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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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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스쳐간 남자들


BY cosmos03 2001-11-07

어느 여자이던간에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결혼전에 맞선이라는걸
한 두번쯤은 본 기억들이 있을겁니다.
저 역시도 맞선. 그걸 몇번인가 본적이 있읍니다.
처음 맞선은 직업이 형사 였읍니다.
사복입고는 나쁜 사람들 잡으러 다니는...
맞선 첫날입니다.
이 남자가요.
직업의식은 못 버린다고. 아~ 글쎄 저를 범인 취조하듯 하는 겁니다.
" 취미는 뭔가요? "
" 네~ 뭐 그냥... "
" 직장생활은 어디에서 했나요? "
" 그냥...이곳저곳이요. "
" 학교생활은 어땠으며, 직장생활은 어땠나요? "
뭐 이런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로 질문을 하는 말투가 딱딱한게
여~엉 듣기가 귀에 거슬리더라구요.
지가 형사면 형사이지 내가 무슨 흉악범이라도 된단 말입니까?
나중엔 슬슬 열이 받아지기에 대충대충 대답을 해 주었지요.
근데 슬슬 배가 ?杵틸윱囑茶맙?
때가 되었으니 기본적으로 밥은 먹자고 해야하는거 아닙니까?
그때가 아마도 저녁 7시가 넘었을 때 입니다.
그런데 이 맞선남. 매너 없이 질문만 해 대기에 바쁘더라구요.
약속이 있다는 말을 남기고는 그냥 집으로 왔읍니다.
집에 와서는 밥 한그릇 뚝딱 해 치웠구요.
그 사람과는 그것으로 쫑을 냈지요.

그리고 얼마를 있으려니 주위에서 또 선자리를 마련 하대요.
남는것은 시간이요, 저축해 둔것도 시간밖에 없는 사람이 빼겠읍니까?
천만에요. 나갔읍니다.
우와~~~~~~ 키가 무척 크더라구요.
인물~ 훤~ 하대요.
제가 조금 맛이 가지대요.
볼것 없이, 시집오라고 하면 그 날로 갈것 같더라구요.
그만큼 인상도 매너도...모두가 완벽했읍니다.
한마디로 뿅! 하고 간것이지요.
그런데요...
저요, 딱지 맞?灣윱求?
왜냐구요? 제 키가 너무 작다는 겁니다.
하긴 제가 좀 작기는 작습니다.
156 쎈티이니 작다면 작은 키지만... 제가 이 키로 뭐는 못하겠읍니까?
뭐든 다 합니다요.
어디든 다 갈수 있고요.
그 사람의 키는 180 이 넘었으니 저와 키 차이가 나는거 당연 합니다.
그럼, 제가 작은 겁니까? 지 놈이 큰것이지요.
싱겁게 멀대처럼 키만 커같고는 감히 누굴를 뺀찌 놓는단 말입니까?
내 비록 쭉쭉 빵빵은 아니어도 그냥저냥 봐 줄만은 한데...
살림 잘하지요. 성격좋지요. 한 너그러움 하지요.
음식또한 솜씨 있다고들 하는데...
열 받드라고요.
하지만 어쩝니까? 나 싫다는놈 붙들어 봤자 평생을 코 끼어서 살 필요는 없는거 아닙니까?
에라이~ 그래 가거라~ 해 놓고는 또 선을 봤읍니다.
아줌마 아닌 처녀라는게...좋긴 좋더라구요.
여기저기서 맞선 자리가 들어오는데 난 내가 잘난줄 알았읍니다.
그렇게 착각하게 되더라니까요.

그렇게 또 맞선 자리에 나가게 되었읍니다.
이젠 아주 선수가 다 되어서는 제법 여유까지 부리게 되더라구요.
마음이 여유로우니까 실타래 풀리듯 일도 슬슬 잘 풀려주는거 같았고요.
마음에 들었는지 어땟는지도 모른채 그냥 만났읍니다.
나가면요. 밥 사주지요. 커피 사 주지요. 간간히는 술까지 사 주는데
그걸 안 나가겠읍니까?
그리고 집에 있어봐야 식구들 눈치나 봐야되고.
그렇다고 취직 자리라도 있어 돈을 버는것도 아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결혼 얘기가 나오드라구요.
전, 그 집에 인사까지 갔고요.
양쪽 집에서는 당연히 결혼을 하는줄 알고는 날짜까지 잡으려 하대요.
정신이 번쩍! 들었읍니다.
과연 이 사람과 내가 평생을 할수 있을까?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수 있을까?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것은 내가 정말로 이 사람을 사랑하는가?
그거 였읍니다.
아무리 곰곰히 생각을 해 봐도 이건 아니더라구요.
더 늦기전에 정리를 해야 했읍니다.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결심을 부추킨 계기가 왔읍니다.
잘 다니던 회사를 단지 상사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그만두대요.
어이가 없었읍니다. 어떻게 한 마디 상의도 없이 그리고 결혼을 생각하는 사람이..
그렇게 쉽게 회사를 그만둘수가 있나~ 싶더라구요.
" 나요~ 그렇게 무책임한 사람과는 결혼 못해요 "
단호히 말하고는 그 사람과도 쫑! 을 냈읍니다.
그리고는 그 다음부터는 맞선 자리도 안 들어오대요.
백마탄 기사는 그만두고라도 조랑말 이라도 탄 기사가 와주어도 황송할거 같은데요.
그렇게 어영부영 세월이 가는 어느날...
서울에 볼일이 있어 조카딸을 데리고 서울에 다녀왔읍니다.
대전에 내렸을땐 제법 어둑어둑 하더라구요.
터미널에서 택시를 잡고는
" 아저씨~ 변동으로 가 주세요~ "
그리고 룸 미러를 본 순간~ 저요...
벌린 입을 다물지 못 했읍니다.
바로 잘 나가던 회사 때려치고 저와도 쫑을낸 예전의 그 맞선남이었읍니다.
황당하대요.
둘다가 서로 모르는 사람처럼 그렇게 행동을 했읍니다.
서먹서먹하니 어째좀 그렇더라구요.
그렇게 저희집 목적지까지 다 왔읍니다.
택시요금 줘야지요.
" 감사합니다 "
란 말과함께 돈을 앞 운전석에 놓고 내리니 그 사람이 다시 돈을 주더라구요.
그것도 창문 밖으로요.
그래서 전 또 다시 그돈을 집어서는 운전석으로 집어 던져 놓고는
디립따 뛰었읍니다.

그런데요...
집에와서 옷을 벗고는 주머니 점검을 하는데요.
아까 고속버스요금 하고 남은돈을 분명 택시요금으로 주었는데...
아뿔사!
고속버스요금 영수증은 간곳이 없구요. 돈은 고스란히 제 주머니에 남아있더라구요.
돈을 준다느게 영수증을 주어 버린것이죠.
무안하고 부끄럽고 황당하기까지 하더라구요.
그사람...속으로 얼마나 웃엇겠읍니까?
그래서 미리 알고는 다시 돈을 되돌려준것인지...
그건 이 날까지 미스테리로 남아있고요.
저는 그 후로 맞선이 아닌, 오다가다 만난 어느 멋진 남자 만나 19년째 알콩달콩 자식낳고 잘 살고 있지만...
그 사람은 그 후로 단 한번을 만날수 없었읍니다.
십수년, 20년 가까이 잊고 지내던 그 일이 생각이나서 이렇게 글을 드려보았읍니다.
지금 이라도 그 사람을 만난다면 그날의 택시요금을 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만날수 있다는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