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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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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젓과 어머니.


BY ns05030414 2001-11-07

수술 뒷끝이어서인 지, 먹고 있는 약 때문인 지, 입맛이 없다.
입맛이 없을 때는 젓갈 종류가 때로 입맛을 돋우기도 하는 법...
조개젓을 꺼내 붉은 고추랑 파를 송송 썰어 넣고 생강가루도 뿌려서 무쳤다.
밥 한 그릇을 뚝딱 해 치우고 나니 문득 어머니 생각이 났다.
조개젓 때문이리라...

초등학교 저 학년 때 부터 푸성귀를 시장에 팔러 가는 어머니를 따라다녔다.
어머니가 조그맣게 꾸려주는 보퉁이를 머리에 이고 십리 길을 걸어서, 걸어서 따라 다녔다.
가지, 호박, 오이, 풋고추, 깻잎, 고구맛대, 쪽파, ...
어머니는 무엇이든 돈이 되는 것이면 내다 팔았다.
대개는 저녁 준비를 할 시간 전에 팔렸지만,
어떤 날은 날이 저물어야 다 팔릴 때도 있었다.
푸성귀를 판 돈으로 어머니는 생선이나 고기를 사기도 하였다.
물론 가난한 살림이라 드문 일이긴 했지만...

그 때 내가 가장 좋아하던 것이 조개젓이었다.
짭조롬한 바닷물에 잠겨 있는 생바지락도 좋아하였다.
조개젓이나 바지락을 사 달라는 막내 딸의 청을 어머니는 한 번도 거절한 적이 없었다.
당신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일원 짜리 냉차 한 그릇 사 마신 적이 없는 사람이...
푸성귀 파는 어머니를 옆에서 지켜 준 것이 이뻐서였을까?...
푸성귀 무게를 덜어 머리에 이고 따라간 것이 고마와서였을까?...

조개젓으로 밥 한 그릇 뚝딱 해 치우고 앉아 어머니 생각에 잠긴다.
이제는 볼 수 없는 어머니가 보고 싶다.
어둑한 철길을 따라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던 그 때가 그립다.
키가 작고 얼굴이 까무잡잡했던 우리 어머니...
수줍음도 잘 타고 말이 없었지만 누구보다 강했던 우리 어머니...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