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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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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시린 가을비를 바라보며


BY 불루마운틴 2001-11-05

또 하루가 갔다
가을비가 하루종일 내린 짙게 깔린 어둠속 베란다를 내다본다
그대로 비를 맞으며 건조대가 서있다
커피를 마셨다
한잔 두잔... 오늘 하루종일 커피를 마신것 같다
속도 쓰리고 커피탓인지 마음이 불안정하다
우울하고... 비탓인지도...
일주일전까지만 해도 하루만 집에서 늘어지게 쉬었으면 했는데
어이없게 회사에서 짤리고...
준비되지 않은 이 긴시간이 주체할수 없으리만큼 큰 무게로
어깨를 짓 누른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처음 며칠은 멍했고
그 다음날은 분했다
그리고...
지금은 실타래 엉키듯 뒤죽박죽된 생각속에서 그대로 주저 앉아
버렸다
피곤에 지친 어깨로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가 다시 학원으로 향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이 왈칵 치밀었다
마흔이 넘은 이나이에 왠 감상이란 말인가
요즘들어 자주 짜증을 내는 남편의 얼굴이 타인처럼 느껴진다
마흔의 삶의 무게가 이렇게 고될줄이야
남편의 강요에 의해 거금을 주고 파마를 했다
신세대 파마가 내나이를 덮을순 없었다
목젖을 타고 커피가 넘어간다
우울하다
지치고 힘들고
그동안 바뻐서 느끼지 못했던 나이의 비중을 한꺼번에 짊어진...
팽팽하게 솟구치는 이 더러운 기분을 끊어버리고 싶은데...
손에 쥔 풍선을 놓친 아이처럼 주저앉아 울고 싶은데...
엄마도 울줄알아?
막내아이의 의아한 표정으로 하던 말이 자꾸 떠올라 어깨를 안았다
회사때문인지
가여워 보이는 딸아이의 작은 어깨 때문인지
퇴근시간이 넘었는데도 연락없는 남편 때문인지
아님 어울리지도 않는 아줌마 얼굴위의 깡충한 파마때문인지...
알수 없는 서글품에 가을비 내리는 이 저녁이 더 더욱 서글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