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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리 유3~


BY ggoltong 2001-11-30

건망증이라는 것..참으로 짖궂은 것이다.
그녀 시어머니는 보리차를 끓이신다며
숭숭숭 꺼내 넣은것이 시커먼 들깨였다.
그녀 집에서 살림을 거들어주신다며
양말 두툼히 신고오신 그녀 시어머니..
들깨를 푹푹 넣으시고는 염치가 없어
아이 목욕시키신다며 괜스리 소란을 피우셨다.

그녀집에 며칠째 기거하는 시부모님.
아들타령에 손녀는 성에도 안차보일려나..했더니
큰아이 재롱에,작은아이 하품 쩍~하는 모습에도
입을 가리시며 웃으신다.

하지만 요사이 그녀 시어머니는 고민이 많다.

언제부턴가 깜빡하던 버릇이
요즘은 꽤나 자주 잦게 크고 작은 사고를 낭패를
만든다.
저번주에 그녀네 집은 뉴스에 날뻔한 일이 있었다.
요즘 입맛이 없다하는 그녀남편에게
사태 푹 고아 육개장을 끓여주려 했던 그녀..
잠시 뜨개질 하는 사이 꾸벅꾸벅 공자님 만나느라
정신이 없었다.

육수는 솥바닥에 잔뜩 쫄아 온집안에 탄내가 진동했고
솥바닥은 벌겋게 달아올라 대장간을 연상케했다.
국물이 끓어넘쳤으면 가스불이야 당연 꺼졌을터인데
그날 그녀가 푹푹 끓였던 솥이라 하면
그녀 시집와서 그녀 시어머니에게 가보마냥
물려받은 넓디 넓은 투박솥이였던 것이다.

어김없이 빈병주어온 그녀 남편에게 그 날 저녁
석달열흘치 구박을 받았음은 당연한 일이다.

요사이 더 그런다.
며늘네집와서는 큰 일을 보고 비위약한
큰손녀에게 개망신을 당했다.
이유인즉 오줌이 급하다하는 손녀의 문두드림에
정신이 없던 그녀..
후다닥 일을 보고 물도 내리지 않고는 문을 열어주었다.

화장실안의 X냄새..
지나가다 짓이겨져있는 개똥만 봐도 우웩~토해버리는
그녀의 고 여우같은 손녀가 그녀 큰일 본 장소의
냄새에 도취되고 깜빡잊고 물안내렸다하는
변기속의 그 험악한 광경을 목격한것이다.
그녀의 손녀는 그 험악한 것을 보자마자 우웨엑~하고
한바탕 난리를 피웠다.

놀라 바지에 오줌을 쌌다고 울어퍼대는 그녀의 손녀.
그녀는 민망했다.
그녀가 민망하지 않게 그녀의 며느리는 못들은척
안방에서 작은아이 젖을 물리고 있다.
그녀의 아들은 아이를 달래며 그녀를 보고
씨익 웃는다.
'어머니~전 자주 그래요~~~'피식.

이 소동을 보고 그녀의 남편이 가만 있지 않는건 옵션이 아니다.
'거 아까운거 먹여놨더만 왜 똥안내려서 애를 토하게해!'
이구구..챙피한게 곱으로 늘었다.

그녀는 못들은척 방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도무지 화끈거리는 얼굴을 어찌할바 몰라
창문을 홱 열었다.

거리는 성탄절 준비라 하여 울긋불긋 훤하니 마치
잔치집 행렬을 보는것 같다.
찬바람이 콧구멍에 쑤욱 몸을 얼어붙게 하는데도
그녀는 전혀 춥지 않았다.

그녀는 요사이 더 우울해진다.
남편한테 쥐어사는 자신의 모습도 불만이지만
계산은 칼같았던,뭘 해도 얌전하니 잘한다 늘 칭찬을
들었던 자신이 빨래 태워먹는 일은 흔한일이고
열쇠를 잊어버려 열쇠공을 부르는 일도 손에 꼽을 일이고
손녀와 함께 동네 슈퍼에 갔다가 지갑을 두고 와
괜스리 손녀앞에서 품위를 잃은걸 생각하면
긍시렁~눈물이 나려한다.

모두가 잠든 밤.
그녀 남편은 전기세 아까워 텔레비도 뉴스만 보면
툭 하니 끄고는 건너와 잤다.
그가 텔레비를 끄고 잠을 청하면 당연 그 집안은
동란에 깜깜히 촛불하나 켜는 절약파 집안이 되어야한다.
그녀는 늘 타박하기에 극급인 그녀 남편이 섭섭하기만 하다.

그녀는 잠이 오질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날을 샜다.

