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34

슬픈 노을속에 비친 그리움 (1)


BY bada3599 2001-11-09

저녁을 먹다 슬픔에 젖었습니다.
붉게 물든 저녁 노을처럼 어머님과의 아픈 추억이 내 가슴 시리게 물들이는 슬픈 노을이 되었나 봅니다.
그리하여 이 밤 붉은 노을이 되어...
내 가슴, 내 눈망울을 붉게 물들이나 봅니다.
" 엄마.. 보고 싶다. 엄마가 넘 보고 싶어... "
철 없는 아기처럼 엄마 생각 난다며 보채는 남편...
그럴테지요.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 했으니...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채 어머님을 떠나 보내고...
텅 빈 그리움을 가슴에 지닌채 한숨 짓는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참 많이 슬펐더랬어요.
다 내 탓인것만 같아...
못난 아내, 나쁜 며느리 얻어 어머님 제대로 모시지도 못한채 떠나 보낼 수 밖에 없었던 불효를 가슴 깊이 반성 해 보지만 이미 때는 늦어 버렸어요.
그이가 그러더군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하지만 전 가슴에 한이 되는 걸요.
예정되지 않은 이별이었기에...
아이 낳으면 어머님께 잘 하겠노라고 다짐 하고 다짐 했었는데...
야속한 메아리가 되었습니다.

9년째 간암으로 투병중이신 어머님 !
시집올 때 그이가 그랬어요. " 내는 아프신 어머님 두고 분가 할 순 없데~이. "
달콤한 신혼의 단꿈을 꾸는 저에게 시집살이란 쉽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철 없는 제가 아프신 어머님 병 간호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었죠.
병환이 깊어지시는 어머님과, 병 간호에 지쳐가는 가족들...
어머님 잡수실 따신 죽 한그릇 끓이지 못해 쩔쩔 매는 철없는 맏며느리를 딸처럼 아까주신 어머님 !

오늘따라 어머님 생각이 간절 하네요.
아마 콩고물 때문인가봐요.
요즘 들어 아들 건희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아 입맛이 사라져 식사를 거를때가 많았어요.
그이가 그런 내 모습이 안쓰러워 시장에서 2000원짜리 콩고물을 사 왔어요.
콩고물에 밥을 비벼 주는데...
왈콱 눈물이 나잖아요.
어머님 생각에...

그때도 그랬어요.
결혼 후 얼마 되지 않아 임신 사실을 알았죠.
허니문 베이비라네요.
유난스런 입덧에 쌀내음새에도 " 으~억 " 헛구역질을 하는 절 보며 어머님께서 아프신 몸을 이끌고 이것 저것 참 많이도 해 주셨어요.
하지만 전 아무것도 먹지 못했죠.
어머님 정성 생각하며 먹어 보려 했지만 숟가락만 입술에 가져 가면 헛구역질이 났어요.
그때 어머님께서 배를 쓰다듬어 주셨죠. " 요놈 요놈 ! 어떤 놈이 나오려고 에미를 이리 고생 시키노 ? 엄마가 된다는게 힘들재~. " 그리곤 콩고물에 밥을 비벼 주셨죠.
당신께서도 예전에 그이 가지셨을 때 입덧이 심했는데 할머님께서 콩고물에 밥을 비벼 주셨다고... 그걸 한그릇 뚝딱 먹고 났더니 거짓말처럼 입덧이 멈쳤다고...
그땐 참 맛있게 먹었어요. 콩고물의 꾸~신 내음새가 참 좋았더랬어요.
어머님의 고운 마음씨 때문인지 유난스런 입덧이랑 다행히도 이별할 수 있었어요.
그리곤 입맛이 돌아와 아무꺼나 잘 먹을 수 있었죠.

그이도 시장에서 콩고물을 사며 어머님 생각을 했을꺼예요.
어머님의 손떼 묻은 그릇에 남편은 콩고물에 참기름 한방울 썩어 밥을 맛 있게도 비벼 주었어요.
그걸 보자니 목이 메였어요.
그리곤 어느새 내 눈가엔 촉촉이 젖어 드는데...
그이가 왜 우냐고 물었지만 전 아무말 없이 콩고물에 비빈 밥만 꾸역 꾸역 먹었어요.
내 눈가에 젖은 눈물속에...
콩고물의 구수한 향기속에 어머님의 채울 수 없는 그리움의 향기를 느꼈기 때문에...

어머님...
참...
많이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