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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꿀풀의 기억


BY 들꽃편지 2001-11-07

달콤한 꿀풀의 기억
어릴적 또랑가에 꿀풀이 쑥쑥 피어 있었어요.
보라를 머금은 이 꽃엔 꿀이 많다는 걸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알고 있었어요.
가운데 비죽나온 꽃잎을 뽑아서
쪽쪽 빨아 먹었었는데...

여름에 잡곤충이 날고
더운 기운이 들가에 풍겨나오고
또랑엔 며칠전에 내린 비로 풍족하게 흐르던 맑은 물.
그 가상자리엔 언제나 활기차게 피어오른던 꿀풀.
달콤한 기억...자주 보라색 꽃의 추억...
생각나는군요.


또 다시 어릴적 그리움 속으로 빠져듭니다.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등지신 고향.
그래서 친정어머닌 고향을 그리워하지 않는다하는데...
난 자꾸 어릴적에 본 들꽃만 보면
고향 생각이 저절로 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 해 여름에도 이 꿀풀이 피어있었을겁니다.
어머닌 눈물로 세월을 보낼 수 없어
다음해 봄 서울로 돈 벌러 떠나시고
나와 동생들은 외갓집에 남아 학교를 다녔습니다.

아침 일찍 책가방을 매고
안개가 덮힌 산을 넘어 갈때면,
아리슴하게 엄마가 보고싶은 슬픔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신작로 길가에 어마하게 큰 미루나무와 플러타나스 나무도
가슴속에 꼬옥 박혀 그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외갓집으로 돌아오는 하교길에
더운 바람과 짱짱했던 여름의 햇살도 머리가 아프도록 생생합니다.
산길가 또랑가에 무성하게 자라있던 자주 보라빛 꽃...
꿀풀도 선명하고 생생합니다.
벌들처럼 달라 붙어 꽃잎을 쏙 뽑아 쪽쪽 빨아먹던 꿀풀.
벌들이 먹다 만 꽃잎은 덜 달았을 것이고,
벌들의 입이 미쳐 닿지 않은 꽃잎은 꿀단지 같았을겁니다.

그 해 여름엔 꿀풀을 따 먹으며,
서울로 떠난 엄마를 잠시 잊기도 했을겁니다.
꿀풀이 지고 스산한 가을이 오던날...
엄마가 보고싶어 울었는지 지금은 지워져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꿀풀을 보니 고향이 그립고
슬펐지만 그 어린날이 생생하게
꿀풀과 함께 사진처럼 떠오를 뿐...

잊었기 때문에 그리울겁니다.
아픈걸 어느정도는 잊었고
어린 시절이였기에 철딱서니없게 그리울겁니다.
하지만 나의 어머니 가슴은 다를겁니다.
병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앞산에 묻고,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 만큼 너무 슬프셨을 것이고,
어린 자식 셋을 누워 놓고 앞날이 암담했기에
그 옛날이 그립지 않을겁니다.

많이 슬펐던 어린시절은 흐려지고,
달콤한 꿀풀의 기억이 나름대로 그립습니다.
나의 어머니도 나처럼 꿀풀을 쪽쪽 빨던 어린시절은 그립겠지요.
그렇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