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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의 미학


BY 갈바람 2000-10-12

섹스의 미학?



우리집은 세가구가 살 수 있게끔 지어진 집이다 안체외에 문간방과 대문이 돌아서 있는 뒷방이 있다
문간방과 뒷방은 방이 하나씩 뿐이어서 신혼부부들이 살기에 알맞다 10여년간 스무쌍 정도의 신혼 부부들
이 우리집에서 둥지를 틀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이 소란스러워 질 때 쯤 더 큰 둥지를 찾아 떠났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잊혀 지지 않는 부부가 여럿..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부부가 k씨 부부다
그들은 6개월 만에 시댁에서 분가한 20대 후반의
풋풋한 부부였는데 단 하루도 싸우지 않는 날이 없었다
듣기 싫어도 들리는 그들 싸움의 원인을 들어 볼라 치면 한심스럽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남편이 낮에 전화 했는데 새댁이 자느라 못 받았다던지 밥에 돌이 들어있었다던지 하는...

더 한심한건 이 남편이 공공연히 폭력을 휘두른 다는 것이었다
사흘이 멀다하고 눈주위를 푸르죽죽 물들이는 새댁을 보자니 내 속이 부글 부글 끓어올랐다
남의 부부싸움에 나설 일이 아니지만 하루는 거들고 나서기로 하였다

<새댁. 또 때리면 이 야구 방망이로 흠씬 두들겨 주어>
남편이 아끼는 야구 방망이를 쥐어 주고 방 구석에 잘 두었다 요긴하게 쓰라고 일렀더니
왠걸 되려 그 놈으로 실컷 얻어맞고 아예 들어누워 일어나지도 못하는 것이었다

잣을 갈아다 죽을 쑤어 먹이며 내가 물었다
<이러구 어떻게 살어? 나 같으면 이혼하고 말지.>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잖아요 ,,,싸울 땐 이놈하고 이혼해버려야지 싶다가도 하룻밤 자고 나면
그런맘이 싹 가시고.......그렇죠 뭐>
나는 성질이 더러워서 그런지 속상한 일이 있으면 시간이 흐를 수록 그러니까 하룻밤 자고
나면 그 시간 만큼 상대방에 대한 원망과 미움을 키우는데 새댁은 참 속도 좋다 싶어 한마디 하였다
<아유....난 안그래 하룻밤 자고 나면 더 이혼하고 싶어진다니까?>
새댁이 아주 측은한 낯빛으로 말하였다
<어머. 아저씨가 영 힘을 못쓰시나봐? 조류증 이에요?>




그뒤로 나는 그들의 부부 싸움엔 절대로 끼어들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