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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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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에 담긴 효심...


BY 조앤~♥ 2001-11-05


딸 키울 때와 아들 키울 때의 마음은

엄마에게 있어서 사뭇 다르다.


딸은 이쁜 맛이 있고, 

엄마를 배려하는 자상한 면도 있지만,

그에 비해 아들은 표현하지 않는 듯 하면서

엄마를 향한 깊은 애정을 느끼게 하곤 한다.


나는 어린 아들에게 많이 의지한다.

7살이라 아직은 어리다면 어린 아들은 

그런 엄마를 보호하려는 본능이 무척 강하다.


잔재미 없는 남편 대신

(바깥 일로 수고가 많은 남편에겐 징징거리지 않는 아내다~ ^^)

아들에게서 대리 만족을 얻으려는 게

어느 정도 바탕에 깔려 있기도 하겠지만

둘째인 우리 아들은 

나와 궁합이 너무 잘 맞아서

수시로 나를 감동시키는 말과 행동으로

내 마음을 송두리째 앗아가버리는 귀여운 애인이다.


바둑이 배우고 싶다고 해서

3월부터 다닌 바둑 학원...

취미가 맞아서인지, 

지루해하지 않고 재미있어 하며 배우더니

이젠 바둑 대회까지 나간댄다.


참여에 의의를 두자고,

경험삼아 나가 보자고,

편안한 마음으로 대회에 임하라고 하면서

부담없이 따라가 보았던 바둑 대회...


부산/영남 규모의 큰 대회여서 그런지

똘망 똘망한 눈빛을 가진 아이들이 

유치부부터 중등부까지 몇백명 모여 있었다.


아들은 유치부 소속...

네명씩 조별로 치뤄진 예선전에서

3승을 거두면서 조 1위로 본선 진출...


아들이 서울 대학에 합격했을 때의

엄마 마음이 바로 이런 것일게다.


트로피에는 욕심도 없던 이 엄마도

본선 대국에서 이길 때 마다

살살 흥분이 되기 시작했다.


바둑을 두고 있는 중이라서 그런지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아이들...

모두들 다 똑똑해 보였다.


요즘 아이들 치고,

똑똑하지 않은 아이는 없겠지만,

바둑을 두는 아이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은

그 눈빛을 기억하고 계시리라...


그런 아이들과의 대국을 하나 하나 이겨 나갈때 마다

이 엄마의 가슴은 긴장감으로 고조되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16강으로 진입했을 때에는

우승은 따놓은 당상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8강으로의 관문도 무사히 통과하고

잠시 휴식...

지금까지 여유있게 해 왔기에

큰 부담은 갖지 말자고, 

넌 할 수 있다고 화이팅 한번 외치고~


4강으로의 진출을 위한 대국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게 눈에 여실히 보이더니

결국...


하지만, 안타깝거나 속상하지 않았다.

7살 짜리 어린이가 바둑 배운지 8개월 만에

30급에서 9급으로 승급하고,

처음 나간 대회에서 8강에 들었으니

이 아니 기쁠소냐...


어린이 바둑 대회에서의 승패 요인은

대회 마지막까지의 '집중력'이다.


16강부터 메달과 상장과 상품을 수여하기에

단상에서는 중간 중간 시상식을 하고

호기심 많은 우리 아들은

처음 보는 금메달을 구경해 볼꺼라고

대국 중간 중간에 신기하기만한 시상식 구경을 하고...


참가자가 전부 어린이이고, 

대회 규모가 커서 대회장이 좀 어수선하긴 했었다.


결국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했던 관계로

대국에서 지고야 말았다.

하지만, 8강부터 트로피 수여를 하는 덕에

아들이 원하던 트로피를 손에 넣었던 것이다.


우리는 크게 기뻐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 왔다.


10살 먹은 누나는 

어린 동생이 대견하다고

몰래 선물을 준비하여 

깜짝 선물을 줌으로써 

수상의 기쁨에 누나의 사랑까지 보태어 줬다


잠 자기 전,

대회 참가 전에 소원했던 대로

트로피에다가 물을 따라서 마셔 보고 싶단다.


예전에 술을 따라 승리의 축배를 하던 걸

영화나 다른 어디에서 보았을리도 없을텐데,

과연 생각이 엉뚱하고 기발한 걸 보면

역시나 영특한 내 아들이지 싶다~


영락없는 팔불출 엄마... ^^


시원한 물을 이쁘게 따라서 주니까,

대번에 '엄마, 먼저 드세요~'

감동...

이러니 어찌 효자 아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들 덕에 트로피에 물을 다 따라 마셔 보고...

상으로 탄 트로피에 물 따라 마셔 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


식지 않는 애정으로

나를 보살펴 주는 우리 사랑스러운 애인...


나는 아무래도 못된 시어머니가 될지도 모른다.

우리 애인의 마음을 가져가 버리는 여자가

보나마나 나타날 게 뻔하니까~ ^^


대견하게 커가는 아들을 보는 엄마 마음은

그 무엇으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벅찬 감정이다...





조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