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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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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든든했었는데...


BY wynyungsoo 2001-11-05

자꾸 목이메여온다. 늘 다독여주시며, 채찍과 사랑으로 포용해 주셨었는데!!...마음이 아플 때나, 즐거울 때에 의지가 되어주시고, 그늘이 되어 더위도 식혀주시며, 싸리울타리 같은 포근한 미소로 엄마 같이 편안한 분이셨었는데!!...이 달 7일 날, 경상도 영주로 이사를 가신다고 하신다. 몇 일 전에 이사를 하신다는 말씀을 듣고 부터는 괜히 심난한 것이 일도 손에 안 잡히고 허전한 마음에 그냥 좌불안석이었다.

내가 이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겨 앉으면서 맨 처음 알게된 분, 우리 집 건너 편에서 약업을 하시는 약사 님이시다. 약국을 거의 40여 년을 지켜오시다가 의약 분업이 되면서 통합을 하지않으시고, 그냥 전 그대로 쉬엄쉬엄 운동삼아 약국 업에 종사를 계속하고 계셨었다. 몇 년 전에 고향이신 경상도 영주에 논과 전답을 마련하시고 농변기 때면 아저씨께서 왕래 하시면서, 텃 밭은 손수 일구시면서 그렇게 지내시다가 이젠 아예 그 곳으로 이주를 하시는 것이다.

아주머님께서는, 환자인 남편 때문에 동분서주하며 힘들어하는 나를 마치 당신 혈육같이 포용하시며 항상 격려와 용기로써 내게 큰 힘이 돼 주셨던 버팀먹이셨는데...몇 일 후면 이곳을 훌쩍 떠나신다고 생각하니 친정엄니와 헤여지는 것 처럼 가슴이 휭 하니 마음 한 구석이 텅 빈 느낌이 들곤해서, 내심에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서운한 맘을 금할 길이 없었다. 오늘따라 갈 비는 추적추적 내리니 시린 맘에 더 약을 올리는 듯 싶어서 우울하기 그지없다.

자손들은 모두 서울에서 번성하게 생활화고 있으니, 두 분만 고향으로 귀 농차 귀하 하시는 것임에, 이미 텃 밭을 끼고 중앙에 전원주택을 예쁘게 세우셨다고 하셨다. 집 주위에 샘을파서 자가수도를 만들고 했는데 물이 아주 말 그대로 청정수여서 물 맛도 그만이려니와, 목욕을 하고나면 온천 욕을 한것 같이 피부가 반질거리며, 윤기가 잘잘 흐른다고 자랑까지 하시는 아주머님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그냥 서운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약국은 임대로 내 놓고, 공기맑은 곳으로의 삶을 내심 축하를 드리면서도 아쉬움에서 인지 아주머님을 놓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으니, 그 동안 함께 동거동락을 한 셈으로 가깝게 지낸 세월들이 주마등 같이 스치면서 울컥울컥 눈물이 끓이질 않았다. 지난 달초에 워커힐에서 칠순 잔치를 가족들만을 하객으로 조촐하게 치르시던 날, 집으로 돌아오시면서 참석을 못한 우리를 위해서 큰 케익을 하나 가져다 주시며, 오히려 미안해 하시던 인자하신 모습과! 이런저런 일들에 그저 헤여질 생각을 하니 마음이 짠하며 공허하기까지 했다.

해서 오늘 날씨도 을씨년스러운데 점심 대접이나 해야되겠다고 아침일찍 전화를 넣어서 어렵게 약속을 받아냈다. 우린 이웃에 위치하고 있는 일식 집으로 모셔서, 정담으로 시간 가는줄 모르고 긴 시간을 소비하며 맛있는 점심을 끝내고 각자 집으로 돌아와서 생각을 하니, 소찬의 점심 대접이었지만, 참 잘했다는 생각에 서운했었던 마음이 다소는 풀리는 듯했다. 그래!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서 떠나시는 날은 기분좋게 떠나시게 해야 되겠다고 자신에게 다짐을 했다.

사람은 드는 정보다, 나는 정이 더 아픔이 크다고 했던말이 생각나면서 그 희비의 맛을 나 자신이 직접 체험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었다. 먼 친척보다도 눈만 뜨면 보는 이웃 사촌이 더 가깝다고 하더니 그 말을 이제서야 절감하게 했다. 인연이란 꼭 이성간의 인연도 있겠지만, 이웃 사촌이란 인연도 혈육 못지않는 연 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으며, 부모님 같은 분 들의 살가운 정을 너무 깊이깊이 포용했음에!!...헤어지는 아픔도 더 크게 포용하게 됨을 절감했다.

아주머님의 말씀은 서로 왕래하면 되는 것을!!...등을 토닥여 주시며 왜 그렇게 힘 들어 하느냐는 말씀에 더 울움이 복받쳐서 엉엉 소리내서 실컷 서운함을 토해냈다. 말이쉽지!~ 자주 왕래를 할 수 없음이니 더 아쉽고 그리울진데!!...왜 그렇게 깊게 정을 쏟았었는지!!...제 허물들을 다 덮어주신 어르신이셨는데!!...

어머님! 그 곳엔 공기도 맑은 청정 지역이라 하셨지요? 부디 더 젊어지시옵고!!...건강하신 삶으로 어르신과 함께 팔도강산 유람으로 남은 여생을 즐겁게, 행복하게, 신 바람나는 일상을 포용하시며!!... 가끔은 제 생각도 조금 씩은 해 주시며 아주 잊진 말아 주십시오. 전 거기에서 더 바랄것이 없사오니!!...그저 감사하고 행복 해할 것입니다.

떠나시는 날에...,
어머님! 아마도 전 어머님이 떠나시는 뒷 모습을 뵈올 수가 없을 것 같사와서 그냥 꼼짝않고 집에 있으렵니다. 차 후에 안녕하심을 서신으로 대신 하겠습니다.하고 내심 다잡으며 그렇게 이사하신 후에 서신을 띄우기로 자신에게 약속을 했다.

어머님! 정말~ !! 진정으로 사랑했었습니다. 부디 두 분 건강하시옵소서!! 행복하시옵소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