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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정신전력 교육 기본교재에 독도를 영토분쟁 진행 중이라고 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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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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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기 함부로 부리지 않기.


BY 그냥 2001-11-14

나는 여태까지 못 먹는게 없을 정도로 골고루 먹는다.
딱 한가지는 겁이나서 못 먹고 있을 쯔음이다.
그게 뭐냐면 옻닭이다. 참옻 말린거를 푸욱 고아서
폐계닭을 넣어 한정없이 고다가 찹쌀을 그 물에 쪄내서
고은 물과 말아 먹는 것이다.
남편은 위장이 좋지 않은 관계로 닭고기는 절대 안 먹는데
옻닭은 유달리 좋아한다.
그러나 나는 옻을 유난히 타는 알러지 현상이 일어나므로
(어릴 적 염소를 옻나무에 맨뒤 그 손으로 아궁이에 불을 때다가
옻과 더운 열기가 합쳐서 나는 죽다가 살아났다.)
그 이후로 나는 음~~ 난 옻은 절때 가까이 할 수 없다 고
잠재의식 속에 재웠다.

이번 가족들간의 나들이(15명정도)에 점심메뉴로 옻닭이 어떠냐고
시누이가 청해왔다. 14명이 동의 했다. 내 아들 내 딸 모두다아~~
난 "그럼 딴거 먹죠, 뭐~"
그랬지만 먹음직스런 노르스름한 닭고기를 앞에 두고
흰밥 몇알과 김치조각 파전하고 먹기에는 너무 기분이 묘했다.
먹을걸 두고 딴거 먹는게 내 체질엔 영 맞지 않았다.
나는 조금씩 유혹을 느꼈다. 이거 먹는건데 오르지 않을까?
함 먹어볼까? 그러는 차에 달걀노른자를 꿀꺽 삼키고 먹음 괘안타 한다.
난 그말에 용기를 내어 닭고기 쩝쩝~! 찹쌀밥 물에 말아 후룩후룩
두그릇을 먹었다.
먹고 난뒤 여섯시간 쯤 지나 시누이가 전화가 왔다.
시누~어떠노.
나~ 아직은...아직 한밤 안 잤자나예
시누~ 시간이 있지. 그라마 니 안오르는기라. 앞으론 종종 묵제이..
나~네~~

한밤 잤다. 괜찮았다.
그러나 저녁에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다.
곰곰 생각해 보니 하루종일 심하지 않은 설사를 핸듯했다.
항*이 조금씩 가려웠다.
무엇 때문일까? 옻이라곤 짐작 못하고...
혹여 남편에게? 쓸데없는 소설을 쓰다가..
아뿔싸~ 옻이 소화되어 나오는 과정에서 옻이 탄거 같았다.
온 아랫도리가 간질거려움에 미칠것만 같았다.
옻이 닿은 입술과 입 천장도 대야 엎어놓은 마냥 부풀었다.
옻이 닿은 부분은 그렇게 이틀밤을 자면서 숙성해서 나를 무진장
괴롭혔다. 죽고 싶었다. 순간의 유혹에 (그게 그렇게 맛있지 않았던거 같은데...)빠져서 삶이 고로와지기 시작했다.
병원에 갔다. 뻔치좋게 말했다. 옻이 탄거 같은데 아랫부분 어쩌고 저쩌고...부끄럼은 이미 없어진지 오래다.
십년이면 일케 변한다. (결혼 두해째 남편이 루프가 닿는다 하는 말을 산부인과의사에게 말을 못해 주저 거렸던 때도 있었는데..
의사가 데인다 합디까? 그래서 끄덕끄덕)

순간의 유혹은 삶이 고롭다. 어제 내린 내 삶의 철학의 한구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