이튿날 며늘은 부지런히 아침상 준비를 했다.
헌데 아침부터 그녀 시어머니가 보이질 않는다.
그녀 남편이 밥을 먹고 출근을 할 동안에도
그녀 시어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슬슬 걱정이 된다.
그녀 시아버지도 어디갔느냐며 그녀 시어머니의
행방을 묻는다.
흠..예상치도 못한 그녀 시어머니의 가출이였다.

그녀는 아이를 업고 그녀 시어머니를 찾기위해
종종 걸음을 했다.
큰길까지 나갔음에도 그녀의 시어머니는 보이질 않는다.

'어딜 가셨을까...'
요사이 조금은 침울해 보였던 어머니에게
따뜻하게 말을 건네지 못한게 마음에 걸렸다.
성깔은 있으셔도 호탕하니 정이 많으신 분인데 말이다.

세시간을 헤매고 돌아다녀도 그녀시어머니는 보이질 않는다.
큰아이 손도 꽁꽁 얼었다.
하는 수없이 그녀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잠시후 그녀의 시아버지가 들어오셨다.
왠일로 빈병을 들고 오시지 않는다.

'느이 어머니 아직도 안왔냐?'
'네..아버지, 큰길까지 나가보고 공원에도 가봤어요..'

밖은 금새 어두워지고 그동안 오지않던 눈도 내린다.
집안은 비상이였다.
그녀 시어머니의 가출로 인해 집안은 그야말로
정적 그 자체였다.

'아버지,다시 한번 나갔다 올께요.'
그녀의 남편이 옷을 입었다.
나갔다 들어온지 삼십분도 채 되기 전에 그녀 남편은
또다시 옷을 입는다.
그러자 그녀의 시아버지가 아들을 말렸다.

'됐다,내가 나갔다오마..이 놈의 할망구가 대체 어딜간거여..'

그녀의 시아버지는 표정이 굳어있다.

그역시도 요즘 그녀를 타박해댄게 미안할 따름이다.
마음은 그렇지 않았는데 자꾸 전과 다르게 실수하는
그녀가 마음에 걸려 마음과는 다르게 툭하니 말이
뱉어나왔다.
결혼 이래 동네사람과는 패대기 치며 싸움을 해도
절대 자신에게만은 순종을 하던 그녀였다.
자신의 짜디짠 생활방식에 한마디 불평도 없이
늘 그대로 따라주던 그녀였다.
그녀가 곁에 없으니 밥을 먹어도 먹은것 같지 않다.

눈발이 그의 눈썹에 달라붙었다.
날은 더 추워졌다.
그도 모르게 뜨거운것이 쑤욱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그것은 눈물을 만들고 울음소리를 만들었다.

'점례~~~점례~~~~'

그는 곳곳을 찾아다녔다.
불현듯 무서운 생각이 든다.
그러자 목소리는 더욱 크게 나온다.

'점례~~~점례~~~~!'

그러자 사나운 눈발속에서 요상한 말소리가 들린다.

'아 늙은이 이름을 뭐이 좋아 불러여어~?'
그녀였다.
혹시나 틀리나 싶어 눈을 질끔 감았다떳다.
그녀가 맞았다.

그는 그녀를 보자마자 팔이 부숴져라 왈칵 껴안았다.
결혼하고 첫날밤이래
그렇게 뜨겁게 안아보긴 처음이였다.
그리고 콧물일랑 그녀어깨를 적시던 남보기 챙기하던
콧물을 훌쩍거리며 울었다.

'내가 을마나 걱정했는줄 알어? 엉! 얼어죽었는줄 알고
내 심장이 오그라들었단 말여!'
'내 걱정했쑤?'
그녀는 콧잔등이 뻘겐 그녀 남편에게 물었다.

'그걸 말이라고 혀? 난 말여, 돈없이는 살아도 당신없이는
못산단 말여~'
'아,그러게 왜 애들앞에서 나를 망신주고 그러슈..
맨날 밉네 못났네 타박이나 하고 앉았구..'
그녀도 눈썹에 눈이 붙었다.
그 눈은 이내 스르르 녹아버렸다.
그녀도 알수없는 행복의 눈물이 고였다.

'내 다시는 당신 타박안할거여..암..내일 부턴 나랑같이
빈병 주수러~다니자구~~~~'

그녀는 오랫만에 그녀 남편과 팔짱을 끼었다.
그리고 병아리 연인들처럼 그들도 그렇게
눈내리는 거리의 한커플이 되어 다사다난했던
그들만의 한해를 도란도란 이야기한다.

가로등 불빛이 눈발에 희미해지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