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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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껄빵한 여자, 그대이름은?


BY 수련 2001-11-22

여자는 남자와 싸웠다.
어제오늘일은 아니지만 남자는 술먹고
싸울때마다 꿈쩍도 안하는 여자에게
마지막 무기로 나가라는 말을 한다.

여자가 제일 열받는 말이다.
그래도 웬만큼해서는 열받지 않았다.
그러나. 그날은.......

남자가 나가라는 말을 하자
여자는 비장의 결심을 한다.
맨정신으로는 말못하고 양주를 꺼내어
보란듯이 맥주컵으로 반컵을 따라
벌컥벌컥 마셨다.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취기가 오른다.
"야.너, ........야....."
속에 든말 다 뱉는다.
놀란 남자 할말을 잊는다.
돌발적인 여자의 행동에 남자는 술이 확깨는지
여자가 두번째 마시려는 잔을 들어
집어 던졌다.
'쨍그렁~' 순간 여자는 두말않고
일어서 문을 열고 나와 버렸다.

차열쇠를 챙겨들고...그 시각,02시20분....
안개가 낮게 드리운 새벽 고속도로를 달렸다.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울다가, 노래하다가,
남자 욕을 하다가.....

그래도 차선은 잘 보였다.
속도계도 100을 유지했다.
호랑이에게 물려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더니
운전대를 잡으니 긴장이된다.죽으면 안되지.
이렇게 죽으면 개죽음 밖에 안되니까...

고속도로를 벗어나 C시로 접어들었다.
여자가 살던곳...
길들인 강아지 지 집 찾아가듯이 항상 가던길로
간다.
신호도 잘 지킨다.
길가에 파출소의 호돌이가 웃는다.
여자를 들어오라고....

파출소주자창에 얌전히, 아니 정확하게 주차선에 맞춰 정지했다.
경찰 아저씨!
혼자 앉아 있다가 놀란토끼눈을 하고 쳐다본다.
"아저씨. 나 음주운전 했거든요. 자수할테니 잡으세요"
차에서 내리니 하늘도 빙글빙글..한사람이던 경찰도 두명으로
보이고 발은 구름위로 떠 다니는것같다.

혀꼬부라진 말로 막무가내 딱지를 끊으라는
여자의 억지에 기가막힌 경찰아저씨,
"아줌마 앉아 보세요. 운전하는걸 보지 않았으니
음주측정도 안되고 지금부터는 차세워놓고 택시타고 집에
가세요.무슨 사연인지 몰라도 어서 집에 들어가세요"
한 30살쯤 되보이나.무척이나 순진해 보인다.

경찰서앞만 지나가도 죄지은 사람처럼 주눅이 드는데
술취한 여자눈에 왜그리도 경찰복 아저씨가 이쁘게 보이는지,
여자는 막내동생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음주운전 했으니 면허취소시켜달라는 억지에
커피한잔 하라며 의자에 앉힌다.

따끈한 커피가 목구멍에 넘어가자 마자
구토질이 나온다.
황급히 화장실로 뛰어들어간다.
얼굴이 노래진 여자를 다시 앉힌 경찰아저씨.

이제는 찬물을 준다.
여자는 반쯤 넋이 나가 탁자에 엎드렸다.
그래도 눈은 멀뚱멀뚱 뜨고 있으니 여자의 귀는 뚤렸다 싶은지
경찰 아저씨의 일장연설이 시작된다.

" 아줌마. 정 원하시면 음주측정도 하고
벌금도,면허취소도 시켜줄께요.그러나, 한가지 아셔야 할게 있어요"
경찰아저씨의 말이 또록또록하게 잘도 들린다.
잠깐 나가더니 차넘버를 적어온다.
혀꼬부라진 소리로 여자는 큰소리를 친다.

"아저씨! 남자들 술먹고 온갖짓거리를 해놓고
다음날 술깨면 모른다고 잡아떼던데 내가 오늘 술먹어보니
말짱 거짓말이네요. 봐요.나 고속도로도 달려왔고,
신호도 잘지켜 빨간불에는 절대로 움직이지않았고,
지금 여기 어딘지도 다 알고 아저씨 이름도 알아요.
"정영*.".., " 명찰에 적힌 이름을 보고 여자는
"경찰 아저씨"에서 "정영*."씨 로 호칭이 바뀐다.

민중의 지팡이인 우리의 경찰 아저씨!
처치곤란한 막가파 여자에게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한다.
"아줌마, 애들있어요?"
"그럼요, 이쁜 딸도 있고,듬직한 우리아들도 있죠.
얼마나 잘생겼다구요."
여자는 지갑에서 사진을 꺼내어 보여 준다.
그리고,사진에 입을 마추며 미친여자처럼 씩 웃는다.

경찰 아저씨,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목소리가 한톤 낮아진다.
"아줌마, 제가 면허 취소 시켜주는건 아무것도 아닌데
기록이 남아 이다음에 자녀분들 취직할때 서류를 떼면
엄마의 음주운전이 명시가 되거든요. 그러면 취업할때
곤란할겁니다. 아니죠, 아예 탈락될거예요.이 앞번에도
그런일이 있었어요.그래도 좋아요?"

순간 여자는 술기운이 확 달아나는것 같다.
"정말이예요? 아이들에게 피해가 간다 말이죠?
그러면 안되는데...." 말꼬리가 흐려진다.
기세등등하던 여자는 한풀꺽여 눈물을 찔끔거린다.

다시 경찰아저씨는 따끈한 커피한잔을 내민다.
여자는 해장국마시듯 후루룩 마신다.
시계는 5시가 조금 넘었다..

침묵이 흐른다. 도마위에서 펄쩍 거리던 생선이
칼등으로 한대 맞은것 처럼 축 늘어진다.
더이상 여자는 아무말도 안한다.정신을 차려본다.
파출소옆에 목욕탕이 보인다.
여자는 천천히 일어서서 "안녕히 계세요"
깍듯이 인사하고 목욕탕으로 향한다.
열쇠는 경찰아저씨가 뺏는다.
"아줌마, 목욕하시고 술깨면 열쇠 찾아가세요.
나는 퇴근하니까 다음 사람에게 인계해놓을테니
찾아서 가세요.그리고, 일체 암말 안할테니 걱정 마시구요.
아무일 없었던 겁니다"

여자의 반란은 싱겁게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