은 자신들의 둥지에서 자기들만의 성을 쌓으려 하니 후련하다 해야 하나 ?

그런데 그 후련은 이제 시림으로 가끔 탈바꿈하여 내곁에 다가오니 그도 또한 나도 나이 들어 가는 징조인가 보다.

이번 남편의 생일은 마침 일요일이라 느긋하게 늦잠을 자고 난뒤 미역국 끓이고 결혼전 친정 어머니 말씀처럼 생일날 밥그릇은 넘치도록 소복하게 밥을 퍼야 복받고 잘산다기에 나도 평소 잘 안쓰던 도자기 밥그릇 꺼내어 새로지은 밥을 소복하게...

냠냠 쩝~~

우리 부부는 신혼부터 어머님과 함게 살았으므로 둘만의 오붓한 깨소금은 감히 상상도 못하고 지냈었다.

신혼시절 목욕탕 가는 남편에게 돌아오는길 두부 한 모 사오라 부탁했다가 남자에게 그런 심부름 시킨다고 꾸중듣고,혹여 주방에 나와 조그만 일이라도 거들라 치면 큰일할 남자는 부엌에 드나드는것 아니라 뭐라 하셨으니 둘만의 오롯한 여행은 스스로 포기하고 살았기에 나의 신혼시절은 핑크빛으로 기억되기 보다는 펑크빛이라 해야하나?

이제 세월의 강이 흐르다 보니 어머님은 멀리 가시고 그때 신혼시절 둘만의 오롯함은 아이들의 커감으로 인하여 다시 이제야...

남편에게 그랬다.
우리 오늘 어디론가 떠나가보자 훌훌~~

어디로 갈까?

연말연시 일도 많고 탈도 많았던터라 그런가, 남편도 좋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한 번 골라봐요 민속촌에 갈까? 아니면 입장권 예전에 사두었던 것 있는데 용인 케리비안베이 가서 싸우나 할까?

우선 출발 부터 하잔다.

보온병에 헤즐럿 커피를 담고,룰루 랄라~~
아파트 입구에서 좌회전 할까, 우회전 할까 잠시 망설이다가 우회전 당첨!!!

예상치 않았던 대부도 바닷가로 쌩~~

파도가 잔잔히 부서지고 있었다.
갈매기도 나르고 여섯마리 였던가 일곱마리 였던가, 멀리 배한척이 다가오고 있었다 파도를 가르면서 말이다.


자그마한 부두에 차를 세우고 헤즐럿 커피를 한잔 따라 남편에게 주면서 물었다.

자기야 나 사랑해?
자기야 나말야 사랑하냐구요?

남편이 그랬다.

목소리 깔으면서,

커피 되게 디게 뜨겁다~~



어이구~~~~잘났어 증말~

픽~~~~~~(김빠지는 소리,무드내려 앉는 소리)

사랑이 뭐길래~


갈매기가 날고 잔잔한 파도가 부숴지고 멋진배도 한척 다가오고 있었건만...

사랑 사랑 사랑~~

사랑하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