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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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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다 심었을까?


BY 해바라기-s 2000-10-09

주말을 이용해서 내려오신 시어른들을 모시고
짧은 가을여행을 나섰다.
아이가 하나인 우리가족은 나의 차멀미 핑게로
앞자리는 늘 비어있었는데 그자릴 아버님께서 채우시고
오랫만에 꽉찬 자동차가 되어 서해안쪽으로 가기로 했다.
하나씩 물들기 시작한 가을의 그것은
말로는 다 표현못할 아름다움을 간직한채 가을의 맑음을
대신하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듯 내달리는 자동차의 행렬속에서도 따스한 햇살의 온기는 가물가물 졸음으로 전해져 오고
잠깐씩 졸았나 싶었는데.....
`누가 다 심어놨지? 이 많은 것을....`
눈 앞엔 그야말로 끝이 보이지 않게 펼쳐진
코스모스의 하늘거림들.
냅다 내달리는 자동차의 속도에 열을 맞춰 휘청이는
한 무리의 물결들.
순간 그 옛날의 고사리손들이 생각났다.
선생님손에 이끌려 호미자루 하나씩 옆에끼고
클대로 크게 웃자라 버린 코스모스 모를 가녀린 손으로
구멍을 파고 심었던 그 힘든노동(?)이 학교를 오가며
순을 집어주어선지 한무리의 꽃덩이로 자라났던 아름답기만
하던 우리네 꽃길이-
거기엔 고추잠자리의 추억도,내가 좋아했던 개구장이 이름도
아물거린다.
누군가의 수고로움으로 그냥 지나쳐가는 나그네의 마음을
잠자던 고향의 아름다움까지도 대신해 주고-
여행지에서 소금구이로 맛본 대하의 쫄깃한 맛도 잊을수 없지만
무의미 하다고 느끼는 일상을 일깨운건 아마도
그 코스모스 길이 아니었나 싶다.